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옆 거주는 공포 그 자체...지진 후에도 실질적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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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옆 거주는 공포 그 자체...지진 후에도 실질적 대책이 없다”
  • 취재기자 이승주, 김지현
  • 승인 2016.11.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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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두 달 후 기장군 르포...시민단체 '반핵 백만인 서명운동,' 주민 이주 요구도 거세져 / 이승주, 김지현 기자

9월 12일 경남 경주에서 각각 5.1, 5.8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지 두 달이 흘렀다. 이후 최근까지 진도 2.0 이상의 여진이 수백 차례 발생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경주 일대 주민들은 물론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산시 기장군 주민들의 불안은 누구보다도 컸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진이 난지 두 달이 가까운 시점에서 기장을 찾아 주민들의 육성을 들어보았다. 

2016년 9월 12일 이후 진도 2.0 이상의 지진발생 목록이 기상청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사진: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 피해에 여전히 불안함을 안고 있었다. 기장군 장안읍에 사는 최준혁(22) 씨는 “원자력 발전소가 어느 곳 보다 가장 안전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인근 시민들이 이렇게 지진에 불안해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 장원재(28) 씨는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집 근처 원자력발전소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며 “원자력발전소 옆에 사는 것이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진이 일어난 지 보름 여 만인 지난 10월 8일부터 9일까지 기장군 일대에서 열린 붕장어 축제는 한산했던 터다. 주변 상권 상인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기장군 장안읍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미령(54) 씨는 “올해 지진 영향으로 붕장어 축제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줄어 들어 장사에 타격이 컸다”며 “작년에 비해 관광객 수가 현저히 줄어든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지진에 대한 불안감 속에 진행된 2016년 붕장어 축제 개막식. 외지 관광객이 예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고 주민들이 말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지질학적으로 기장군 일대가 지진 안전지대인 것도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월 5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측 기원서 부원장은 공식적으로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경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김영석 교수는 “양산 단층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도 원전이 부실공사로 지어지지만 않았다면 방사능의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러나 원전 가까이에 활성단층이 있어 그곳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위험의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부지에 대한 추가적인 정밀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서 가능성이 있다면 그때 원자로를 정지하거나 이주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란 발표가 난 데 따른 소감을 묻자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장군 장안읍에 사는 김현수(25) 씨는 “정부한테 배신당한 느낌이다. 안전하다고 해서 믿어왔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하니 더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기장군민들 뿐만 아니다. 인근 지역의 시민들의 불안감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이윤형(53) 씨는 “기장군과 해운대구는 매우 가깝다. 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라도 나면 부산 전역은 물론 경남, 경북 나아가 국토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며 “당장의 이익에 눈멀어 앞으로 일어날 사태를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리원자력발전소 소재지가 아닌 부산 해운대구에서도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승주).

이같은 주민들의 불안을 반영해 시민단체의 활동도 강화되고 있다. 2011년 6월에 출범해 지금까지 핵발전소 건설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 꾸준하게 반대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해 온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대표적이다. 공동행동 측은 “경주(월성), 부산(고리), 울진(한울)의 핵발전소를 모두 중단해도 1년 동안 전력 수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정부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지진 지대 위에 지어진 핵발전소를 당장 멈추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10월 28일부터 공동행동이 속한 녹색연합 홈페이지에선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인 서명’이란 이름으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공동행동 측의 주장에 고리원자력발전소 측은 책임 떠밀기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리원전측은 “(발전소를 중단해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해) 이 문제는 원자력발전소 관할이 아니다. 전력 수급은 한국 전력에서 다루며 원자력발전소는 전력 생산 업무만 맡아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측도 “우리 관할이 아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드릴 수가 없다. 우리는 생산된 전력을 유통, 판매 업무만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안읍에 사는 최경민(33) 씨는 “고리원전의 전력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인근 주민들도 잘 알지 못하지만, 만약 원전 가동을 중단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 계속 가동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안전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의현(25) 씨는 “100만인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지금 알았다. 나도 동참해야겠다”고 말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100만인 서명운동 포스터(사진: 녹색연합 제공).

2014년 11월 24일 시행에 들어간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 제2장 제4조(건설 허가의 신청)에는 내진 설계와 안전성 관련 기기의 내진 및 환경 검증 설계가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송기헌 국회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국정감사 보도 자료에서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보도 자료에 따르면, ‘안전 관련 기기 내진 검증 향상’ 수행이 필요한 원자력발전기가 13개에 달하고, 한울 1, 2호기는 지난 28년간 내진 검증 문서조차 없이 가동을 계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에 대한 재검토 및 백지화, 원전 원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탈핵경남시민행동, 탈핵울산시민행동 등은 “원전의 부실한 내진설계로 노후 원전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의 건설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도의회에 원전 안전대책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내진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익명의 한 시민은 “당장 멈춰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이라며 분개했다. 최금희(64) 씨는 “에너지가 당장 필요하고는 해도 한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라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잠도 설쳤다”고 불안해 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주민 이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기장군 길천마을은 고리원전에서 불과 약 700m 떨어진 곳에 있다. 1,605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은 고요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방사선 비상 대피 안내판이 보였다. 표지판에는 방사선 비상 시 주민 행동요령, 마을별 집결지, 구호소 현황 등이 기재돼 있었다.

기장군 길천마을 방사선 비상 대피 안내판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지현)

길천마을에 거주하는 이모(85) 씨는 “원전은 바로 옆이지, 지진은 막 흔들지, 참 겁났다. 우리는 지진 후에 원전이 안전한지도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지진 당시를 회상하며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수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수원은 ‘발전소주변지역지원활동에관한법률’에 따라 발전기로부터 반경 5km 이내의 지역에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용은 가구당 매월 1만 6,240원, 산업용은 kw당 2,900원의 전기요금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마을의 복지사업에도 지원금이 사용되고 있다. 마을에 거주하는 한모(80) 씨는 “돈이 들어와도 마을 건물이나 큰 공사에나 쓰이지, 주민 개인 복지에는 10원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길천마을 해수탕에서 바라본 마을과 고리원전 모습. 길천마을와 원자력발전소가 인근에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사진: 취재기자 김지현).

2011년부터 길천마을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요구해왔다고 한다. 작년까지 5차례의 시위를 벌였지만 행정 당국의 반응은 아직 없다. 2015년 4월 30일 자 SBS 뉴스에 따르면, 고리원자력본부는 객관적인 주민 피해 내용과 원전·이주사업 간에 인과 관계가 있는지를 따진 용역 결과와 주민 다수가 이주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객관성을 잃었다며 주민들의 집단 이주 요구 수용을 거부했다.

지진이 일어난 이후 원전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태. 이모(78) 씨는 “원전 때문에 집이 안 팔려 나가서 살 곳도 없다”며 “죽지도 살지도 못해서 여기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에 대해서는 “원전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안 알려주고 몇 PPM이라고 모르는 말을 하면 우리가 어째 아나. 대화가 안 통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장모(87) 씨는 “시위해도 국회의원들이 와서 우선 듣기 좋은 말만 하지 소용이 없다”며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말만 하면 뭐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길천마을 이주에 대한 주민들과 한수원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는 “정치적, 경제적 논의는 뒤에 두고 안전에 대해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사무라고 하고 지역이 배제된 현재의 원전정책은 지역(지역주민, 지자체)가 감시에 직접 참여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며 원전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자체의 대응은 어떨까.

잇따른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지자체에서도 방안을 내놓고는 있다. 기장군 재난관리과는 내년 상반기 고리원전 자체에 지진가속도계측기 설치를 추진한다. 이를 이용해 지진파 위험도 및 파급력을 계산하고 제2의 피해를 방지한다는 게 군청의 입장이다. 또한 기장군 내 6만 2,100 가구를 대상으로 생명가방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방에는 5년 동안 보관이 가능한 식량과 손전등, 밧줄, 알루미늄 시트가 구비돼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지진 피해에 고립되었을 때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물품을 지급한다는 게 생명가방 정책의 핵심이다. 기장군은 지진 발생 이후 모든 축제 현장에 지진 및 원전 사고 대비 안전 체험 부스를 설치하고 대피 시 행동요령 책자, 안전교육 홍보물을 통해 원자력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기장군청 사무실에 생명가방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사진: 기장군 제공).

군은 국민안전처에서 내려온 지진 표준 매뉴얼을 기반으로 기상청과 부산대의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어 기장군은 고리원전 근처 상황에 맞는 대표 매뉴얼을 마련하고도 있다. 지난 10월 31일엔 군청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진 및 여타자연재해들도 포함한 안전대피 교육을 실시했다. 군청은 추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전 대피 교육을 시키고 필요에 따라 경로당과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가 올린 시민행동요령 및 방사선 비상 통보방법 안내(사진: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홈페이지 캡처).

지자체들의 대응에도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함은 여전했다. 실질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장안읍민 김지원(31) 씨는 “당장 내일 지진이 일어나서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에 말만 번지르르하게 추진 계획만 내놓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이해령(52) 씨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지진 안전대책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나같이 인터넷도 잘 못 다루는 시민들은 어떤 것(지진 안전대책)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은 최근 정국 혼란 속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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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fls602 2016-11-13 22:55:54
원전 옆 거주는 정말 걱정일 것 같아요...어서 빨리 실질적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