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시위 나서야" vs "평화집회로 충분" 시위 강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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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시위 나서야" vs "평화집회로 충분" 시위 강도 논쟁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11.17 05:4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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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운집에도 들은 척 않자, "현재 방식 무기력" 주장에 "꾸준히 거리로 나가야" 의견 다수 / 정혜리 기자
지난 12일의 3차 촛불 집회는 100만 명의 인파 속에서도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집회 후 자진 해산했고, 쓰레기를 치웠다. 미국 로이터통신은 "가족, 학생,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이 참가해 평화로운 시위를 벌였다"며 "과거 일부 폭력시위와는 대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는 민중총궐기. 5일에는 20만 명, 12일에는 100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두 번의 집회는 ‘평화집회’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평화시위’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광장에 모이는 것 만으로도 국민의 뜻을 전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과 언론과 집권측이 국민을 ‘평화시위’ 프레임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시위란 다수의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정책당국 또는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반 시민에게 알리는 공개적, 집합적 의사 표현 행위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위는 그동안 규모, 기간, 그리고 강도, 즉 시위의 과격성 여부에 따라 영향력이 좌우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거칠었던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집회는 광장에 100만 명이 넘게 모였지만 특별한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고, 그럼에도 국민의 뜻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위정자들에게 또 한 번 놀랐다. 국민이 한데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 시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집회에서 무기력을 느꼈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배미진(28, 서울시 용산구) 씨는 “날씨는 추웠지만 자유롭게 발언하고 공연도 보고 해학과 풍자가 있는 즐거운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올 때는 내가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아닌데 이렇게 우리가 광화문에 모여 있으면 대통령이 신경은 쓸까, 국민 스스로 지치기를 바라는, 저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서울로 올라가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김준수(23, 부산시 연제구) 씨도 “일부러 '폭력 시위 엄단' 운운하면서 집에 있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지 못 하게 겁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이 아닌데도 불법이라 하니까 불법시위가 된다”며 “청와대 근처에서 목소리라도 내보겠다는 건데 경찰이 먼저 차벽을 세워 길을 막고 행진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집회는 당연히 평화롭게 진행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SNS에서는 자녀와 함께 수십 년 만에 거리로 나온 아버지가 “촛불은 뭐하러 들고 있는 것이냐? 던지는 용도냐?”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고 운동하던 세대에게는 이번 시위가 생경한 광경이었던 것. 물론 관공서를 점거해 농성하는 방식 등으로 국민의 분노를 보여줄 수 있다. 이대 사태 역시 점거 농성으로 성과를 거둔 사례다. 일부 시민의 시선으로는 평화적 집회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반응이 미지근하니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 '착한 국민 콤플렉스'에 빠져 저강도 시위 방식을 되풀이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와 일부 언론이 쳐놓은 '평화시위 프레임'에 스스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것. 

하지만 비폭력 시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아직은 대세다. 토요일마다 부산 서면 집회에 나간다는 직장인 길정희(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조금만 빌미를 줘도 빨갱이니, 과격폭력 세력이라고 매도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길 씨는 “100만 명이 한 번 모였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더라”며 “사실 답답함을 느끼긴 하지만 지치지 말고 꾸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 지구전 전략으로 나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주현민(32, 부산시 동래구) 씨도 “우리는 2016년을 살아가고 있다. 80년대와는 다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의 와중에 미국 덴버대학교 에리카 체노웨스 교수의 '3.5%의 법칙'도 재조명되고 있다. 체노웨스 교수가 2013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국가 전체 인구 중 3.5%가 비폭력 시위를 지속하면 정권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180만 명이 거리로 나왔을 때가 3.5%에 해당한다.

이번주 토요일인 오는 19일에는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까지 더해져 12일보다 더 많은  시민이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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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 2016-11-18 22:21:31
기사 잘 읽었습니다!
지치지 않고 롱런해야 이길 수 있을꺼 같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셈이네요;

망고 2016-11-18 21:42:01
대통령은 내일 집회에서 무슨 일이 터지기만을 기다려 계엄령을 선포하려고 한다는데....
하루 빨리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내일 아무도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ㅜ

rmfls602 2016-11-17 15:04:18
휴.. 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뜻을 전하고 있는데도... ㅠ.ㅠ
정말 답답합니다.

송이아이 2016-11-17 15:03:30
폭력없는 평화로운 시위를 선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답답하더라고요.
이래저래 국민들만 힘들게 하고있는 박근혜 대통령!
폭탄터트려놓고 뭐하고 있는지 진심 궁금하네요.
하야 할 생각는 있기나 한겁니까?

수험생들이 다수 참여할거라 예상되는 이번주 촛불집회~
추운날씨에 뭔 고생인지ㅠㅠ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얼른 마무리 되었음 좋겠어요.
쉽진 않겠지만요...

빙그레 2016-11-17 13:11:19
뻔뻔하게 국정일을 하고있으니.. 이제 더 강력한 시위로 가야 할까요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