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취업률과 청년실업률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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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취업률과 청년실업률의 괴리
  • 편집위원 양혜승
  • 승인 2016.09.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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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원 양혜승

요즘 대학들의 최고 고민은 취업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만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취업률은 각종 사업에서 대학들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따라서 취업률이 낮으면 정부의 재정 지원에서 멀어진다. 그것이 현실이다.

교육부가 취업자로 인정하는 기준은 한 마디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졸업생 취업률은 5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며칠 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의 올해 취업률이 60.0%였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절반 정도가 놀게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해외취업자나 프리랜서, 혹은 1인 창업자 등을 포함시켜서 집계하기도 하는데, 그래봤자 4년제 대학의 졸업생 취업률은 60%대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같은 정부기관인데도 기획재정부 소속인 통계청의 관점은 사뭇 다르다.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청년실업률을 접하노라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대체로 10% 수준을 오르내린다. 지난 6월의 청년실업률이 10.3%였고, 7월은 9.7%였다. 교육부의 취업자 정의가 지나치게 좁아서 문제라면, 통계청의 취업자 정의는 지나치게 폭이 넓어서 문제다. 통계청이 내리는 취업자 정의는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다. 4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임시근로자, 일용근로자,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돈을 받지 않고 가족의 일을 돕는 경우도 모두 취업자로 포함된다. 취업이라고 간주하기엔 부적절한 경우까지 모두 취업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청년실업률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낮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실질적인 청년실업자들을 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경제활동인구란 노동 능력과 노동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의 판단 기준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느냐의 여부다. 즉 취업을 하려고 원서나 이력서를 접수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했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당장 이력서를 넣지 않은 사람, 벼룩시장을 열심히 뒤적였어도 이력서를 넣지 않은 사람, 혹은 취업을 포기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가 아니므로 실업자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취업을 포기한 사람이 용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주당 1시간만 일했다고 치자. 이 사람은 그 순간 취업자로 계산된다. 정부의 통계는 취업자로 계산되기는 수월하지만 실업자로 계산되기는 어려운 공식에 기반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수치에서 ‘의미’와 ‘의도’는 몹시 중요하다. 일단 청년실업률 10%라는 의미를 도무지 가늠할 길이 없다. 놀고 있는 사람이 10%라는데, 그렇다고 해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90%라는 의미도 아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수치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수치는 숫자놀음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대학을 몰아세우는 지표로 삼을 때는 취업률이 고작 50%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지표라 할 수 있는 청년실업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청년실업률 10%는 해도 너무했다. 청년 10명 가운데 1명만 실업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만한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정부의 의도가 불순하게 읽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민간 연구기관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정규직으로 옮겨가기 위해 비정규직에서 일하고 있는 비자발적 비정규직,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취업 포기자들을 포함하면 체감 청년실업률이 34%까지 뛰어오른다는 연구결과였다. 이 기관은 정부의 ‘공식 청년실업자’는 약 35만 명 수준이지만, ‘체감 청년실업자’는 179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충격적이지만 현실적인 발표였다. 통계청장이 발끈했다. “통계분석의 기본도 지키기 않는 무리한 수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공식 실업률’보다는 ‘체감 실업률’이 훨씬 이해하기 수월하다. 기본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부라는 사실을 정부가 직시했으면 한다.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책임을 대학사회에 전가하지 말고 제발 큰 그림을 그리는 정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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