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 폭탄에 서민의 애물단지 되고 만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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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폭탄에 서민의 애물단지 되고 만 에어컨
  • 부산광역시 손은주
  • 승인 2016.09.23 15: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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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심판대 오른 '전기료 누진제,' 가을 찾아왔지만 반드시 개선돼야 / 부산광역시 손은주

집집마다 커다란 전시물이 하나씩 있다. 바로 에어컨이다. 사람들은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여름에도 섣불리 에어컨을 켜지 못했다. 이유는 바로 ‘전기 누진세’ 때문. 누진세란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 절약을 유도하는 제도다. 산업용과 상업용 전기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오직 가정용에만 누진세가 적용된다. 이 제도 때문에 자취하는 원룸촌 대학생들은 선풍기 하나로 찜통더위를 버텨야 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를 가장 적게 쓰는 1단계와 가장 많이 쓰는 6단계 요금은 11.7배가 차이 난다. 반면, 누진세를 적용하는 다른 나라는 최저요금과 최고요금이 2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프랑스와 독일 같은 경우는 누진 요금 제도가 없다. 누진세 논란이 국내에서 폭염보다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결국 8월 11일, 정부는 7월~9월 석 달은 전기료를 20% 인하하는 등 한시적으로 전기 누진세를 완화했다. 완화 정도는 가정에서 하루 4시간씩만 틀면 요금 폭탄이 없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크게 효율적이지 못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누진세 ‘폐지,’ 또는 최소한 ‘4단계로의 완화’였다. 민생을 위해 존재한다는 정부가 민생을 위해 완화한 정책은 너무 미미하다.

‘전기 요금’이란 단어는 옛날 얘기다. 전기 요금이 이제는 세금이나 다름없는 ‘전기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가정용 전기에 누진세라는 억지 잣대를 들이댄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블랙아웃,’ 즉 대규모 정전 사태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누진세 완화에 따른 전기 남용으로 인한 정전을 걱정했던 건데, 가정에서만 전기를 절약한다고 해서 블랙아웃이 일어나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 전기는 약 13%에 불과하다. 산업용 또는 상업용 등에 쓰이는 전기 사용량 87%의 전기를 절약해야 할까, 아니면 가정용에서 쓰이는 고작 13%의 전기를 절약해야 할까? 설득력 없는 정부의 논리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 와중에 한국전력공사 직원 100여 명이 샌프란시스코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대부분 언론은 간부들이 놀러 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11조 원이 넘는 영업수익을 올렸다. 지난 몇 년까지만 해도 적자였던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누진세로 벌어들인 돈이 그 흑자에 기여한 것은 뻔하다. 한국전력공사는 욕심쟁이다. 시민 5,000여 명과 곽상언 변호사는 욕심쟁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누진세 전기요금 반환’ 소송을 걸었다. ‘머니투데이’에 의하면, 이들이 요구한 청구 금액은 1인당 50만 원이다. 또, 현재까지 누진세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총 1만 9,000여 명에 달한다. 전 국민의 호소에도 크게 바뀌지 못한 전기 누진세는 사실은 정부가 돈이 되는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욕심에서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8월, 나의 어린 동생이 새벽에도 계속된 폭염 더위에 몇 번이나 울며 깼다. 동생은 이제 겨우 24개월. 어린 아기도 푹 찌는 올여름은 버티기 힘들었나 보다. 그저 너무 더웠던 8월의 폭염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에어컨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더위가 끝나기 전에 누진세 문제가 해결될까 기대했지만, 더위가 먼저 끝나고 있다. 한때 지나가는 계절이 배경이 돼서 그랬던 걸까. 지진이 터지고 추석이 지나자, 폭염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던 누진세 논란이 가을의 선선한 바람 따라서 식어 들고 있다. 그래도 매년 돌고 도는 계절이기에,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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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 2016-10-16 15:48:27
오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수정했습니다.

김연수 2016-10-16 10:35:45
글 잘 읽었습니다~ 2문단 첫째 줄에 '적제' 오타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