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와 이리 올랐노," 불평해도 제수 담은 손수레엔 행복이 가득
상태바
"아이구, 와 이리 올랐노," 불평해도 제수 담은 손수레엔 행복이 가득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9.13 0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 단대목 맞은 부전시장, 장꾼들로 북적...과일·한우갈비 등 가격 치솟아 / 정혜리 기자
추석 대목을 맞아 부산 부전시장에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가 몰렸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갈치 네 마리 한 박스 만 원!”
“싸다 싸. 오늘 배 최고로 좋아요.”
“2만 3,000원이던 LA갈비 오늘만 1만 5,000원에 드립니다!!”

12일 부산 부전시장은 추석 제수 준비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조금씩 비가 떨어지는 날씨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시장. 사람들은 양손 가득 까만 봉지를 드는 것으로 모자라 바퀴 달린 수레, 일명 '구루마'까지 동원해 장을 본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기 많은 손수레, 많은 사람들이 손수레를 끌고 장본 물건을 나른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카트를 끌고 다니며 장을 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부전시장 측이 손님들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신식 마트 전유물이었던 카트를 대여한 것이다. 카트를 사용하던 김정기(5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밀고 다니니까 편하긴 한데 사람 많은 오늘 같은 날은 못 쓰겠다”고 했다. 또 시장 상인들이 노점 장사를 막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부전시장에선 노점 판매상도 함께 장사할 수 있도록 노점상에 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답니다. 달아! 상주 배!” “명태포 사세요, 두 개 사면 더 싸다.” 번호 달린 수레를 끄는 장사꾼이 호객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은 1년 중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시장을 찾는 단대목. 상인들은 한 시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연신 싱글벙글한다. 건어물 상점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많이 바쁘냐는 질문에 “아, 바쁘지요. 바빠도 일할 맛 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옛날만큼은 못한데 그래도 평소보다 손님이 많아요”라며 손님들의 방문에 기뻐했다.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찾은 김채희(22, 부산시 동구) 씨는 “평소엔 마트만 다니니까 시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는지 몰랐다”며 “장을 보러 다니는데 그냥 사람들 사이에서 떠밀려 다녔다”고 전통시장을 찾은 소감을 말했다. 한과 가게에서 만난 정순자(72,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짐수레에 한과를 가득 담았다. 정 씨는 “우리 손주가 한과를 제일 좋아한다”며 “자식새끼들 와서 집이 복작복작할 거 생각하면 즐겁지”라고 웃었다.

올해 추석은 조업 부진으로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갖가지 생선이 진열된 부전시장 어물 코너(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과일전에서 갖가지 과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과일 중 배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조상을 생각하고 가족과 만날 생각으로 행복한 추석. 하지만 마음처럼 풍족한 차례상 차리기는 힘들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의 추석 선물세트 가격은 작년보다 사과(5kg) 2.2%, 배(7.5kg)가 9.5% 상승했으며, 한우갈비(3kg)는 33.7%나 올랐다. 올여름 가뭄으로 채소 작황이 나빠 채소값이 올랐고, 폭염 후 폭우, 강풍으로 조업이 시원찮아 물고기 생물 시세도 치솟았다.

수산물 가게 상인은 “사람 많아 보여도 가격만 물어보고 비싸다고 안 사가는 사람도 많다”며 “원가도 비싸고 이윤이 안 남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도 걱정이 많다. 이날 시장을 찾은 이형숙(5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산적할 상어와 문어랑 새우, 민어 하고 과일 조금 샀는데 20만 원 넘어뿟네”라며 혀를 찼다. 최미숙(48, 부산시 남구) 씨도 “마트보다 시장이 좀 쌀까 하고 왔는데 잘 모르겠다”며 “시장이 커서 이 가게 저 가게 들러서 비교 좀 해보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은 지난해 추석보다 12일이나 빠르다. 이 때문에 제대로 출하되지 않은 상품도 여럿 있다.

제사상에서 빠지지 않는 상어고기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총 3회(8.24, 8.31, 9.7)에 걸쳐 전국 17개 지역 41개소(전통시장 16개, 대형유통업체 25개소)를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성수품 28품목의 구입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은 22만 3,000원~22만 5,000원, 대형유통업체는 31만 6,000원~32만 9,000원으로 조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