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 데이 챙기는 소비자들 '부담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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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데이 챙기는 소비자들 '부담된데이'
  • 이단비
  • 승인 2013.0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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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짜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상품들을 대상으로 상업적인 목적을 띤 새로운 기념일들이 점점 늘고 있다.

흔히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 데이,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며 마음을 전하는 화이트 데이, 짝없는 남녀가 만나 위로의 자장면을 먹는 블랙 데이 등이 있다. 이 기념일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기념일이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이름이 생소한 기념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5월 2일 오리 데이는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다양한 오리 고기 시식 행사와 할인 판매 행사가 펼쳐졌다. 이 오리 데이는 농협이 주최해 소비자들이 몸에 좋은 오리 고기를 먹게 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특히 올해 AI 전염병 등으로 오리 고기의 소비가 줄어들자, 상인들은 오리 데이를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그 외에도 축협이 양돈 농가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삼겹살을 먹는 날로 지정한 3월 3일 삼겹살 데이가 있고, 9월 9일 구구 데이는 숫자 그대로 읽어 닭의 울음소리 ‘구구’에서 나온 말로, 농림부에서 닭고기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또 10월 24일 사과 데이는 ‘학교폭력 대책 국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화해와 용서의 운동을 벌이자는 취지로 정해진 날로, 직장이나 가정에서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에게 사과의 징표로 사과를 보내는 날이다.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학과 인도네시아인 사만다(20) 씨는 상대적으로 한국이 억지로 말을 지어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잘 알려진 기념일을 한국인들이 챙기면 강제적으로라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스트레스 받아요”라고 덧붙였다.

대구대학교 체육학과 김병교(21) 씨도 지나치게 상품에 대한 기념일을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람을 느끼지도 않는 기념일이 억지스러울 뿐이라며 “무조건 갖다 붙이기만 하면 말이 된다고 기념일을 너무 쉽게 정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반면, 경성대학교 생물학과 이지현(22) 씨는 오리 데이나 삼겹살 데이와 같은 먹기 위한 기념일에 사람들이 음식점을 찾아주면 시장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대기업에서만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낫죠”라고 말했다.

또, 경남전문대학 의무행정과 최윤희(21) 씨는 “새롭게 생긴 기념일도 좋은 목적으로 생겨났다면 많이 팔아줘야죠”라고 말했다.

안지영(55) 주부도 “이런 날이 있다는 게 참 특이하고 재밌네요. 먹을 때 의미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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