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김한결 감독의 신작 영화인 ‘파일럿’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스타 파일럿이었던 한정우가 순간의 잘못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지자 여동생의 신분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뒤 겪게 되는 난관을 담았다.
주인공 한정우는 최고의 비행 실력에다 유명 TV쇼에 나갈 만큼 인기 있던 파일럿이었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서 했던 발언으로 인해 내부 고발을 당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돼 버린다.
너무 오랫동안 인기 속에 있었던 탓일까. 한정우는 자신이 실직됐어도 금방 돌아갈 거라 믿지만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술김에 한 번 더 입사지원서를 쓰게 되고 서류 합격 문자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한정우 본인이 아닌 자신의 여동생 한정미의 신분으로 위장해 여성 파일럿으로서 이력서를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재취업을 하고 싶던 한정우는 결국 여장을 한 채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결국 한정미 파일럿으로 잘 나가던 한정우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정체가 발각되고 다시 한정우의 삶으로 돌아온다.
매체 속에서 자신과 다른 성별을 연기하는 모습들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도 처음엔 뻔하디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란 반응이 다수였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갈등을 풀어나가는 장면에선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모든 것이 원상 복귀되어 모두가 행복한 그런 결말이 아닌 조금은 현실적이면서도 너무 무겁지는 않은 결말로 다가온다.
드라마나 영화 어느 곳이든 성별 갈등을 코믹이라는 장르와 함께 녹여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이 영화 역시도 그런 부분에서는 다루긴 다루되 그 정도가 애매한 느낌을 받기는 했다. 물론 너무나 어려운 주제이기에 이해는 가지만 이런 점이 보완되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뻔할 수 있는 전개도 너무 뻔하지는 않게,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도 너무 무겁지는 않게. 더위가 조금은 물러난 9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