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수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개선작업이 미비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부산에 위치한 주요 도서관의 수는 국립 도서관 29곳, 대학 도서관 36곳 등 65곳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영세하여 약 35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 걸맞지 않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도서관 인프라의 부족은 실제로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의 26.6%의 사람들만이 도서관에 한번 이상 간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산에 50년간 거주했다는 최영란 씨도 “책을 좋아하지만 도서관을 가기가 힘들다. 찾아갈 방법도 마땅치 않아 대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보는 편이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도서관 부족실태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에 집계한 국가도서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총 644곳의 공공도서관을 보유하여 1관당 인구수가 7만 6926명에 이르러 독일과 영국 등의 선진국에 비해 도서관이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도서관 부족 문제는 부산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2003년에 측정한 국가 문화 총생산(NCP)에서 한국은 측정 지표 중 GDP 대비 교육예산 배정부분과 1000명당 컴퓨터 및 인터넷 사용자 수에서 세계 상위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1인당 도서관 및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 수에서 밀려 큰 감점을 받았다. 당시 연구를 통해 미국의 수준을 100으로 기준으로 잡을 때, 프랑스 70, 일본 63, 한국 38로 나타나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고서는 1인당 도서관 수, 1인당 도서관 장서수, 10만명 당 박물관 수 등이 미국과 비교하여 각각 27%, 20%, 29% 수준에 머물고 있어 우리나라의 문화 활동 관련 기본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도서관들이 시설이 노후화되고 올바른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부산시내 대표적인 도서관인 초읍 시민 도서관은 1983년 개관, 30년이 다되어가도록 시설 증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서구에 유일하게 있는 강서도서관 역시 5만 3000명이 거주하는 곳 답지 않게 소규모에 4만 4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에 개관한 신 해운대 도서관에 다녀왔다는 한 시민은 도서관에 책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고 이것저것 잡다한 것만 많이 있다며 “그냥 돈 많이 들인 문화회관에 책이 조금 있다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전체 4층 규모에 책이 있는 곳은 2층의 한부분에 불과한데 그나마 책장이 절반 이상 비어있었다는 말까지 했다.
부산시 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시설과에서 개보수는 하고 있지만 이용자 분들의 눈에 안 찰 수 있다. 교육청의 열악한 재정 상태 때문에 증축하거나 새로 짓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도서관 신축은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배정받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예산은 각 도서관마다 다르지만 시민 도서관은 기본 운영예산 6억과 장서구입비 3억 5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는 “이 정도도 다른 곳에 비하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북 칼럼리스트 장동석 씨는 무비위크에 기고한 글을 통해 외국과 달리 한국 영화 속에서 도서관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독일 등에 비해 도서관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도서관이 자연스러운 공간이지만 우리는 ‘특별한 나들이 장소’”라고 적었다. 그는 인기영화 ‘해리포터’의 배경 중 하나인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보들리언 도서관을 예로 들며, 외국에서는 특별한 무대장치로 쓰이는 도서관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 도서관이 등장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