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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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면
  • 부산광역시 김민정
  • 승인 2016.09.2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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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진까지 덮쳐...신뢰 잃은 정부 대처에 '각자도생'이 생존법인가 / 부산광역시 김민정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대한민국은 두 해 연속으로 큰 사건을 겪어냈다. 때로는 거대한 자연에, 때로는 전염병에 맞서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 및 관리자들이 보여준 안일한 태도에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인지 2016년 초, SNS에서 유난히 자주 보였던 말은 ‘올해 목표는 살아남기’라는 것이었다. 이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개인의 힘만으로 제각기 살아남아야 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뜻을 담은 말이었다. 뇌리에서 쉬이 떠나지 않던 그 말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16년 9월 12일 19시 44분경,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1시간쯤 후인 20시 32분 경, 다시 5.8 규모의 본진이 이어졌다. 진원지는 경북 경주에서 남남서쪽으로 8~9km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대한민국에서 5.8 이상의 지진은 관측사상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다수의 사람들은 지진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들 말했다. 더불어 더욱 공포가 증폭된 이유는 국민들이 기댈 곳 없이 각자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진 발생 시에 책상 밑으로 숨어야 하는지, 문틀로 가야 하는지, 화장실에 있어야 하는지,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등 실제 상황 발생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며 언론사 및 개인이 각자 서로 다른 대처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잘못된 정보를 습득했다간 생명이 더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급히 대책을 세워왔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야 배의 과다선적이나 생존 수영에 대한 이슈가 떠올랐고, 메르스 사태가 터져서야 바이러스 및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방역 및 청결을 강조했다. 그마저도 국가차원에서 잘 시행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사태가 일단락된 후에 책임전가를 위한 국면 전환에 급급해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12일 밤, 지진이 발생했던 당시에 한 고등학교에서는 야간 자율 학습 중이던 학생들이 “기다리라”는 교내방송과 선생님들의 제지를 무시하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 이는 이미 학생들조차도 중앙의 지시와 통제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들의 행동은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정부의 재난대처는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너무나도 쉽게 다운됐고, 상황이 모두 종료된 후에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문자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급격한 트래픽 폭주로 인한 SNS 마비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 전화와 메신저를 통한 연락이 힘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이들은 통신 관련 국가 기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되었고, 실제 전쟁이나 강력한 자연재해 발생 시에 나라가 어떻게 될지 예상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좀 더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른 이의 말에 순응하는 대신 개인의 판단을 더 우선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상시에 개인적인 행동은 더 큰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비규환 속에서 질서나 통제 없이 탈출하다가는 압사의 위험에 노출되는 등 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이나 노인을 먼저 위하는 시민의식도 사라질 것이다.

지난 9월의 지진은 정부와 개인 모두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다시 한 번 대규모의 지진이 온다면, 우리는 그 날과 같이 패닉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행동강령을 숙지하지 못한다면 그저 지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건물과 원전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우왕좌왕하게 될 것이다.

언제 생길지 모를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대피소의 위치와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행동강령을 알리고 신속한 연락을 통해 대피를 지시해야 한다. 동시에, 개인 또한 지진과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의식을 갖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없어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지진만큼은 안전하다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도록 우리 모두 조심하고 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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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마니 2016-12-01 15:55:14
세상이 어떻게 이젠 각자 살아남아야되는 세상이 되었는지
누구도 믿을수 있는 세상일수도 있지만 아직 주위에는 가슴 따뜻한 마음을
가진분들도 많이 있으니 함께 더불어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솔솔바람149 2016-10-23 10:54:45
각자도생...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니..
더 이상 나라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신과 불안이 극도로 치닫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