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숍,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부산 서면 대로변에 개방형 성인용품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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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숍,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부산 서면 대로변에 개방형 성인용품점 등장
  • 취재기자 변재용 강주화
  • 승인 2016.11.01 00:0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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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환한 분위기 속에 남녀노소 손님 북적...물론 미성년자는 출입금지 / 변재용, 강주화 기자

인적이 드문 거리, 창문은 불투명한 시트지로 가려져 있고 창문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붙은 하트문양과 ‘성인용품’이란 네 글자만이 붙은 가게가 있다. 숨어 있듯 자리 잡은 이 가게에 당당히 출입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위 눈치를 살피던 중년남성이 몸을 숨기듯 후다닥 들어가는 곳. 이곳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성인용품점이다.

그러나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성인용품점도 변하고 있다. 외지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당당히 번화가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 중년 남성들이 주로 이용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여성고객들도 찾고 있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한다.

국내 최대 규모이며 국내 최초의 개방형 성인용품점 라이트타운이 부산 서면 1번가 메가박스 옆에 들어섰다. 대형 팬시점을 연상시키는 밝고 깔끔한 간판과 출입구를 갖췄다. (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부산 서면에는 전국 최대 규모이자 국내 최초의 개방형 성인용품점인 '라이트타운'이 있다.  올 9월 개장하자마자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탄 곳. 행인들로 붐비는 서면 1번가 메가박스 옆에 위치한 라이트타운은 대형 팬시점 ‘다이소’를 연상시키는 밝고 깔끔한 간판을 달고 개방형 출입구를 갖추고 있다. 물론 미성년자는 출입할 수 없다.

라이트타운은 손님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이곳은 또 손님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기자는 매장 측에 양해를 구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이곳엔 사진 촬영금지 안내문과 함께 흥분제나 비아그라 같은 불법의약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건전한 성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구도 함부로 비난하거나 조롱할 수는 없다. 그 욕구의 해소 도구인 성인용품 구매 역시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기자는 이곳을 둘러본 다음 용기가 없어서, 혹은 타인의 눈길이 무서워서 성인용품점의 출입을 꺼리던 성인들의 성적 욕구를 상당 부문 해소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은 건전한 성문화 확산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대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용품’이 주는 음침하고 폐쇄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라이트타운 매장은 넓고 환하고 밝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궂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내에는 젊은 커플들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성인용품점에 대한 음침하고 폐쇄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밝고 깔끔한 분위기에 손님들의 표정도 자연스러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거리에 있는 세계 최대 개방형 성인용품점을 연상시켰다. 

매장 내부에는 콘돔과 같은 피임기구는 물론이고, 바이브레이터나 애널 용품 같은 생소한 제품까지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매장 내부에는 각종 성인용품들이 그 용도에 따라 진열되어 있다. 콘돔과 같은 피임기구는 물론이고 ‘바이브레이터’나 ‘애널용품’ 같은 생소한 제품까지 모두 모여 있다. 제품마다 에자세한 사용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는데, 노골적인 듯하면서도 유머가 가미돼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위트 있는 내용이다. 남녀가 같이 매장 내부를 둘러보는 데서 오는 민망함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매장의 배려로 느껴졌다. 

매장 곳곳의 마네킹에는 소위 변태적 성적 취향의 일종인 새디즘, 또는 매조히즘과 관련된 소위 SM용품들이 부착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또 매장 곳곳에 서있는 마네킹에는 자극적인 SM(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뜻하는 새디즘, 마조히즘의 약자)용품이 부착돼 있다. 그런데도 낯 뜨겁고 민망하기보다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것은 매장 전체가 주는 밝은 이미지 때문인 듯 했다.

라이트타운에는 성인 중에서도 이성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 두 곳 있다. 그 중 하나는 남성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남성용 자위기구를 판매한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커튼으로 드리워진 안쪽 공간은 여성용 자위기구들이 판매되는 곳이다. 업소는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자위기구 구매자들을 배려해서 남성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지하1층과 지상1층 총 2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이 매장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지만, 매장 내부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출입제한 공간이 두 곳 있다. 남성만 출입할 수 있는 지하1층 공간과 여성만 출입할 수 있는 커튼 너머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지상 1층에서 판매중인 제품들보다 훨씬 노골적인 제품들이 있다. 바로 자위용품이다. 혼자 매장을 찾는 자위용품 구매자들의 민망함을 고려해 이성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밖이 환히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도록 불투명처리됐다.(사진: 취재기자 변재용).

SNS를 통해 이슈가 되는 바람에 젊은이들이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는데 그렇다면 실제 구매 연령층은 어떨까? 또 어떤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할까? 

김성혁 경영기획부 팀장은 “아무래도 20대, 30대 젊은 분들이 매장을 가장 많이 찾긴 하지만 실제 구매하는 분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콘돔, 젤, 란제리 같은 소프트한 용품들이 가장 많이 팔린다. 하지만 의외로 소형 바이브레이터도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산대에 늘어선 손님들의 손에는 가격대가 싸고 거부감이 덜한 피임기구와 젤 같은 보조용품들이 많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가격대가 비싸고 노골적으로 이성을 형성화한 자위용품 등도 적잖이 나간다고 김 팀장은 귀띔했다.

우리나라 정서상 개방형 성인용품점을 운영은 이런저런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을 터. 김 팀장은 “아직 거부감이 심한 사람들도 많아서 출입문을 개방해 놓고 영업할 수가 없다. 또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돼 있어서 수시로 신분증 검사를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이곳의 한 직원은 “성이라는 주제 자체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굳이 숨기고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 개방형 성인용품점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라이트타운의 박효성 팀장도 “숨기지 말고 친근하게, 그리고 좀 더 안전하게 큰 (성적)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도와드리자는 취지로 개점하게 됐다”고 전했다.

라이트 타운을 개장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걱정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반응은 없다고. 박 팀장은 “보수 단체 등이 찾아와 시위를 할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하고 개점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1층에 매장이 생기면 지나가던 미성년자들이 보는 게 문제가 되지 않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밖에서는 매장 안이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 처리되어 있다. 개점 당시 구청에 관련 허가를 받아 법적으로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 

라이트 타운의 여성 공간에는 여성용 도구가 장착된 마네킹이 진열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주화).

주부 김모(48, 부산 남부민동) 씨는 딸과 길을 걷다 우연히 라이트 타운을 보았다. 건물이 크고 환해서 처음엔 화장품 가게인 줄 알았다는 그는 “젊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구경하고 성인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생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참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놀라워 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대학생 서모(21, 부산 해운대구) 씨도 “(가게) 안에 커플들도 많고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와 재밌게 구경도 하고 물건도 샀다”며 “기회가 닿으면 또 찾아올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타운은 앞으로 이곳 뿐만 아니라 체인점을 세울 계획이라고. 나아가 부산 서면을 유명한 '성 관광지'로 만들어 해외 관광객들도 찾도록 한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어쨌든 부산 서면에 자리 잡은 이 개방형 성인용품점은 변해가는 우리나라 성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임에 틀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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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2016-11-04 13:29:38
대박...하긴맞는말
모두가 성을좋아하는데
홍길동도아니고 숨길필욘없는듯

ㅇㅇ 2016-11-15 22:16:42
미성년자를 굳이 출입금지시키는것도 웃기네요~~ 물론 권장하는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요. 아무튼 좋은 가게인듯... 몰래몰래 쇼핑몰 이용하는것도 힘든데 체인점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차니마니 2016-11-16 22:21:44
소셜커머스나 온라인쇼핑몰 등등에서도 이젠 쉽게 구할수 있는 제품들이라
구석에 숨어서 판매할 필요없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곳에 있어도 이젠 괜찮은거 같아요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많이 생겨서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구입할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원키리님 2017-02-21 00:19:52
안녕 하세요.
이렇게 구할수 이다니 신기하네요.
이제 구석에 숨어서 안팔아 도 됐도 사람들이 많이있는
곳에 파니까? 좋게네요.
축하드려요

2018-12-24 23:50:36
너무 좋은데 들어갈 수 있는 영역 제한을 안 두는 거듀 좋을거 같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