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국민들 화나게 말라" 100만 함성, 최후통첩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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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민들 화나게 말라" 100만 함성, 최후통첩을 던졌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11.14 0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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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집회 참가기...시민들, "비폭력" 연호, 자발적 거리 청소에 눈물 찔금 / 정인혜 기자
지난 12일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거리로 쏟아졌다.

지난 12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애초 주최 측이 예상했던 50만 명을 훌쩍 넘긴 100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26만 명)이 참가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 촛불집회로, 지난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 인원 70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리면서 이날 서울 도심은 시위대로 가득 찼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린 시간대에는 남북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숭례문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시민은 물론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도 많았다. 이들은 전세 버스나 기차로 상경해 집회에 참가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노부부까지 참가자 면면도 다양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시민은 “평생 아무것도 모르고 새누리당만 찍으면서 살아왔는데, 그게 너무 죄스러워서 집회에 참가했다"며 "박근혜는 더 이상 국민들을 화나게 하지 말고 빨리 대통령직을 내려놨으면 좋겠다.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도 있었다. 김주희(17, 전남 순천시) 양은 “일반 시민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다. 이런 나라에서 공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이과 문과 통합이니, 수능 개편이니 하지 말고, 국회에 계신 분들이 우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식 집회는 오후 4시부터였지만, 서울 광장은 이미 오전부터 집회 참가자들로 넘쳐났다.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 등 여러 광장에서 사전 집회가 열리면서 공식 집회 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후 2시부터는 방송인 김제동이 진행을 맡은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해당 행사에는 1만 5,000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김제동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항을 지적하며 행사 시작을 알렸다. 그는 “모든 권력을 국민에게서 나오게 하지 않고, 최순실 일가에게서 나오게 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헌법 1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등 대통령이 헌법 18개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 시장이 깜짝 등장했다. 박 시장은 무대 위에 올라 무릎을 꿇은 채 “박 대통령의 하야는 온 국민의 뜻이고 명령이다.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기필코 국민이 이길 것”이라고 말해 시민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이날 공식 집회 전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진행을 맡은 '만민공동회'가 열렸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오후 4시 공식 집회를 시작으로 오후 5시부터는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청와대 인근 율곡로 남쪽까지 도심 행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범죄자를 구속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법원이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주변 행진을 허용함에 따라, 경찰은 내자동로터리까지 모든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남쪽 주요 도로가 시위대로 가득 찼다. 광화문 앞 전체 차로에서 도심 행진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운동 로터리에서 일부 시민이 청와대로 진입하겠다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정리됐다. 시민들은 “비폭력 시위”를 연호하며 경찰들과의 충돌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시민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쳤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이날 주최 측이 진행한 공식 집회는 신고된 밤 10시 30분을 기점으로 종료됐다. 100만 인파가 몰린 시위였지만 경찰과의 사소한 충돌을 빼고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대다수 시민들은 자진 해산했으며, 직접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청소하던 한 시민은 “정치가 삼류라고 국민까지 삼류가 돼선 안 된다”며 “박근혜가 하야할 때까지 평화적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촛불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 주최측 비상국민행동은 지난 13일 “오는 19일과 26일에도 4·5차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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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민 2016-11-15 04:29:54
부산에서 가지못해 너무 아쉬웠는데 기사와 사진으로 현장을 알수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위때는 꼭 가보려합니다만 다음시위전에 해결되면 정말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