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교육 받으러 왔나, 잡일 하러 왔나" 현장 실습생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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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교육 받으러 왔나, 잡일 하러 왔나" 현장 실습생 불만
  • 취재기자 서소희
  • 승인 2016.10.04 1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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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 실습대학생에게 허드렛일만 떠넘겨..."학교기업 활성화가 효과적 대안" / 서소희 기자

“일단 바닥 청소부터 해 주세요,” “에어컨 필터 청소도 부탁할게요.”

유아교육을 전공한 대학생 김모(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지난 겨울 방학에 부산의 한 유치원에 유아교육과 실습을 나갔다. 그는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실습과는 관련이 없는 숱한 허드렛일을 도맡게 된 것. 그는 “아주 사소한 가위질부터 교실 정리, 심지어는 선풍기와 에어컨 필터 청소까지 실습생들이 다 했다. 실습과 관련 없는 일을 시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근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 배출의 중요성이 커면서 학교와 기업 간의 산학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과, 간호학과 등은 물론 경영·이공계열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장 종사자들의 인식 부족과 적절한 교육 매뉴얼 등의 부재로 실습생이 허드렛일이나 하면서 제대로 된 현장 경험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  유아교육과에 재학 중인 임지현(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지난 5월 어린이집 실습을 나가게 됐다. 그는 “실습에 나간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잡일을 도맡아 하는 게 당연시 돼 있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의 수업자료를 정리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넓은 유치원 안팎은 물론 수영장 청소까지 맡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이집에서 유아교육과 학생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유치원과는 무관함(사진: 취재기자 서소희).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실습을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교사가 되기 전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한 것. 그러나 과도한 잡일 떠맡기에 실습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실습을 맡은 유치원 측은 유치원에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기 일쑤. 심지어는 실습생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이 청소 등 잡일이라고 말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모(27, 부산시 사직동) 씨는 실습생들에게 전문적인 일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청소를 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실습생들은 말 그대로 실습을 위해 유치원을 찾은 학생들이어서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다. 그래서 전문적인 일은 선생님들이 직접 하고 실습생들은 청소나 가위질 같은 비교적 쉬운 일을 맡긴다”고 말했다.

부산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47) 씨도 유치원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반에 들어가는 선생님이 한 두 명에 불과하다. 우리로서는 실습생에게 이런 저런 잡일을 시켜야 부담을 덜 수 있다. 실습생에게 제대로 된 실무교육을 시키려면 유치원의 인력을 늘리는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습에 대한 불만은 유아교육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 학생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한 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오나래(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방학 중 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그는 “간호 현장 경험을 기대하고 실습을 나갔지만 청소부터 병원 지침서 타이핑까지 실습과 상관없는 일만 시켜서 짜증났다”고 말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신모(25, 부산시 사하구) 씨도 “(재학생 시절에 인턴 나가서) 실무 경험도 했지만 실습과 관련되지 않는 일을 하라고 지시받았을 때 내가 실습을 하러 온 것인지 잡일을 하러 나온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지난 겨울방학에 한 병원에 실습을 나간 대학생 정모(22, 부산시 동래구) 씨도 “실무 경험을 쌓기보다는 허드렛일이나 하게 만드는 현행 실습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다.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고 학교와 실습 현장이 미리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송미숙 교수는 유치원, 어린이집에서의 과도한 업무 미루기는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데 비해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를 늘리거나 실습생들이 실습을 나가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경영·이공계 학생들의 현장 실습에도 드러나고 있다. 

전기공학과 출신 신입사원이 전기회로를 읽지 못하고 컴퓨터공학과 출신이 코딩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기업 스스로 대학생 실습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에 실습을 간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직접 돈을 취급하는 일을 시키거나 공대생들이 현장에서 값 비싸고 위험한 기계를 만지게 할 수 없다는 등의 제약이 따르고 있는 것. 

때문에 이같은 현장실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학교기업이다. 학교기업은 관련법에 따라 학교가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수익사업을 펴면서 동시에 관련 학과 학생들의 현장실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는 각급학교에서 195개의 학교기업이 설치돼 있는데 2015년 한해 동안 학생 4만 621명이 여기에서 현장실습을 받았다. 

경성대 학교기업 '시빅뉴스' 대표인 정태철 교수(커뮤니케이션 학부)는 "학교기업은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모든 여건과 제도를 제공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현장실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연간 104억 원 수준으로 연간 수천 억원 씩에 이르는 다른 국가지원 사업에 비해 크게 빈약하다"며 "정부의 인식이 하루 빨리 개선돼 학교기업의 지원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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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2016-10-16 09:16:28
현장실습이란게 참 애매한 위치죠.
실습진행하는 기업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습자로서 대우를 못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죠;

moa 2016-10-14 14:20:36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문제인거 같아요;
꼭 손이 부족한 어린이집만의 문제는 아닌거 같네요~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프로세스를 만든 것부터 시정이 필요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