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의 정석을 잘 따른 영화
4DX로 관람한다면 더욱 생생하게 토네이도 느낄 수 있어
지난 14일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가 개봉했다. 1996년 개봉한 영화 ‘트위스터’의 속편으로, 28년 만이다. 전작인 트위스터와는 접점이 없다. 트위스터의 등장인물 중 재등장하는 인물이 없고, 그 등장인물의 자녀라거나 제자라는 설정도 없다. 같은 설정을 공유하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트위스터스는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정이삭(45, 미국)이 메가폰을 잡았다. 2020년 개봉한 미나리 이후 4년 만이다. 미나리가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트위스터스와는 전혀 다른 장르다. 정이삭 표 재난 영화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정이삭 감독이 만든 트위스터스는 늘 자주 가는 맛집, 그래서 특별한 것이 없는 맛이었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재난 영화를 망치지 않고 잘 이끌었다. 재난 영화의 정석이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말하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다.
관객들의 답답함을 유발하는 등장인물이 없다. 재난 속에서 주인공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잘못하면 작품성을 해치기 마련이다. 또 주인공 케이트 카터의 서사를 너무 길지 않고 간결하게, 관객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잘 풀어냈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의 서사도 주가 되지 않게, 지나가는 듯이 풀어낸다. 영화 내용상 불필요한 러브신도 없었다. 등장인물 간의 갈등도 뻔하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미국의 재난 영화답게 화려한 CG를 자랑한다. 토네이도를 처음 볼 때의 신비감, 가까이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 휩쓸렸을 때의 공포감이 잘 느껴졌다. 토네이도를 주제로 하는 재난 영화에서 무조건 등장하는 불에 휩싸인 토네이도, 불기둥도 나온다. 그러나 주인공이 맞서야 할 최종 보스 격으로 나오진 않는다. 불기둥에 집중하지 않아서 의외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주인공 케이트 카터 역을 맡은 데이지 에드거존스(26, 영국)는 토네이도 트라우마에 휩싸인 사연 있는 주인공 역할을 잘 소화했다. ‘탑건: 매버릭’의 행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글렌 파웰(35, 미국)은 카터의 든든한 보조 타일러 오언스 역을 맡았다. 글렌 파웰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잘 돋보였다. 태풍을 취재하러 온 영국 기자 벤 역을 맡은 해리 해든페이턴(43, 영국)의 연기는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토네이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무서움을, 인간은 절대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작 중 케이트 카터가 태풍의 크기를 보고 태풍 등급을 정하려고 하자, 타일러 오언스가 “태풍의 등급은 크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야. 피해 강도로 결정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토네이도가 주제인 영화 특성상 4DX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트위스터스를 더욱더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 또, 영화 중간에 한국어가 들리니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