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인지능력 등 전반적인 지적 기능 저하 우려
무조건 반대하는 건 "시대착오적" 지적도 있어
성공적인 AI 디지털 교과서 정착 여부 미지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책가방 무겁게 새 교과서를 받아들었던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몇 년 뒤엔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청소년들의 디지털 기기 중독, 문해력 저하 등을 지적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의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 교과서를 PDF로 바꾸는 개념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AI 기술을 통해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문제를 푸는 동안 학생의 강점과 약점, 학습 태도, 이해도 등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정리해서 보여주고, 교사·학부모와 공유할 수 있다. 또한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 수준에 맞는 교과서가 구성된다. 학생의 약점·강점을 분석해 보충학습을 할 수 있는 문제를 내주거나, 심화 자료를 제공하는 식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부터 초 3‧4, 중1, 고1을 대상으로 수학과 영어, 정보 과목에 우선 도입된다. 2028년까지 초등학교 1~2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생과 전 과목을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국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작년 2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교육비전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선포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한 맞춤학습으로 교육과정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줄이고 개별적인 심화 학습도 돕겠다는 취지다. 교사 1명이 똑같은 교과서로 모든 학생을 가르치면 개별 수준에 맞는 지도가 어려우나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서는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해력, 인지 능력 저하 등 전반적인 지적 능력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과 대한 스마트 기기 사용 중독에 대한 우려다. 또한 종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게 교육적으로 효과적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 낙후 지역에 대한 인프라 구축도 걸림돌이다.
한편으론 시대에 걸맞는 교육법이란 분석도 나온다. AI 활용이 보편적인 시대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이나, 디지털 문해력을 높여줄 거란 기대도 있다. 인프라 구축 등 적절한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폴란드, 싱가포르 등은 초등학생들에게 정부에서 교육용으로 노트북을 지원한다. 미국도 디지털 교과서 개발·활용에 적극적인 주가 많으며 호주 또한 교육용 플랫폼을 통해 학생의 학습 이력을 관리하거나 수업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쓰고 있다.
반면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 활용했다가 다시 금지하고 종이 교과서로 돌아간 나라도 있다.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학생들의 집중력·문해력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학습에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선 아직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장단점이 뚜렷한 교과서 디지털화는 급속도로 추진 중이다. 많은 논란을 등에 엎은 AI 교과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현 교육의 불균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공교육 곳곳에 남은 허점과 모순을 단순히 디지털화 된 교과서가 바로 잡아줄 지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