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대학 기숙사 휴관... 고향 못 가는 학생들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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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대학 기숙사 휴관... 고향 못 가는 학생들 발 동동
  • 취재기자 이슬기
  • 승인 2016.09.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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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 문 닫는 곳도...온수 가동 중단에 "기숙사비 다 받고 왜 불편 주나" 반발 / 이슬기 기자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교 카페의 기숙사관련 공지글이다. 추석 기간 기숙사를 폐관한다는 공지가 적혀있다(사진 : 네이버 C대학 카페 화면 캡쳐).

취업난과 학업 부담, 아르바이트 때문에 명절 연휴가 돼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한 일부 대학들이 연휴 기간 동안 기숙사 문을 닫기로 해 머물 곳을 찾지 못한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은 추석기간 기숙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해당 학교는 9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총 9일 동안 기숙사를 폐관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입사시키기 전 사전 공지했고 이 기간에 해당되는 기숙사비를 공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개인의 특별한 사유로 기숙사에 남을 수 없다며 퇴실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5점 이상의 벌점을 부여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학생들은 일주일이 넘는 휴관 기간은 지나치게 길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대학 학생 이모(22) 씨는 “추석 당일만 쉬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기숙사를 휴관하는 건 아르바이트나 공부하기 위해 고향에 가지 않고 남아 있는 학생들을 아예 신경도 안 쓰겠다는 것”이라며 “설사 기숙사 운영 요원들에게 휴가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 해도 추석 연휴 중 빨간 날이 아닌 날에까지 기숙사 문을 닫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숙사 관계자는 “학교 내부 정보이기 때문에 연휴 기간 기숙사를 닫는 이유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구의 한 대학은 연휴 기간 기숙사 체류는 허용하지만 온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추석 기간인 14일부터 16일까지 난방시설과 온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인데, 학생 입장에서는 기숙사 비용을 다 내고 연휴라는 이유로 온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부당할 수밖에 없다. 기숙사 관계자는 “보일러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쉬기 때문에 온수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는 기숙사 자체를 휴관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불편을 고려해 보일러 가동만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숙사가 휴관하면 고향을 가지 않는 대학생은 물론 명절이 끝나기 전에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에게도 불편을 준다. 울산이 고향인 대학생 오민주(22,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연휴가 끝나기 전에 부산으로 오게 될 수도 있는데, 기숙사가 문을 닫으면 갈 곳이 없어 친구 집에서 머물거나 억지로 고향에 더 있어야 해서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알바몬에서 대학생 7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학생의 30.8%가 ‘아예 귀향계획이 없다’는 대답을 했다. 귀향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아르바이트(23.7%)’가 첫번째 사유로 꼽혔으며 ‘친척 어른들을 뵙는 게 부담스러워서(23.3%)’가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도 ‘귀향 비용 부담(15.1%),' ‘취업준비(13.2%),' ‘여행 등 다른 계획(10.0%)’ 등도 귀향을 포기한 이유로 조사됐다.

제주도가 고향인 대학생 김선주(22, 남구 대연동) 씨는 “기숙사에서 사는 학생으로서 긴 연휴 기간 동안 기숙사를 아예 휴관시켜 버리거나 씻을 수도 없게 온수공급을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향에 가지 못하고 타지에서 지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기숙사가 집처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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