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안이 밖보다 더 뜨겁고 후끈거려
폭염을 대비한 시설 보완 필요한 상태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열대야가 2주 넘게 지속되면서 사상 최악의 더위가 초래했다.
폭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지만 지하철 역사가 유독 더 그렇다. 더위에 노출된 승객들은 뜨거운 공기가 감싸는 역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7일 해가 가장 쨍할 시점인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 부산도시철도 역사 안과 바깥 기온을 측정해봤다. 바깥 기온은 31도로 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 역 승강장 역사는 오후 1시 17분 경에 바깥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인 31.6도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지하에 백화점 광장이 위치해 에어컨이 조금씩 나오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안이 실외보다 더 더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상 승강장은 어떨까. 센텀시티 역과 근접한 한국철도공사 관할의 동해선 벡스코 역 승강장을 측정해봤다. 측정을 시작한 오후 1시 48분에는 32.4도였지만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36.2도까지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외보다 약 6도 가량이 더 높은 것이다. 측정을 하는 동안 기자의 온 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동해선 벡스코 역은 승강장 천장이 뚫려있어 외부 기온 변화에 취약하다. 승강장 사방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따가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다. 평일에는 배차 간격이 평균 30분으로 승객들은 무더위 속에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동해선 벡스코 역은 구조상 승강장 내 그늘을 찾기가 어려웠다. 승객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고객 대기실로 모였다. 하지만 고객 대기실도 넉넉한 공간은 아니었다. 3명씩 앉을 수 있는 의자 6개와 천장에 달린 에어컨 한 대뿐으로 성인 30명도 채 못 들어갈 공간이었다.
동해선을 자주 이용하는 정모(62, 부산 해운대구) 씨는 “신해운대 역을 가기 위해 자주 탑승하는데 날은 덥고 배차는 길고 전차가 들어오면 더운 바람 때문에 더 덥고 기다리기 힘들다”라며 역사 내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달 3일부터 10일간 폭염에 취약한 도시철도 지상 구간 및 건설 현장 등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했다. 18개 지상역사 대합실 및 승강장 관리 상태 또한 중점적으로 확인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찜통인 역사로 승객들의 불만은 커져 가고 있다.
매년 기록적 폭염을 경신하는 데다 2030년에는 여름이 5월부터 9월까지 길어진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교통공사는 폭염을 대비해 대책을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상 승강장이 더위에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폭염을 대비해서 시설 보완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