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갔더니 제사비 내라"…취준생 타깃 삼은 사이비 포교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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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갔더니 제사비 내라"…취준생 타깃 삼은 사이비 포교 성행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09.19 17: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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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상담 등 위장해 특정 종교 입교 강요...법적 제재도 어려워 / 정인혜 기자

취업준비생인 박혜인(28, 부산 북구) 씨는 얼마 전 지인과 크게 다퉜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취업 상담가’라는 사람이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 신자였던 것. 만남 초반에 취업 정보를 전해주던 그 ‘상담 선생님’은 시간이 갈수록 종교 이야기를 들먹이며 교회에 나올 것을 강요했고, 급기야는 제사 명목으로 돈까지 요구했다. 

박 씨는 “평소에 내가 이런 일에 걸려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취준생을 이용해서 포교 활동을 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회사 이직을 준비 중인 김동호(33, 경기도 포천시) 씨도 취업 스터디에 나갔다가 뜬금없는 포교활동에 곤욕을 치렀다. 네 명이나 되는 다른 스터디 멤버들이 단체로 김 씨 한 사람에게 교회에 나올 것을 권했기 때문. 퇴근 후 스터디 모임을 하는 게 전부였던 그는 멤버들의 계속되는 권유에 못 이겨 교회에 나갔지만, 웬 남자의 사진 앞에서 절을 올리는 그들을 보고 급하게 도망쳐 나왔다. 

김 씨는 “그 사람들은 애초에 포교를 목적으로 스터디 멤버를 모집했던 것”이라며 “한 번 당하고 나니 이제는 무서워서 스터디도 못 하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비 종교 포교활동이 성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가 밀집한 번화가에서 닥치는 대로 포교활동을 했다면, 최근에는 ‘취준생’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포교 대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심리 상담’과 ‘스터디’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취준생들에게 접근하는 등 사이비 포교 활동이 진화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들은 취업 스터디나 상담을 가장해 취준생에게 접근한 뒤,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종교 이야기를 꺼내면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한 사람에게 집중 공세를 벌여 판단력을 흐려놓는다는 게 특징.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은 친한 선·후배라며 지인을 소개해준 뒤 계속된 만남을 통해 성경 공부를 강요한다는 점을 이들의 공통점으로 들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 현행법상 사이비 포교 활동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방안도 없거니와, 경제적 손해를 입었어도 증명하는 절차가 어려워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다. 취준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기독교 이단 상담소 박형택 대표는 “최근 멘토, 직업 안내 등을 빌미로 취준생에게 접근하는 사이비 포교 활동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법적 제재가 힘든 만큼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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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 2016-10-01 16:23:54
간절한 사람을 대상으로 또 사기행각이 이뤄진다니 안타깝네요;;

Kook 2016-09-28 12:59:09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