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친절하게 설득하면 여성혐오는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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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친절하게 설득하면 여성혐오는 사라지리라
  • 부산광역시 한유선
  • 승인 2016.09.23 20:1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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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광역시 한유선

지금은 내가 동생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심부름시키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반대였다. 동생이 밥을 먹다가 목이 마르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자연스레 일어나서 동생이 마실 물을 떠다 줬다.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부터 대학 2학년을 재학 중인 지금까지 할아버지가 내게 용돈을 준 횟수는 셀 수 있을 정도였는데, 동생은 중학교 3학년인 지금 매일 3,000원씩 용돈을 받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여자이고, 동생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페미니즘 사이트 ‘메갈리아’가 등장한 이후로 여성 혐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4월, 네이버 웹툰 ‘윌유메리미’의 작가 ‘마인드C’는 여혐 논란으로 서강대에서 예정되어있던 강의가 무산되었다. 5월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한 여혐 논란으로 언론이 매우 시끄러웠고, 7월에는 성우 김자연 씨가 메갈리아 사이트 티셔츠 인증샷을 SNS에 올린 후, 게임회사 넥슨이 자사 게임의 캐릭터 목소리 연기자에서 그녀를 제외시키면서 또 한 번 여성혐오에 대한 논쟁이 나타났다. 

전 야구선수 박찬호 씨는 배우 이시영 씨와 같이 TV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여자 배우 이시영 씨에게 달리기에서 뒤지는 굴욕을 당했다. 그후 지난 12일에 박찬호 선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 배우 이시영 씨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진짜 사나이>에서 이시영 부사관 후보생한테 뒤처지고 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한다. 거 이시영 씨보다 못하세요?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한다. 이시영은 여자가 아닐 겁니다!”라는 글과 함께 자신이 샌드백을 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게시글로 인해 SNS상에서 많은 여성들이 분노했다. 이들은 박찬호 씨가 여성이 남성보다 약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여성혐오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여자는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게 사실인데 왜 박찬호의 발언이 성차별적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상대를 공격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 혐오란 단어는 여성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을 지칭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혐오의 의미는 매우 포괄적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등이 여성혐오에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박찬호 씨의 SNS 게시글이 논란이 된 이유는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는 편견을 글에 표현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체급의 여성과 남성이 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전적 요인, 혹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뛰어난 여성이 있을 수 있다. 이시영 씨는 아마추어 권투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갈 정도로 운동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신체적 능력이 좋은 게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박찬호 선수가 여성이 남성보다 약한데 여성에게 져서 자신의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그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증거다.

최근 여성혐오 현상을 지적하는 말을 하면 “별게 다 여성혐오다”라고 대응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맞다. 별게 다 여성혐오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동생과 나를 차별했던 것부터 박찬호 선수가 “이시영은 여자가 아닐 겁니다!”라고 말한 것까지 모두 다 여성혐오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여성혐오라고 지적할 때마다 그렇게 예민하게 대하면 세상이 더 어지러워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그만큼 성차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 뿐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들이 여성 해방, 양성 평등, 즉 페미니즘을 외치기는 힘들다. 페미니즘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남성들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남성들에게 성차별적 틀 속에서 살게 해왔고, 우리는 그 틀 속에 갇혀서 살아왔고, 그 틀을 부정하지 않도록 배워왔다. 그래서 혹자에게는 지금 페미니스트들이 외치는 말이 낯설고 타당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80년 넘게 남아선호사상을 당연시했던 우리 할아버지, 손녀보다 손자가 우선인 그 할아버지가 평생 여자인 나와 남자인 내 동생을 동등하게 바라보기 힘든 것처럼.

여성 혐오에 대한 논쟁과 토론과 문제 제기가 지속되면, 많은 사람들이 양성 평등을 깨닫게 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세상에 빠르고, 조용하고, 친절하게 변화하는 것은 없다. 사람들 의식을 바꾸는 변화는 더욱더 충돌하고, 화를 돋우고, 아프게 변화한다. 그래서 나는 여성 혐오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화 내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묘사된 대로 20세기 초 영국은 남자가 만든 법 앞에서 여성들이 처참하게 짓밟히던 시대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오지 않은 진짜 양성평등의 날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우아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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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6-11 23:50:48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기사 머릿부분에 나오는 두 사례는 얼핏보면 착각으로 여혐으로 비추어볼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지금의 할아버지의 사고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생각이지 그것이 어떻게 여혐으로 이어지는지는 것은 오류로 보이네요. 또한 박찬호의 발언은 일반적인 사고와 편견입니다. 여성을 혐오한다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와우 2017-03-03 13:35:50
여성혐오 주장하면 메갈인가요..... 기사에 비해 댓글 수준이 바닥을 치네요 ㅠㅠ...;;

메갈...... 2017-02-26 17:45:55
시빅뉴스에도 메갈 기자가 있다니...

이건뭐지 2017-01-20 20:27:01
말 같지도 않은 논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