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에 담긴 일상의 가장 영화 같은 순간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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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에 담긴 일상의 가장 영화 같은 순간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 사진전
  • 부산시 북구 민소진
  • 승인 2024.09.15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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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부터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 있는 KT&G 상상마당에서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우리가 멈춰섰던 순간들’이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22년 서울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 후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등 큰 인기를 얻어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기획자이자 콜렉터인 리 슐만(Lee Shulman)이 이름 모를 이들이 각자의 카메라에 담은 약 80만 장의 빈티지 컬러 필름을 모아 탄생했다. 80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걸맞게 입구에서 티켓을 받은 후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작은 필름들이 흩뿌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돋보기를 통하여 바라본 작은 필름 사진 (사진: 취재기자 민소진).
돋보기를 통해 바라본 작은 필름 사진 (사진: 독자 민소진 제공).

정사각형 모양의 작디작은 필름들은 그냥 맨눈으로 보기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필름 옆에 준비된 돋보기를 통하여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그 자그만 필름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특별하다거나 특출난 모습들을 담아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집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크리스마스의 풍경 등 보편적인 일상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서인지 하나의 필름을 보면 자연스레 다음 필름을 보기 위해 시선이 옮겨져 갔다.

전시회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눈에 띄는 전시 공간 하나가 나타난다. 두세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소파 하나와 쿠션, 러그가 있고 그 옆에는 턴테이블까지. 마치 가정집을 연상시키게 되는 이곳에는 빔프로젝터를 통해 하나의 영상이 송출된다. 여러 사진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져 한 장 한 장 영사기 소리와 함께 넘어갈 때마다 마치 나의 추억을 꺼내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 양옆으로 수많은 사진이 걸려 있고 그 앞으로는 커다란 거울이 나타난다. 거울 덕분에 전시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넓어 보이는 효과를 보였다. 그 공간을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오면 이제까지 보았던 사진들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화려한 조각이나 소품 없이 오직 필름 사진과 조금의 글로만 이루어진 이 전시회는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는 느낌 없이 나에게 편안한 휴식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일상 속 영화 같은 순간들을 만나고 싶다면 9월 22일까지 열리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를 가보길 추천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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