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과 희망이 만든 단단한 성채"…단 한 사람의 피 땀 눈물이 만든 거제시 '매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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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과 희망이 만든 단단한 성채"…단 한 사람의 피 땀 눈물이 만든 거제시 '매미성’
  • 취재기자 최진홍
  • 승인 2024.08.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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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세시대 요새를 연상케 하는 거제도 '매미성'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복구 위해 시작한 백순삼 씨의 벽 쌓기
"매미성의 주인은 모든 방문객“...백 씨의 진심어린 생각 감동적

부산에서 거제도로 향하는 길은 '힐링' 그 자체다. 거가대교를 통과하며ᅠ만끽하는 시원한 바람과 뻥 뚫린 풍경은 단거리 여행의ᅠ안정감과 잔잔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바람의 언덕, 몽돌해수욕장 등으로 유명한 거제도는ᅠ수많은 해수욕장과 갖가지 컨셉의 펜션들이 모여있어 각지에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적당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제격인 여행지다.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와 각종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거제도는ᅠ특히 여름에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한다. 그러나 뼛속까지 짜릿해지는 물놀이만 생각하고 거제도를 방문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 사람의 집념과 희망, 피땀눈물이 담긴 이 성채를 보는 순간, 이번 여행의 해시태그는 달라질 터이니.

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마을엔 화강암 수만 개로 축조한 '매미성'이 있다. 유럽 중세시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매미성은 오직 단 한 사람. 매미성의 성주 백순삼 씨에 의해 지어졌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위치한 매미성의 전경이다(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위치한 매미성의 전경이다(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주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쌓아올린 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 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한 것이 이제는 유럽의 중세시대 요새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지난 13일 오전, 매미성은 평일 오전이라기엔 믿기지 않을만큼 여행객들로 북적거렸다. 백씨의 의견에 따라 입장료 없이 운영 중인 매미성의 첫 인상은, 관광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수익창출을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관광지가 아니라는 것. 자연에 의해 피해를 입었지만 자연을 해치지 않고 개인적인 노력과 힘, 자원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지켜냈다는 것. 20년의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함축되었을 사유지를 수익창출에 대한 욕심 없이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나눠주었다는 것. 입이 떡 벌어질만큼 웅장하고 견고한 성채는 백 씨의 인내와 내공에 대한 존경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매미성 옆에 위치한 바다의 전경.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과 맑은 바닷물은 매미성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진홍).
매미성 옆에 위치한 바다 전경.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과 맑은 바닷물은 매미성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진홍).

매미성 위에서 대금리의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 보면 새로운 절경이 펼쳐진다. 바다가 배경으로 깔려있으니 매미성 구석구석이 포토존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돌아가며 서로를 찍어주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족사진을 맡긴다. 젊은 커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삼각대를 놓지 못한다. 매미성의 계단 사이사이 사람들이 쌓은 몽돌탑은 귀엽고 소중하다. 

한 커플이 매미성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진홍).
한 커플이 매미성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진홍).

반려견과 함께 매미성을 방문한 주부 김모(54, 부산 사하구) 씨는 ”유명한 관광지인데도 반려견 출입제한이 없어서 좋다“라며 ”이걸 어떻게 혼자 힘으로 지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입장료도 무료라길래 깜짝 놀랐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백 씨가 설계도 한 장 없이 쌓기 시작한 매미성은 20년째 현재진행중이다. 지난해 8월 슈퍼 태풍 힌남노가 들이닥쳤을 때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는 매미성은 백 씨의 진가를 몸소 증명했다. 매미성의 완성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궁금하다. 계속되는 성채 쌓기의 끝은 어떨까. 매미성을 쌓는 동안 자신의 한계를 경험해 봤을까. 무상제공이라니, 백 씨의 인품은 매미성처럼 무한한 것인가. 

매미성 한 켠에선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진홍).
매미성 한 켠에선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진홍).

20년간 쌓아온 한 사람의 인내과 내공이 깃든 매미성의 주인공 백순삼 씨는 거제신문 인터뷰에서 ”매미성의 주인은 이곳을 찾는 모든 방문객“이라고 말했다. 그의 인품이 한층 더 돋보이는 멘트다. 그저 매미성을 방문한 수많은 방문객 중 하나일 뿐인 기자지만 오지랖 넓게 드는 생각이 있다. 서서히 강화되고 있는 상권이 매미성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백 씨가 흘린 땀만큼 그 가치를 존중받고,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웃음과 인생샷을 선물해주는 매미성,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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