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군청은 알바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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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군청은 알바천국
  • 이서림
  • 승인 2013.01.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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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구하느라 혈안이 된다. 일부는 구직 사이트를 뒤져 용돈벌이 정도의 일감을 찾지만 많은 학생들이 알바 구직에 실패해 울상을 짓는다. 이러한 알바 구직 속에서 기장군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알바 천국’에 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주위 대학생들의 부러움을 산다. 군청이 관내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대학생 부업 프로그램이 조건도 좋고 사회 경험 쌓기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장군청 총무과 남선희(42) 씨에 따르면, 2011 하계 대학생 부업 일자리 수는 30개로, 43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14: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겨울에도 5: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남 씨는 학생들이 관공서에서 일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지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장군은 매년 여름, 겨울 방학때 대학생 부업 신청을 받아 보통 30명 안팎을 선정한다. 그 중 10명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의 자녀로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 20명은 추첨으로 뽑는다. 특히 추첨은 신청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된다.
 

알바 일감은 군청을 비롯한 각 면사무소, 보건소, 기장도서관 등의 행정사무보조다. 배치된 학생들은 직원들의 일을 돕는다. 특히 군청 측은 학생들의 전공을 살려 부서를 정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경력 쌓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모 대학의 간호학과 3학년인 송희 씨는 지난 여름 방학 군 보건소 건강증진계에 배치 받아 일을 했다. 그녀는 원스톱 건강관리 사업에 참여해 대상자의 등록, 혈압측정과 기초검사기록 업무를 보조했다. 송 씨는 “간호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이게 되어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일광 면사무소에서 한 달간 근무한 경상대학교 임한수(20) 씨는 군청알바를 계기로 대인관계에 있어서 내성적 성격을 극복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어르신들이 많이 와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웃으며 말동무도 되어드린다며 “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생활의 매너를 배운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3년 동안 5번을 지원했지만 한 번도 뽑히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 중 한 명이 일광면에 거주하는 임한임(22) 씨다. 하지만 임 씨는 어딜 가도 이보다 좋은 아르바이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은 대학생활이 끝나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다시 신청할 뜻을 비췄다.

관공서 알바를 보는 부모님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딸이 1년 전 정관면 면사무소에서 일을 했다는 이외철(54) 씨는 “식당 같은 곳에서 하는 허드레 일은 학생들에게 고생만 잔뜩 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관공서 알바는 그래도 사무 일을 조금은 보고 배울 수 있고 공무원들의 일을 옆에서 돕는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하다”며 “기장군에 사는 대학생이라면 이 특별한 혜택을 꼭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다른 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그저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뿐이다. 부산 시청을 비롯한 서구, 동구 등 다른 행정기관 관계자들은 예산 부족과 효율성 저하 등을 이유로 내세워 당분간 대학생 알바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기장군에 거주하는 우은지(21) 씨는 다른 지역에 사는 대학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산다고 한다. 그녀는 친구들로부터 “기장으로 이사를 가야겠다”며 농반진반의 말을 자주 듣는다며 은근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부산 시청 등의 예산타령은 말 그대로 변명이다. 기장 군청의 대학생 알바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예산은 매년 9천만 원 정도로 전체의 0.05%도 안된다. 또 부산 지역 외 전국의 많은 지방 자치단체들이 기장군청과 유사한 대학생 알바 프로그램을 수년 째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모든 구청에서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시행하고 있고, 인천시와 수원시, 밀양시, 울진군 등 많은 자치단체들도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많은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지은(25) 씨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부산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 대학생들의 건전한 부업을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관공서 알바는 장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부산시 등 자치단체의 무성의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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