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지식인이라고요?
상태바
그대가 지식인이라고요?
  •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08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유식씨라는 지식인

김유식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 사람은 꽤 유식한 사람이었습니다. 공부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어 모르는 게 거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이 그였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는 물론 일반 상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 할 정도로 그는 유식했습니다. 그냥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깊게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김유식씨에게 어떤 문제의 해답을 물어보면 그는 즉각 명쾌하게 대답하였습니다. 가령 DNA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그는 생명복제가 어떻고 쩌쩧고 하면서 아주 자세하게 얘기하였습니다. 아울러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이 우리 인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지식과 생각의 관계

김유식씨는 과연 머릿속에 지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유식씨가 머릿속에 가진 생각은 옳을 것일까요? 지식과 생각! 이건 따져 보아야 할 화두입니다. 어떤 사람이 지식을 많이 가지면 그의 생각은 옳다며 <지식 많음 = 생각 옳음>의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생각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수 있습니다. 지식이 머릿속에 아무리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생각은 잘못될 수 있으며, 머릿속 지식은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가진 생각은 옳을 수 있습니다.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에 대한 지식이 많았던 김유식씨가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이 우리 인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생각일 수 있습니다.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시골 농부가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이 우리 인류를 전체적으로 파멸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인텔리로 자부하는 이 땅의 지식인들보다 보통 교육을 받은 평범한 촌부가 옳은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김유식씨처럼 지식은 많지만 생각이 그른 사람이 어떤 조직의 결정권자가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오히려 지식은 없지만 생각이 옳은 촌부가 더 낫습니다. 대개 그 조직의 결정권자가 어떤 지식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졌느냐가 그 조직의 앞날을 좌우합니다. 옳지 못한 생각을 가지면 결국 망하고 옳은 생각을 가지면 흥하게 되는 것이 뻔한 이치입니다.

지식과 다른 지혜

머릿속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그 지식들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 지식들이 나의 통찰력․판단력․사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도록 분별력 있게 지식들을 흡수해야 합니다. 김유식씨에게는 그런 분별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많은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에 대한 지식들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겠지요. 그리 되다보니 DNA를 이용하는 생명기술에 대해 아무런 통찰․판단․사고가 없는 천박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겁니다. 홍수 나는 곳에 식수가 모자라고, 자료가 많으면 정보가 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머릿속에 쓸데없는 지식만 쌓이면 쓸모 있는 지혜가 사라진다”라는 말도 가능합니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 속담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식이 많으면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하여 나의 생각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나의 생각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괜히 머리만 커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옳게 갖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