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누구나 손쉽게 즐기는 국민 문화다. 손 안의 스마트폰도 영화관이 되고, 영화 마니아들은 집안에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추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큰 화면과 더 웅장한 사운드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간다. 하지만 영화관은 타인과 공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관람할 때 혹시나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 편하지 않다. 그러나 상영 중 아이가 울어도, 휴대폰을 만져도, 기침해도, 아무 신경이 쓰지 않는 영화관이 있다. 바로 자동차 극장이다.

자동차 극장의 관람은 자동차 안에서 이루어진다. 영상은 25m×15m의 초대형 스크린으로 영상을 보면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자동차 스피커로 소리를 듣는다.  부산 시네마는 해가 진 저녁 7시 30분 1회차, 10시 10분 2회차, 새벽 12시 30분 등 하루 세 번 상영했다.부산에도 자동차 극장이 있었다.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자동차 극장 ‘부산 시네마’가 바로 그곳. 낙동남로를 달리다 보면 을숙도 휴게소 삼거리가 나오고 다시 을숙도 문화회관 쪽으로 들어가면 총 1만 1,107㎡ 부지에 198면의 주차공간과 함께 대형 스크린을 가진 자동차 극장이 나온다. 그런데 그 극장이 9월 30일 폐관됐다. 부지 계약이 만료됐지만 새 부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은주(27, 부산시 연제구) 씨는 “퇴근한 후 가끔 늦은 시각에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자동차 극장이었다”고 말했다. 남승훈(29. 부산시 진구) 씨도 “일반 영화관에선 짜장면을 시켜 먹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데 자동차 극장에서는 다 가능하다. 그게 자동차 극장의 진짜 매력이었다” 며 자동차 극장의 페관을 아쉬워했다.

‘부산 시네마’는 문화시설이 부족한 서부산권에 위치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부산에는 30개의 영화관이 있지만 모두 동부권에 밀집돼 있다. 그래서 자동차 극장은 서부산권 주민들에게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화 감상의 묘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

그러나 지난 9월 30일 부산 시네마는  페관돼 지역 주민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09년 해운대 씨네 파크가 폐관한 뒤, 부산 자동차 극장의 명맥을 이어갔던 ‘부산 시네마’마저 자취를 감춘 것. 최민우(28, 부산시 동래구) 씨는 “내 차가 생기면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며 “이제 차가 생겼는데 폐관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에는 장애인 전용 스포츠센터가 건립돼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자동차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제공해준 ‘부산 시네마’가 사라지게 되면서 ‘부산의 자동차 극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취재기자 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