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불국사·보문단지..."관광철에 줄줄이 예약 취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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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불국사·보문단지..."관광철에 줄줄이 예약 취소" 한숨
  • 취재기자 박준우
  • 승인 2016.09.23 04: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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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경주] 주민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려"...일부는 "언론 과장보도" 불만도 / 박준우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지진 포비아(phobia,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경주에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후 열흘 간 40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고, 국민들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재난 문자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지진 관련 소식에 귀 기울이며 하루하루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정도면 지진이 우리네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마땅한 방재 대책이 없음은 물론이고, 지진이 언제 또 들이닥칠지도, 끝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시빅뉴스 취재팀이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 인접해 피해를 입어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주 일대를 둘러보았다. 

평소에는 인파로 북적이던 경주역 앞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경주에 도착해 불국사까지 가는 길은 한산하다 못해 휑했다. 불국사 주차장 역시 빈자리로 가득했다. 원래 이렇게 인파가 없냐는 기자 질문에 불국사 직원은 “이 맘 때쯤이면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가득 차야 하는데 올 11월까지 대부분의 예약이 취소됐다”며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취소하겠다는데 방법이 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만 보이는 불국사 내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그의 말처럼, 불국사 내부에 인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드문드문 단체로 온 외국인 관광객들과 촬영 온 방송국 관계자들만 보일 뿐이었다. 미국인 관광객 크리스(32) 씨는 “호텔에 있었는데 숙소가 흔들려서 조금 놀랐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며 “한국에 더 이상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 미오(28) 씨는 “일본에서는 워낙 큰 지진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며 “한국 사람들이 패닉에 빠진 것 같은데, 지진이 났을 때는 무엇보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국사 앞 식당가 역시 점심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국사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가게 주인은 “날이 선선해지면서 이제 관광객들로 붐빌 시긴데도 지진의 여파 때문에 손님이 없다”며 “매출이 급감하면서 피해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경주 내 숙박 단지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관계자는 “경주 지역 리조트 역시 예약 취소 통보가 이어지면서 손해가 크다”며 “오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니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은 받겠지만, 사실상 위험지역이라는 인식이 커져 관광객이 지금보다 더 오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로 알려진 경주 내남면 내남 초등학교는 어떨까. 내남 초등학교로 향하는 길에서 택시기사 박문수(56) 씨는 “지진 때문에 경주 내 관광 산업이 모두 망하게 생겼다”며 “사실 반 토막 난 집은 찾아 볼 수도 없고, 원래 집이 오래돼 겉에 금이 조금 가거나 기와 몇 개가 떨어진 것이 대부분인데 언론에서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로 알려진 내남 초등학교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내남 초등학교에 도착해 학교를 둘러봤다. 바깥에서 분주하게 작업하는 인부들의 모습과 교사 안에서 평소처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내남 초등학교가 이번 지진의 진원지로 알려졌는데 피해가 크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남 초등학교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에 비해 우리 학교는 신기하리만큼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며 “정밀 공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벽 페인트가 조금 벗겨지고 2층 천장에 작은 금이 간 게 피해의 전부”라고 말했다. 덧붙여 “인부들이 작업하고 있는 것은 지진 이전부터 실시한 외벽 공사 작업인데, 기자분들이 지진 이후에 실시하는 공사인 줄 알고 찍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 피해를 입어 금이 간 집 내부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학교 근처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다 만난 주민 고경자(76, 경남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씨는 겉에서 보기엔 지진 피해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집 내부에는 피해가 있다며 기자를 집으로 이끌었다. 고경자 씨는 “지진 때문에 전에 없던 금들이 생겼다”며 “살짝만 집이 흔들려도 지진일까 싶어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최창석(82,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씨 역시 “집에 물이 새서 바가지를 세워두고 옥상에도 벽 시멘트에 금이 쩍쩍 가있다”며 “크게 기대도 안 하지만 나라에서 보상을 해 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인 고귀분(83,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씨는 “이번 지진이 일어나 대피하다가 크게 다쳤다”며 “지진 대피와 관련해 안내받은 것도 없고 이러다가 다 죽으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진에 놀라 대피하다가 부상을 입었다는 내남면 마을 주민 고귀분(83) 씨의 팔(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반면 지진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궁금해서 왔다는 대학생 정재원(25,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 씨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만큼 피해가 심각한지는 잘 모르겠다”며 “담장의 벽돌도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게인데도 떨어진 흔적이 없고, 사실 집이 오래 돼서 원래 금이 간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진 관련 보상에 관해서 경주시 지진 관련 관계자는 “우선 이번에 지진 피해로 인해 지원되는 건물은 상가, 공장 등을 제외한 긴급처치가 필요한 주택들”이라며 “피해 정도에 따라 크게 소파(小破), 반파(半破), 전파(全破)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이 소파이기 때문에 지원금이 주민 기대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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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희 2016-09-23 13:22:39
기사좋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