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취업 스터디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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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취업 스터디도 변한다
  • 김정은
  • 승인 2013.01.1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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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 대학가에서는 각종 취업 스터디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최근, 기업들이 찾는 인재상이 변하고 면접 방법도 다양해지자, 대학생들의 취업 스터디도 진화하고 있다.

 

국내 한 유명 기업에 취업한 오형권(28) 씨는 취업 전 여러 회사에 도전하면서 여러 번의 면접 기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최근 기업들이 합숙 면접, 등산 면접, 판촉 면접 등 색다른 방법으로 지원자들을 테스트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취업하기를 원하는 회사가 등산과 합숙 면접을 실시한다는 정보를 얻고 ‘산행 스터디’와 ‘MT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산행 스터디에서 가파른 산을 타는 기술과 체력을 배웠고, MT 스터디에서는 춤과 노래 등 개인기를 갈고 닦았다. 그리고 그는 취업 동아리에서 연마한 능력으로 임원진과 지원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그 결과 가장 높은 면접 점수로 원하던 이 회사에 입사했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는 등산을 하면서 회사 간부들이 응시자들과의 대화를 나누고 정상에서 응시자들이 장기 자랑을 벌이는 면접을 통해서 지원자들의 체력, 창의성, 인성 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등산 면접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면접 방식에 대처하기 위한 이색 스터디는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아침형 인간’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스터디 그룹도 생겼다.

 

영남대학교 최혜인(23) 학생은 아침잠이 유달리 많아 이를 고치려고 고민하던 중 학교 내 게시판에서 ‘기상 스터디’ 모집 안내문을 보고 이에 참여했다. 기상 스터디란 학생들이 매일 이른 아침에 일정한 시각과 장소를 정해 만난 뒤 곧 헤어지는 취업 스터디 모임이다. 만나서 특별히 공부를 하거나 정보를 교류하는 것도 아니어서 ‘스터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이 모임은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대학가 신종 이색 스터디 그룹이다.

 

기상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는 경북대학교 정은지(25) 씨는 늦잠에 익숙한 참여자들이 옛버릇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벌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 스터디 참여자들은 아침 일찍 제시간에 나오는 것이 확인되면 각자 도서관으로 향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주 활동 목적이라 벌금과 보증금제도를 통해 스터디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녀는 한 달 간 모인 벌금은 매달 출석률이 가장 높은 학생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회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시간에 나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질문을 퍼붓는 ‘압박 면접’에 대비한 ‘면박 스터디’도 있다. 이것은 스터디 회원 간 돌아가면서 압박 면접 분위기를 조성해 모의 면접에서 상대방의 결점을 거침없이 내뱉어 실제 압박 면접에 대비하는 스터디다.

 

면박 스터디 회원 대구대학교 김연아 씨는 스터디 모의 면접 중, ‘얼굴이 그래서 사회생활 힘들겠다,’ ‘처음 들어보는 대학 이름이네요’ 등과 같은 모욕적인 질문을 받으며 실제 면접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를 쌓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색 스터디가 늘어나는 이유는 국내 유명 기업들이 회사 간부들은 질문을 던지고 응시자들은 앉아서 대답하는 전통적인 면접 방식을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카드의 경우, 지원자의 창의력과 자기 표현력을 평가하기 위해 종이 한 장에 자신을 표현한 사물이나 동물을 그리는 ‘그림 면접’을 실시했고, 샘표식품은 ‘요리를 알아야 주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4명이 한 조가 되어 1시간 동안 요리 작품을 만들어 내는 ‘요리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축구면접’을 통해서 협동심과 대인관계를 심사하고 있으며, 술자리 면접을 수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취업 정보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상현(30) 씨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기업의 면접 방식이 변화하면서 이색 스터디 모집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 생겨난 대학가 이색 취업 스터디는 그만큼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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