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남자와 결혼하는 게 맞아 죽을 짓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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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남자와 결혼하는 게 맞아 죽을 짓인가요?”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10.04 20: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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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과 국제결혼하는 한국 여성 늘어…"여성인권 경시하는 문화다," 네티즌들 비난여론 일색 / 정인혜 기자

주부 A 씨는 얼마전 캐나다로 유학 간 딸로부터 "외국 국적의 남자와 현지에서 결혼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그날로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 남자가 파키스탄 국적인 '무슬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이슬람 국가의 문화적 전통이 뇌리를 스쳤다. 딸은 결혼 후 어느 나라에 살지는 차차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자신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했다.

A 씨는 딸의 결정에 눈물로 반대했지만 딸은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A 씨의 남편은 “스스로 인간답게 살기를 포기한 자식은 나도 필요 없다”며 “진짜 결혼하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선언한 상태. “요즘엔 아침에 눈 뜨면 눈물 흘리는 게 일”이라는 A 씨는 “왜 하필 무슬림인지 모르겠다”며 또 한 번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이슬람권 국가 남성과 결혼하는 한국 여성들이 증가 추세에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결혼에 골인하는 국제 커플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슬람권 국가 남성과 결혼하는 한국 여성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이슬람교 신도)은 약 13만 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중동 출신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현재 국내 무슬림 인구는 이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에는 인도네시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이 포함된다. 해당 국적을 가진 남성들은 일자리·학업 등을 이유로 한국을 찾는데, 이들 가운데는 한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도 등 무슬림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은 총 10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슬람 문화가 여성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여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결혼 연령에 제한이 없으며, 9세가 넘으면 합법적으로 혼인 신고가 가능하다. 

무슬림 남자와의 결혼을 원하는 여성은 반드시 이슬람교로 개종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가족 중 여성 구성원이 결혼 전 남자를 사귀면 ‘여자가 정조를 잃었다’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명예살인’ 사례도 있다. 명예살인은 파키스탄·이집트·요르단 등 이슬람 국가에서 이뤄지며, 살해한 가족은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아예 처벌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파키스탄 남성과의 결혼을 내용으로 한 게시글은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사진: 네이트 '판' 캡처).

온라인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네티즌들은 이슬람권 국적의 남성과 결혼한다는 한국인 여성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지난해 한 웹사이트에 "파키스탄 남자랑 결혼하는 게 맞아 죽을 짓인가요?"라는 글은 추천 수 15개, 반대 수 589개를 기록했다. 댓글창에는 "맞아 죽을 짓이 아니라 때려 죽일 일," "인생 망치는 방법도 가지가지" 등 글쓴이를 비난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 2014년에는 무슬림 남편과 결혼했다는 신미선 씨의 피해담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호주 여성 난민의 집에서 무슬림 남성들로부터 납치와 살해 위협 속에 두 딸과 숨어 지내고 있다”며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호소한 바 있다. 현재 신 씨가 올린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국제결혼 정보회사의 시선도 국내 정서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국제결혼 정보회사의 한 매니저는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여성 인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 세계 보편적인 정서와 많이 다르다.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슬람권 국가 사람들은 그 나라 사람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혼 후 친정이 있는 한국에서 살면 몰라도, 남편의 나라로 가는 순간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권 국가로 사업 확장을 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회사 문닫을 일 있냐"며 손사래를 쳤다.

종교와 문화, 풍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슬람권 남성과의 결혼 자체를 백안시하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란 주장도 있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의 여성 사이의 국제결혼이 보편화된 마당에 무슬림과의 결혼만이 문제가 될 수 있느냐는 것. 

직장인 손모(41, 경남 창원시) 씨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테러와 여성 인권 무시 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주원인인 것 같다"면서도 "특정 문화권 사람들과의 결혼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미성숙하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화 시대에도 맞지 않는 편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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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원이 2016-11-06 14:22:40
언론에 비쳐지는 이슬람문화에 대한 편견과, 잘 모르는 데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도 큰 것 같아요.

조혜민 2016-10-18 03:21:54
아직 무서워서 기사에서 못나가는중ㅠ.ㅠ

조혜민 2016-10-18 03:14:00
그래도 무서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