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반려(伴侶) 동물’을 배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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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반려(伴侶) 동물’을 배반 한다
  • 김우진
  • 승인 2013.01.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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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이라는 말은, 애완동물이라는 단어에 동물이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더해, 친구라는 개념이 포함된 것이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저 출산 등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반려 동물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또한 이런 추세에 맞춰 애완동물 전용 호텔, 애완동물 장례식장, 애완동물 카페도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 동물 시장은 1조 원 규모에 달하며 전체 가구의 17.4%가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다른 신문인 경제투데이에 의하면, 올 상반기 반려 동물 수입액은 4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 330만 달러에 비해 22.9% 증가했다고 한다. 또, 애완견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73만 9000달러에서 올해 88만 9000달러로 20.3% 증가했고, 고양이 수입액은 4만 1000달러에서 32만 9000달러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반려 동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더불어 반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해 버려지는 반려 동물의 수는 연간 8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휴가철에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크게 증가하며, 올 해 7월 한 달 동안 버려진 반려 동물의 수는 약 1500여 마리가 넘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려 동물을 버리는 이유로는 반려 동물의 사료 값 부담과 반려 동물의 질병 발생, 그리고 개인 재정 문제로 인한 반려 동물의 사육비 부담 등이 꼽힌다.

동명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기완(23) 씨는 현재 3마리의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다. 그 중 한 마리는 2년 전 겨울,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와 키운 것이라고 한다. 그 강아지는 방광염이 걸린 상태로 버려졌고, 김 씨는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현재까지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동물을 병원에 데려 가보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죠. 그래도 생명이 있는데 병이 들었다고 사람이 동물을 버리는 것은 정말 ‘동물보다 못 한 짓’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남구 대연동에서 고양이 카페인 ‘위드 캣’을 운영하고 있는 최숙(27) 씨는 총 10마리 고양이의 엄마다. 최근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반려 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TBC ‘유레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최 씨의 카페가 소개될 정도로 그녀의 카페는 큰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녀의 카페가 유명해졌기 때문에 걱정거리도 하나가 늘어났다. 그 이유는 그녀의 카페가 유명세를 타면서, 최 씨의 카페 앞에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약 1주일 전에도 누군가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기 고양이를 카페 계단에 버리고 갔다고 한다. 그녀는 동물 애호가로서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카페가 알려지는 것도 좋지만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최 씨는 “저도 재정적 부담이 있는데 버리고 가는 모든 동물을 키워줄 수는 없거든요. 차라리 길에 버려진 동물이 있다고 사료를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도와줄 의향은 있지만 동물을 버리고 가면 솔직히 저도 난감하고, 너무 화가나요”라고 말했다.
남구 문현동에 거주 중인 권미숙(42) 씨는 딸의 ‘성화’에 애완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가끔 권 씨의 애완견이 ‘볼 일’을 가리지 못하거나 너무 시끄럽게 짖을 때에는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동물이 단순한 애완견이 아닌 가족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고 한다. 또 권 씨는 “솔직히 자식도 말 안들을 때에는 순간적으로 ‘안 낳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렇지만 진짜 그건 잠깐 드는 생각일 뿐이고, 언제나 사랑스러운 제 아들·딸처럼 동물도 똑같은 것 같아요. 동물도 마음에 안 들면 ‘확 버려 버릴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 번 키우기로 마음 먹었으면, 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무책임하게 버릴 거면 애초에 키우지 말아야죠”라고 말했다.

반려 동물이 버려지는 것은, 버려진 동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지자체 위탁보호소에서 유기 동물을 돌보는 법정 의무 보호기간은 10일이며, 이 시한이 지나면 법적으로 안락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 20일에서 1년까지 보호하지만, 70% 가량은 안락사되고, 재입양률은 많아야 20% 정도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버려진 반려 동물들은 쓰레기 봉투 등을 뒤지고 다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더럽게 할 뿐 아니라 질병을 옮길 위험성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는 대개 4∼5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유기 반려 동물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매일신문에 따르면, 아나콘다, 고슴도치와 같이 이색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색 반려 동물을 유기하는 문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2008년 1월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 동물 유기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나 실제로 버려지는 반려 동물의 수는 매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경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경미(20) 씨는 집 앞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서 버려진 음식물을 주워 먹는 개나 고양이를 보면서 동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강해져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장 씨는 “버려진 동물들도 불쌍하지만 쓰레기 봉투를 뜯어서 음식물을 먹는 동물들을 보면 비위가 상하는 것은 사실이죠. 그리고 주위는 난장판이 되고, 여름엔 음식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기도 하구요”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승은(23) 씨는 경성대학교 식당가 주변에 있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는 모습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보통 고양이의 수명이 11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길에서 크는 고양이는 아무 음식이나 주워 먹기 때문에 수명이 3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 학교 안에서 아무 음식이나 먹고 다니는 고양이들을 보면 안됐죠. 그런데 그런 고양이들이 또 새끼 고양이를 낳고 자꾸 ‘3년짜리 인생을 사는 고양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나타남에 따라, 각 지자체는 반려 동물이 유기되는 것을 막고, 유기 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 마포구와 경남 창원시에서는 유기 반려 동물을 예방접종한 뒤 무료 분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반려 동물 문화교실을 운영 중이며, 전북 전주시에서는 소외계층에게 유기 반려 동물을 무료 분양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 개선이다.

남구 대연동에서 ‘조양래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한 수의사(30)는 반려 동물을 키우고 버리는 것은 사람의 편의대로 하는 것이라며, 동물을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반드시 끝까지 키우겠다는 책임감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반려 동물 등록제와 같이 정책적인 부분의 변화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동물이라고 그들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죠. 그리고 그 책임감이 더 이상 유기되는 반려 동물이 없도록 하는 최고의 대책이 아닐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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