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을 특유의 그림체로 녹여 마음에 더욱 와닿아
키크니 굿즈와 즉석사진관도 운영
인스타그램 팔로워 115만 명을 보유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의 전시회 ‘키크니: 일러, 바치기’가 부산에서 열렸다. 키크니는 소통형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목소리와 키를 제외하고 알려진 프로필의 내용은 많지 않다. 키크니의 일러스트는 공감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비치고 있는 키크니는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키크니는 인스타그램에 사연을 받아 한 컷의 만화로 유쾌하게 답장을 주는 방식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이 있다. 또 얼토당토않은 작명을 해주는 ‘으라차차 키크니 작명소’, 사연을 키크니만의 방식으로 10컷 내외로 풀어낸 ‘무엇이든 사연을 그려드립니닷’이 있다.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그림체로 감동과 웃음을 한 번에 잡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회 제목 일러바치기에서부터 키크니의 재치를 느낄 수 있다. 키크니의 일러스트를 독자에게 바친다는 의미, 사연을 주는 독자가 키크니에게 일상을 일러바친다는 두 가지 의미라고 한다.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는 코너는 키크니의 재치 있는 언어유희를 볼 수 있는 ‘작명가 키크니’다.
작명가 키크니를 지나면 사연을 받아 그린 그림을 모아둔 코너가 나온다. 소통형 일러스트레이터답게 독자의 요청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 코너에서도 작명가 키크니처럼 키크니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보다 보면 재미를 넘어 키크니의 창의성에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관람객의 흑백사진을 종이로 인화해 주는 콘텐츠도 있다. 사진을 벽에 붙일 수도 있으니 기념으로 벽에 붙여두거나 가져오면 좋다.
다음은 키크니 작업실을 구경할 수 있다. 모두 실물 크기로 구현해놓았다고 한다. 책상 크기는 성인 남성이 서야 알맞은 크기였다. 키크니는 서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작업실 벽면에는 한 컷 만화가 사연과 함께 그려져 있다. 재밌는 사연과 마음이 찡한 사연, 감동적인 사연 등을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그림체로 그렸다. 키크니 특유의 그림체가 재밌는 사연은 더욱 재밌게, 감동적인 사연은 더욱 아련하게 만들어준다.
한 컷 만화 덕에 울고 웃 다보면 벌써 다음 전시다. 다음은 영상이 준비돼 있다. 약 10분 정도의 영상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에 관한 영상이다. 총 5개의 영상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장 슬펐던 건 먼저 떠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주인을 맞이하러 가는 내용인 영상이었다. 사후세계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해 주인을 만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영상을 보며 10년간 함께했던 반려견이 생각났다. 나머지 4개의 영상도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반려동물에 관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면 단단히 마음먹어야 한다.
다음은 사연을 바탕으로 그린 한 컷 만화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앞서 보았던 작업실 벽면의 그림과 비슷한 전시다. 관람객이 보고 있는 전시회 자체가 사연자들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이 모든 걸 표현한 키크니도 대단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들의 삶 속에서 나온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의 하루, 그 속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어쩌면 하나의 작품이지 않을까?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진다. 2층에선 삶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층보다 더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경험해 봐서 공감 가는 이야기들, 경험해 보지 않아서 조금은 두려운 이야기들이었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삶의 고민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종이에 적어 구긴 뒤 버리는 코너가 있다. 토닥토닥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도장을 벽이나 사물에 마음껏 찍는 코너도 있다.
전시회 마지막엔 한 사연자의 고민을 벽에 적어 두었다. 그 사연자는 “우울감에 자꾸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저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키크니에게 물었다. 키크니는 답했다. “우린 초라. 해져도 괜찮아.”
이번 전시회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데 재주가 있다. 키크니 특유의 그림체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번 전시회다. 전시회를 찾은 대학생 김모(22, 부산시 북구) 씨는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보니까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며 “독자들의 사연을 완벽하게 그려낸 키크니가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면 굿즈 샵을 방문할 수 있다. 굿즈 샵에는 키크니 캐릭터가 그려진 키링, 컵, 옷 등 다양한 굿즈를 팔고 있다. 키크니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즉석사진관도 있으니 마지막까지 즐기다 나오면 된다.
키크니: 일러, 바치기 in 부산은 부산 동구에 위치한 동구 문화플랫폼에서 오는 9월 22일까지 진행된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예매하거나, 현장 예매를 통해 전시회에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