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좌측보행이 아닌 우측보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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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좌측보행이 아닌 우측보행인가?
  • 김지웅
  • 승인 2013.01.1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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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우측보행이 시범실시 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통행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시설이 옮겨지지 않아서 사고의 위험마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토해양부는 국민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인 상황에서 우측보행은 많은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는 포스터부착 외에 별다른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476개 철도역, 15개 공항, 670개 지하철역에서 우측보행이 시범실시 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7~8시 사이 경성대학교 지하철역 계단을 이용한 153명 시민들 중 우측보행을 시행하는 시민은 10명 이하였다. 90%가 넘는 시민들이 좌측보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측보행을 지키지 않은 한 씨는 “좌측보행으로 교육받아서인지 습관처럼 하게 된다. 솔직히 다들 좌측보행을 하고 있는데 왜 복잡하게 우측보행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대 손 씨 역시 “습관이 들지 않아서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네요”라고 표현했다.

지난 3일, 서면 지하철역 계단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우측난간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측으로 내려오면서 통행에 차질을 겪었다. 이처럼 우측통행이 시행되고 있는 지하철역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마저 부족하다. 이동 통로가 변경되거나 에스컬레이터의 위치 및 운행 방향이 변했지만 점자블록(표면에 돌기가 있는 시각장애인용 블록)이나 음성보조시설은 그대로다. 우측보행을 지키지 않은 이 씨는 “제가 지켜봐야 다른 사람들도 지키지 않아서 서로간의 통행에 차질이 오는데 꼭 지켜야 되는 것입니까?”라고 우측보행 제도의 단점을 지적했다.

한편, 우측보행을 지킨 이성준(부경대. 25) 씨는 “우측보행으로 바뀌지 않았나요?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제도가 바뀌었으니까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기태(24) 씨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우측보행이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오히려 우측보행을 지키는 사람과 좌측보행을 하는 사람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지하철 계단통행은 더 혼란스러워 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계단 뿐 만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역시 도입 4년째인데도 정착되지 않고 있다. 바쁜 사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한 쪽을 비워 두는 한 줄 서기 대신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도입된 두 줄 서기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한 쪽이 비워져 있다. 이에 공익근무요원 김 씨는 “두 줄 서기를 아는 사람이나 있을까요?”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우측보행제도에 대해 포스터부착 외에 별다른 홍보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음에도, 한국인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94.2%)이고, 우측보행이 정착하게 되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이라는 장점만을 기대하고 있다.

토해양부가 주장하는 우측보행의 장점중의 하나로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 있다. 우측보행을 하게 되면 신호가 바뀌어 길을 건너기 시작할 때, 정지해 있는 차와의 간격을 더 많이 확보하고 길을 건널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신호가 바뀌어 갑자기 급정거를 하게 되더라도 안전거리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사고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 우측보행을 하면 차를 마주보고 보행할 수 있게 된다. 즉, 차가 보행자의 뒤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고 보행자의 앞에서부터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에 대한 시야를 더 많이 확보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차가 달려오더라도 미리 이를 파악하고 피할 수 있게 된다. 대학생 김종훈(25) 씨는 “요즘 같이 이어폰을 자주 끼고 다니는 때에는 뒤에서부터 차가 지나가면 가끔 무서울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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