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초 들고, 꽃 스티커 붙이고, 가요 부르는 21세기 집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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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초 들고, 꽃 스티커 붙이고, 가요 부르는 21세기 집회 문화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11.26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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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이고 몸싸움을 벌이던 집회가 LED초를 들고 광장에 모여 콘서트 하는 집회로 바뀌고 있다 / 정혜리 기자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4차 민중총궐기에 시민들이 나와 있다(사진: 영상기자 이주현, 박지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 집회가 전국에서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각 지역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의 분위기가 전투적인 과거의 집회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데, 촛불사진을 띄운 휴대폰이나 LED초를 들고, 민중가요가 아닌 대중가요를 부르고, 차 벽을 세운 경찰버스를 넘어뜨리는 대신 버스에 꽃 스티커를 붙이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시민들이 들고 있는 초에 변화가 생겼다. 종이컵을 뚫어 초를 끼우고 불을 붙여 들고 있던 시민들의 손에는 이제 LED 초가 들려있다. 과거 생초는 작은 촛불이지만 가끔씩 앞사람의 머리이나 옷에 닿아 타는 냄새가 나기도 했는데ㅡ 요즘은 다칠 걱정 없는 데다 더 밝게 빛나고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건전지 LED 초가 인기다.

초가 아니라 휴대폰을 들고 있는 시민도 있는데 집회용 앱이 출시돼 이를 사용한 것. 이 앱은 촛불이 타오르는 이미지를 초처럼 켜둘 수 있다. 초 화면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이 앱은 서울 광화문 광장 주위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등 유용한 기능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꽃 스티커 붙이기는 1987년 전두환 정권에 항의했던 6월 민주화 항쟁 당시 시민들이 시위대와 대치 중인 전투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 주었다는 일화에 근거해 진행됐다. 요즘 경찰 버스에 꽃 스티커 붙이기가 한창이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해 차벽을 세운 경찰버스에 줄을 묶어 넘어뜨리는 게 아니라 버스에 포스트잇과 꽃 스티커를 붙인다.

꽃 스티커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강훈 작가는 소셜펀딩을 통해 자신이 26명의 작가에게 꽃그림을 받고, 펀딩으로 모은 100만 원 가량의 예산으로 2만 9,000장의 스티커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또 전국 집회 현장에서 <하야가>가 불려지고 있다. <하야가>는 가수 코요태의 <아리랑 목동>을 개사해 부르는 노래인데 후렴구 중 ‘야야 야야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 하고 부르는 부분을 ‘하야 하야 하야 하야하야 하야야’로 바꿔 입에 착 감기는 가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사한 노래 외에도 대중가수들이 광장 무대에 올라 자신의 가요를 부르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가수 전인권이 집회공식행사에 초청돼 애국가와 자신의 히트곡 <걱정말아요 그대>, <행진> 등을 불렀다.

집회라고 하면 시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바위처럼> 같은 민중가요를 부르는 무거운 분위기일 것 같지만 최근 박근혜 퇴진 집회는 가수들이 광장 무대로 직접 나와 위로의 노래를 부르고 시민들은 초를 흔들며 가요를 따라 부르는 평온한 모습을 연출했다.

가수 이승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콘서트 예고 포스터. 25일 금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사진: 이승환 공식 페이스북 캡처).

이번 주에도 가수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른다. 가수 이승환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락 콘서트를 연다고 밝혔다. 콘서트 이름은 '물러나SHOW'로 소리꾼 최용석이 사회를 보며 이승환 밴드를 비롯해 강산에, 단편선과 선원들, 해리빅버튼 등이 참여한다. 이는 주말집회인 26일 토요일 집회 전야제 성격으로 열려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수 전인권은 지난 19일 광장 집회 무대에 대해 “정말 멋졌다. 너무 차분하더라. (시민들이) 정말 간절한 것 같았다. 간절하면 막 떠들고 그러지 않지 않나. 나도 무대 올라갔을 때 차분해졌다”고 22일 CBS 표준 FM(98.1Mhz)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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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 2016-11-26 20:39:39
그러게요, 새로운 집회문화가 만들어지네요!
추운날씨에도 모두 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