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섭지코지에 위치한 휘닉스 아일랜드 안 유민미술관을 찾았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안에 담긴 프랑스 아르누보 유리공예를 감상할 수 있다.
예술 양식의 갈래인 아르누보가 19세기 유럽에 나타나면서 유리공예도 크게 발달하게 된다. 아르누보는 전통적인 형태와 기존 인공미에 반발해 자연에 모티브를 빌린 표현을 얻고자 했던 흐름이다. 유기적인 표현과 특이한 장식을 사용해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고자 했다.
유민미술관을 설계한 안도 타다오는 일본 오사카 출신의 건축가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안도 타다오는 미술관 입구까지 가는 길을 섭지코지의 물, 바람, 빛,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미술관은 ‘영감의 방’, ‘명작의 방’, ‘아르누보 전성기의 방’, ‘아르누보와 아르데코의 램프’로 이루어져 있다.
원통형 공간인 ‘명작의 방’에는 에밀 갈레의 대표작인 ‘버섯램프’ 단 한 점만이 전시되어 있다. 버섯램프는 인간의 청춘, 장년, 노년을 자연의 변화에 빗대어 은유한 작품이다. 제일 작은 버섯은 청춘을, 중간 크기의 버섯은 장년을, 제일 큰 버섯은 노년을 의미한다고 한다. 청춘을 상징하는 버섯의 갓은 거의 없지만 가장 빛나고, 노년을 상징하는 버섯의 갓은 펴 있지만 밝기가 가장 약하다. 버섯의 갓은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포용력이 아직은 부족하고 미성숙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을 나타내고, 밝기가 조금 약해졌다 하더라도 연륜에서 오는 포용력과 절제된 성숙함을 가진 노년을 나타낸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빛난다. 나의 갓은 조그맣고 미성숙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큰 갓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