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퍼스트클래스' 프리미엄 고속버스,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상태바
'지상의 퍼스트클래스' 프리미엄 고속버스,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 취재기자 박준우
  • 승인 2016.11.26 09: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 규정 불구, 휠체어 동반 탑승 설비 안 갖춰 첫 운행부터 장애인 단체와 실랑이 / 박준우 기자
코버스 홈페이지에서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홍보하고 있다(사진: 코버스 홈페이지 캡처)

25일부터 프리미엄 고속버스 운행이 시작됐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기존 우등버스의 28석보다 적은 21석에 안락한 좌석과 좌석별 테이블, 커튼, 개별 모니터 등의 편의시설을 갖춰 지상의 퍼스트클래스라 불린다. 현재 서울~부산과 서울~광주 노선을 운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프리미엄 고속버스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탑승을 돕는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프리미엄을 누리는 건 비장애인들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공개된 25일 11시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광주행 티켓을 구매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소속 회원 20여 명과 터미널 직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직원들이 탑승권을 구매한 장애인 승객을 내버려 둔 채 버스를 출발시켰기 때문.

장애인 승객을 내버려둔 채 출발한 것에 대해 전장연 소속 회원들은 터미널 직원들에게 승차 거부 이유 등을 물었으나 이들은 입을 다문 채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은 "버스회사는 시외버스·시내버스 중 광역급행·직행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고속버스에 대한 장애인들의 기대가 컸지만, 공개된 프리미엄 고속버스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돕는 설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광역버스를 비롯한 9,574대의 고속·시외버스 중 교통약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대학생 상세진(24,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씨는 “시설은 최신식일지 몰라도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수준은 바닥인 것 같다”며 “복지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김은경(32, 울산시 남구 신정동) 씨는 “장애인들은 일상 속에서 기본적인 것들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며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손쉽게 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장연 이정훈 정책국장은 에이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이동편의증진법은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자신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장애인으로 하여금 언제까지 더 방구석에 있게 할 것인가. 끝까지 싸워서 모든 고속버스에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고속버스 운행 여건상 휠체어 동반 탑승이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92패쓰 2016-11-27 23:35:43
비장애인으로서 부끄럽네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