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수 급감으로 아쉬움 남긴 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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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수 급감으로 아쉬움 남긴 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 취재기자 정혜리, 정인혜
  • 승인 2016.10.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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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특집] 태풍·김영란법·영화인 보이콧 악재...이라크 후세인 하산의 폐막작 <검은 바람>상영 / 정혜리, 정인혜 기자
15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5일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은 배우 김민종과 최여진이 사회를 맡았다. 폐막식은 레드카펫 행사와 장편 경쟁부문 뉴커런츠상 등 각종 시상과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폐막작 <검은 바람> 상영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영화의전당은 쌀쌀한 날씨에도 폐막식을 찾은 영화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다만 예년처럼 유명 배우들의 참석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중국의 장치우 감독과 왕수에보 감독이 뉴커런츠상을 받았다(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중 가장 큰 상인 뉴커런츠상은 중국 왕수에보 감독의 <깨끗한 물 속의 칼>과 중국 장치우 감독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에게 돌아갔다. 이 외에 아프가니스탄 나비드 마흐무디 감독의 <이별>은 특별언급상을, 올해의 배우상은 <꿈의 제인>에 출연한 두 남녀 배우 구교환과 이민지가 수상했다.

시상식 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지를 보낸 사람들과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들의 이름이 차례로 스크린에 띄워졌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격려를 보냈고, 이후 폐막작 <검은 바람>의 상영으로 폐막식은 마무리됐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 폐막한다. 사진은 올해 영화제 공식 포스터(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영화제는 69개국 299편의 영화를 초청 상영했다. 이 중 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는 94편, 해당 국가를 제외하고 해외 상영이 처음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8편이었다.

관람객수는 급감했다. 올해 영화제 관람객 수는 16만 5,149명으로 지난해 관람객 22만 7,377명보다 6만여 명이나 줄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대 네 번째로 적은 관객수다. 관객이 급감한 이유로는 ▲부산시·영화제조직위 간 갈등으로 인한 준비 기간 부족 ▲김영란법 시행 ▲영화제 직전 들이닥친 태풍 ▲영화인들의 불참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대형 상업영화 감독·주연 배우 대다수는 보이콧을 선언하고 영화제에 불참했다. <아가씨>의 박찬욱,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소속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영화제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한국 상업 영화 최고 화제작 <부산행>과 <터널>은 아예 출품을 거부했다. 감독이 오지 않으니 배우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우성·손예진·이병헌 등 굵직한 배우들이 무대에 섰지만, 레드카펫에서는 이들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개막 하루 전날에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해운대 BIFF빌리지 야외무대가 모두 부서지면서 해당 장소의 행사는 모두 영화의전당 광장으로 옮겨져 진행됐다. 영화의전당은 해운대 해수욕장과 비교해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이라 예년만큼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더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저녁 모임 자체가 조심스러워졌다. 매일밤 축제 분위기였던 해운대 해변은 ‘을씨년스럽다’는 평가마저 나돌았다.

국내 영화인들의 공백을 그나마 채워준 것은 해외 영화인들이었다. 상영작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찾은 <쓰리 타임즈>, <자객 섭은낭>의 허우샤오시엔 감독, <태풍이 지나가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창동 감독의 공개 대담은 관객들로 영화의전당 비프힐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본 스릴러 영화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도 <은판 위의 연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의 유키사다 이사오, <하모니움>의 후카다 코지, <얄미운 여자>의 구로키 히토미 등 아시아의 거장 감독들도 부산을 찾았다. 일본 공포영화 <링>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 역시 영화제를 찾아 자리를 빛냈다.

부산영화제의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도 있었다. 지난 7월 타계한 이란의 명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회고전은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었다. 중남미 영화 신흥 강국 콜롬비아의 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돼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벡스코에서 진행된 ‘아시아필름마켓’에는 24개국의 157개 업체가 참여해 세일즈 부스 62개를 운영했고, 47개국 1,300여 명의 영화 관계자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아시아필름마켓에선 계약 건수와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었고,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지적재산권 마켓’ 역시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에 대해 자체 평가하고 있다(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15일 오전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감히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계 전체가 영화제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영화제는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영화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책임과 연대를 가져야만 세계 영화시장에서 아시아 영화가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제를 위한 애정과 지지의 끈을 절대 놓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린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내년에 더욱 알차게 영화제를 준비해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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