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았다....광화문에 60만 함성, "박근혜 내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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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꺼지지 않았다....광화문에 60만 함성, "박근혜 내려와라"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11.20 07: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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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촛불집회에 수능 마친 고3생 대거 참여...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 35만 함성도 / 정인혜 기자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바람과는 달리, 청와대를 향한 분노의 촛불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지난 주말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제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60만명(경찰 측 추산 25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10만 명), 광주(5만 명), 대전(3만 명), 대구(2만 명) 등 전국 시·도 100여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주최측은 서울, 지방 합산 95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지난주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연인, 친구,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지난 17일 수능 시험을 쳤다는 고등학교 3학년 김진경(19) 양은 “요즘 뉴스를 보면 ‘내가 이런 나라에서 출세하려고 공부했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수능도 끝난 만큼 앞으로 매주 박근혜가 퇴진할 때까지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 발언대에서도 고3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마이크를 잡은 진모(19) 양은 “지금 이곳에 모인 우리는 주말에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고 박근혜 하야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정치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외쳤다. 이에 시민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여성으로서 사생활 고려해달라”는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민단체 소속 최이삭 씨는 해당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차별 타파를 위해 기울여 온 모든 노력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며 “스스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을 자처하는 여성 대통령의 수준이 개탄스럽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매서운 시국 비판 속에서도 시민들은 풍자와 해학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가명으로 사용한 ‘길라임’이 등장하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OST를 다 함께 부르는가 하면, 지난 대통령 후보 출마 당시 “대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라는 박 대통령의 말실수를 모사하는 등 시종일관 재치 넘치는 발언이 이어졌다.

초대가수들의 공연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힙합 듀오 가리온, 가수 전인권은 무대 위에 올라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저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힙합 구호를 함께 외치고, 후렴구를 따라 부르면서 평화적인 집회를 이어갔다.

특히 전인권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를 겨냥하는 발언으로 시민들의 호응을 샀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는 박사모 주최 보수단체 맞불집회가 열린 바 있다. 전인권은 “박사모가 때리면 그냥 맞으라. 우리는 똑같이 싸우면 안 된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는 우리 촛불집회의 가치를 지켜내자”고 말했다. 이에 시민들은 머리 위로 치켜든 촛불을 흔들며 환호했다.

저녁 8시 30분 본집회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들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가두 방송차량 8대가 대열 곳곳으로 흩어져 행진을 지휘했다. 주최 측은 청와대를 동·서·남쪽에서 ‘학익진’ 대형으로 둘러싸는 모양으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향을 향해 "박근혜는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는 범죄자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지난 집회와 달리 다소 거친 구호도 등장했다.

저녁 8시 30분부터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시작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새문안로, 안국역교차로, 광화문교차로에서 행진을 마친 후 다시 모인 시민들은 경복궁역 앞 내자동 로터리에 집결해 경찰과 대치를 시작했다.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3만 명의 시민들은 자리에 모여 앉아 자유발언을 진행하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시위대 선두에 선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꽃을 건네며 “경찰들도 힘내세요,” “경찰도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 측도 “비폭력” 구호를 외치며 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밤 부산에서도 시민 2만여명이 모였다.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옆과 부산진구 도시철도 범일동역 앞 등지에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박근혜 하야 10만 부산 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대통령 사법처리"라고 쓰인 팻말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촛불집회 현장에 참가해 '부산시민과함께하는 시국 토크'를 열었다. 문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박 대통령 퇴진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국정을 사사롭게 운영해 국가권력을 개인 이익 추구 수단으로 삼은 정치세력, 경제와 안보를 망치고, 국민을 편 가르고 국민을 속여 온 사이비 보수 정치세력을 심판해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의 거리를 가득 채운 시민들의 분노는 거셌지만, 집회는 평화로웠다.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은 오는 26일에도 타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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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 2016-11-20 23:38:40
국민들의 함성이 거대하고 무섭지 않은지;
응답이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네요.

우리동원씨 2016-11-20 21:52:13
성숙한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