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도모헌’... 카페부터 전시회까지 다양한 공간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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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도모헌’... 카페부터 전시회까지 다양한 공간으로 재탄생
  • 취재기자 이영아
  • 승인 2024.10.1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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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후 40년 만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면 개방
11월 30일까지 백남준 아카이브전 개최... 국내 최초 공개

1984년 처음 지어진 이후 대통령 지방 숙소, 부산시장 관사 등 다양하게 사용되다 40여 년 만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 곳이 있다. 바로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인 ‘도모헌’이다.

도모헌(DOMOHEON)은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도모헌’이라는 표어 아래, 부산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해 시민들의 공간으로 새롭게 붙인 이름이다. 휴식과 만남, 신선한 아이디어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무엇이든 자유롭게 도모하는 공간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복합문화공간 ‘도모헌’이 지난 9월 24일 전면 개방됐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복합문화공간 ‘도모헌’이 지난 9월 24일 전면 개방됐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지금의 도모헌이 되기까지

도모헌은 1984년 처음 건축된 이후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의 지방 숙소로 사용되었고, 이후 부산시장 공관이었다.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광안리가 보이는 지방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1993년까지 대통령의 지방 숙소와 시장공관으로 사용되다가, 1996년까지 3년간 부산민속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1998년부터는 다시 시장공관과 행사장으로 활용되었으며, 2004년 이후에는 열린 행사장으로 활용이 결정되면서 건물 외부를 공원으로 개방했다. ‘재벌집 막내아들(JTBC)’과 ‘지배종(디즈니플러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4년 도모헌이라는 이름으로 40년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도모헌은 건축가 최욱이 설계하여, 대한민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의 가치를 보존하며 새롭게 해석하는 창의적 복원을 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해, 지난 시대의 권위적인 관공서 건물의 모습에서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또한, 도모헌 본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인 야외공간도 정비해 시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로를 개선하는 등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소소풍 정원’이 부산시 제1호 생활정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도모헌의 공간들은 ‘걷고 머물고 기억하다’는 의미의 산보를 떠올리도록 리모델링했다. 여유롭게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고 계획하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산보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도모헌의 핵심이다.

소풍하듯 거닐며 정원 곳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소소풍 정원,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생태연못, 소소하게 부는 고요한 바람을 느끼며 휴식할 수 있는 소소풍 라운지, 부산 시민문화의 발전과 지역사회, 청년 예술가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다양한 회의 시설과 강연장까지. 도모헌의 공간들을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간에 스며든다.

많은 시민들이 도모헌을 방문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많은 시민들이 도모헌을 방문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풀 내음 나는 산책로,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정원, 광안대교가 보이는 마당

도모헌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소소풍 정원이다. 소소풍은 ‘소소하게 작은 소풍’이라는 뜻으로, 잠시 밖으로 나와 소풍하듯 거닐 수 있는 정원을 뜻한다.

자동차가 다녔던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방문객을 위한 산책로로 조성되어, 도모헌으로 향하는 길을 오르는 동안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들꽃부터 소나무, 허브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 풀 내음을 한껏 맡을 수 있다. 산책로 끝에는 건물 앞에 드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이, 정원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도모헌으로 올라오는 산책로부터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까지, 건물 내부에서도 그 모습이 훤히 보여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을 준다. 특히나 건물 앞에 드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에선 건물 사이로 광안대교가 보여, 휴식을 위해 찾은 사람에게 더 넓고 뚫린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도모헌을 처음 방문한 대학생 홍모(22) 씨는 “이쪽 길로 종종 다녔는데, 이런 공간이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높은 곳에 위치해 그런지 시원한 바람도 불고, 왠지 모를 고요함까지 느껴져 앞으로도 종종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소풍 정원에 시민들을 위한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소소풍 정원에 시민들을 위한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카페, 계단식 강연장 등 다양한 공간으로 조성돼

도모헌 건물 1층에는 소소풍 라운지와 모모스커피 매장이 있어 커피 한잔과 함께 도모헌의 공간을 즐길 수 있다. 모모스커피는 부산 대표 커피 브랜드로, 모모스 커피의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기 위해 도모헌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방문객이 많은 날에는 웨이팅까지 발생한다.

1층 메인 공간인 ‘소소풍 라운지’는 소소하게 부는 고요한 바람처럼 시대의 흐름과 감성을 담아내는 다목적 문화 공간이다. 현재는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어, 백남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식 강연장 ‘다할’에는 높은 천장과 계단식 좌석이 있어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다할에서 방문객들은 편안하게 수다를 떨거나 강연장 앞쪽에서 상영되는 영상을 쳐다보는 등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건물 곳곳에는 공유 오피스, 미팅룸 등 시민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조성되어 있다. 건물뿐만 아니라 건물과 이어진 야외에도 이용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어 도모헌 전체가 휴식과 힐링 공간으로써 시민들을 맞이한다.

도모헌 방문객이 계단식 강연장인 다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도모헌 방문객이 계단식 강연장인 다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어린이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도모헌 들락날락

도모헌에는 ‘들락날락’이라 불리는 어린이복합문화공간도 있다. 1985년에는 부산시장 관사의 경호원 숙소로, 2013년에는 부산시 공무원 시험 출제 장소인 ‘집현관’으로, 2019년에는 어린이 숲속 체험관으로 사용되다가 2024년에 도모헌의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으로 개관했다.

도모헌 들락날락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 도서관부터 영어 학습존, 스마트 플레이룸, 놀이체험실, 숲속 야외 체험실까지 학습부터 놀이까지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연 놀이터를 표방하여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자연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놀이 공간이다.

도모헌 들락날락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도모헌 들락날락에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도모헌에서 만나는 백남준 아카이브전... 외에도 다양한 행사 준비돼 있어

도모헌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도모헌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도모헌 아카이빙 콘텐츠 상영’과 ‘공간해설 투어 프로그램’, 계단식 강연장인 다할에서 부산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부산 스토리’까지. 앞으로도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다.

특히, 11월 30일까지는 도모헌 개관을 기념하여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전시회가 개최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 전시 활성화 공모에 선정돼 열리게 됐다.

11월 30일까지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전시회가 개최된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11월 30일까지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전시회가 개최된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이는 백남준의 협업 파트너였던 마크 팻츠폴이 기록하고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수천 점의 아카이브를 최초로 공개하는 뜻깊은 전시다. 거장의 창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방대한 자료들과 판화 작품들로 구성됐다.

아카이브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번 전시에서는 중요도가 높은 일부 자료만 우선순위로 공개된다. 여기에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담아 백남준의 예술철학과 실험정신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백남준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도 무료 상영한다. 이 외에도 블록 판화 카드 만들기, 태양으로 그림 그리기, 실크 스크린 체험, 포토존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일부 프로그램은 참여 신청이 필요하며, 도모헌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전시회에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백남준의 기록된 꿈, 그 꿈과의 대화’ 전시회에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이날 도모헌을 찾은 박모(52) 씨는 “리모델링 소식을 듣고 한번 방문해 봤는데, 주변 경관이 잘 보여서 힐링하러 오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대했던 것만큼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지는 않았다. 전시회가 있긴 했지만, 볼거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남천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 1시간 간격 셔틀버스도 운행

도모헌은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에 휴관하며 화요일부터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이용 요금은 따로 있지는 않지만, 특정 행사나 강연 등에 대해 이용료가 있을 경우 별도의 공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남천역이나 금련산역에서 약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주차장도 있으나 방문 인원에 비해 주차 공간이 부족해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한다.

도모헌은 방문하는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도 운행 중이다. 도시철도 2호선 남천역 1, 2번 출구와 도모헌 사이를 다닌다. 화요일에서 금요일,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도모헌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도모헌 누리집(www.busan.go.kr/domohe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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