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고양이를 부탁해”...신종 직업 ‘고양이 탐정’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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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고양이를 부탁해”...신종 직업 ‘고양이 탐정’ 등장
  • 취재기자 김민정
  • 승인 2016.09.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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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20여 명 활동...선수금 15~20만원에 사례비 20만원 안팎 / 김민정 기자

지난 6월 장은서(23, 경남 김해시) 씨는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크게 당황했다. 동생과 함께 며칠 간 집 주변을 돌며 고양이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다 장 씨는 온라인 고양이 카페에서 ‘고양이 탐정’의 도움으로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았다는 글을 본 후 고양이 탐정에게 고양이 찾기를 의뢰했다. 장 씨와 고양이 탐정은 며칠 간 힘들게 아파트 지하실 등을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찾아 나섰다. 장 씨는 “아직까지 우리 집 고양이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고양이 탐정들이 전문적인 방법으로 고양이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 찾을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늘면서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경우 역시 잦아지자, 고양이 탐정이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고양이 탐정은 국내에 약 2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 혼자 활동하거나 2인 1조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나 인터넷 사이트로 사건(?)을 의뢰받아 전국을 오가며 고양이를 찾아주고 있다. 한 달에 들어오는 의뢰 건수는 평균 20여 건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운영 중인 고양이 탐정 카페(사진: 네이버 카페 ‘고양이 탐정’ 캡처).

고양이 탐정에게 고양이 찾기를 의뢰하려면 우선 선입금을 내야한다. 지역마다, 탐정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하루 3~5시간 구조활동 기준으로 15만~20만 원 정도. 고양이를 찾게 되면 사례금으로 20만 원 정도를 더 내야한다. 고양이를 찾지 못해도 선입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의뢰를 받은 고양이 탐정은 신속하게 ‘출동’해서 의뢰인과의 면담을 통해 고양이 관련 정보를 청취한 후, 곧바로 집 주변에 고양이가 숨을 만한 곳을 먼저 수색한다. 2인 1조로 고양이 탐정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규(37, 인천시 남구) 씨는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초기엔 주변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뢰인과 함께 의뢰인 집이나 아파트 주변 주차장의 자동차 밑, 사람이 적고 조용하고, 어둡고 고양이가 몸을 숨기기 좋은 곳을 먼저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대개 집 주변에서 하루만에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고양이 성격에 따라서는 멀리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서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찾았다고 해도 포획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고양이 탐정 옥수철 씨에 따르면, 고양이를 발견하면 고양이가 도망가지 않게 천천히 사료나 캔으로 유인한 다음 의뢰인이 이름을 부르면서 접근하게 한 후 몸뚱이을 붙잡는 방법을 취한다. 그러나 간혹 의뢰인이 나타나서 이름을 불러도 도망가는 고양이가 있다고 한다. 옥 씨는 “고양이가 주인으로부터 도망간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통덫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나간 고양이를 언제 찾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조기간은 아주 빠르면 몇 십분이 될 수도 있지만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3개월 만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은 김희원(22, 부산시 북구) 씨는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겨우 찾은 고양이가 나에게 오지 않아서 통덫으로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고양이 탐정 김재규 씨는 오래 걸리는 의뢰인의 고양이를 찾기 위해선 여름이든 겨울이든 새벽부터 저녁까지 종일 걸어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 씨는 “찾은 고양이를 보고 울면서 품에 안는 의뢰인들의 모습을 보면 고양이 탐정만이 경험할 수 있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싼 비용 때문인지 고양이 탐정에게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간혹 고양이를 찾아줘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일 착수 전에 받는 선수금과 찾아 준 대가로 주는 사례비가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탐정 옥수철 씨는 "예전에 급하게 의뢰가 와서 출동한지 10분 만에 고양이를 찾아드렸는데 비용과 사례금이 아깝다고 카페에 후기를 올린 분도 있었고, 어떤 의뢰인은 내 앞에서 대놓고 막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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