왕년의 영남 최고 테마파크 ‘금강공원’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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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영남 최고 테마파크 ‘금강공원’을 기억하시나요?
  • 취재기자 양소영
  • 승인 2016.11.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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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연간 95만 명 찾았지만 지금은 쇠락...부산시, 드림랜드 조성해 옛 명성 부활 나서 / 양소영 기자

1980년대만 해도 부산에 사는 학생들이라면 꼭 소풍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금강공원이다. 당시 금강공원은 놀이기구와 함께 케이블카, 동래동물원, 금강식물원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 부산을 대표하는 인기 있는 테마파크였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주변 영남권 지역에서 잇달아 테마파크가 개장되면서, 금강공원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노후화된 놀이기구와 동물원 매각 등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점차 발길이 끊어지면서 어느새 부산 시민들의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됐다.

금강공원 입구 정문의 모습 (사진: 취재기자 양소영).

요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는 금강공원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동래역에서 1-1 마을버스를 타면 금강공원 앞에 도착한다. 공원 입구에는 '金剛公園(금강공원)'이란 한자 편액이 걸린  커다란 문이 있다. 금정산과 연결되어 있어 입구에서부터 등산객들이 보인다. 정문에 들어서면 금강공원을 안내하는 표지판과 함께 두 갈래의 길이 나온다.

금강사 내 우측에는 임진동래의총 유적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양소영).

먼저 왼쪽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산시 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된 임진동래의총이 나온다. 임진동래의총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략으로 동래성을 지키다가 순절한 순국선열들의 유해를 모신 무덤이다. 금정사라는 사찰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이곳을 스쳐 지날 때면 순절한 조상을 위해 제사를 올리는 스님의 불경 염송 소리와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진다.

1966년 개통된 금강공원 케이블카는 지금까지 운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양소영).

금강공원 정문에서 500m 정도 올라가면 금강공원의 명물인 케이블카의 승강장이 있다. 탑승장 입구에서부터 관광객들의 줄이 길게 늘여져 있어 복잡하다. 케이블카의 창문 너머로 확 트인 부산 전경이 보이고, 빼곡히 들어 찬 소나무들이 동양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케이블카를 타고 종점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자연의 그대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 종점은 금정산성의 남문으로 연결되므로 금정산성으로 갈 사람들도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카 이용 요금은 왕복 어른 8,000원, 경로우대 6,000원, 어린이는 5,000원.

현재 금강공원의 놀이기구는 바이킹과 피터팬만 남아있다(사진: 취재기자 양소영).

금강공원 여기 저기에는 한때 테마파크의 기능을 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약 10여 개의 놀이기구가 운행했다. 그러나 현재 운행 중인 놀이기구는 바이킹과 피터팬 두 개 뿐이다. 나머지는 2013년 모두 철거됐다. 이 마저도 오래 되고 퇴락해 이용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맞은편 잔디 광장에도 원래는 놀이기구가 있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됐다. 한때 부산을 대표했던 금강공원은 예전 명성과 다르게 지금은 쓸쓸한 모습이다.

이 곳에서 자주 산책한다는 김미경(44, 부산시 금정구) 씨는 당시 금강공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옛날에는 동물원도 있었고 놀이동산도 있어서 금강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지금은 방문객도 많이 줄었지만, 옛날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금강공원을 처음 찾았다는 대학생 정준형(24,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씨는 “부산에 금강공원이란 곳이 있다는 걸 몰랐다. 부산을 대표하는 공원이었다는 사실도 지금 본  모습으로서는 잘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금강공원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가시바라 가지로라는 일본인이 담배 장사로 큰 돈을 벌어 금정산 주변에 개인 정원을 조성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1940년 히가시바라 씨가 이 정원을 동래읍에 기증하면서 처음에는 금강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가 이후 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금강공원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금강공원은 1980년대 영남권 지방의 테마파크로 유명세를 타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1994년에는 한 해에 95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기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주변 지역의 잇따른 테마파크의 개장과 함께 금강공원의 놀이기구와 위락시설의 노후화, 관리 부실 등이 겹쳐 쇠락의 지름길로 빠졌다. 부산의 중심지가 동래, 온천장에서 서면으로 옮겨가면서 금강공원을 비롯해 주변의 상권도 타격을 입었다.

금강공원이 부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자, 부산시가 옛 명성 회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 곳을 드림랜드로 재정비하기로 한 것.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드림랜드 사업의 민간 투자 계약이 성사돼 2017~2018년 중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 금강공원의 부지에 어드벤처를 비롯한 각종 유희 시설과 어린이 직업체험관, 유스호스텔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비록 예전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드물고, 옛날의 모습도 많이 잃어버렸지만, 현재 금강공원은 도심 속의 조용한 휴식터로 자리잡고 있다. 금강공원이 드림랜드로 거듭나 또다시 부산을 대표 테마파크로 자리 잡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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