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프로야구 출범 43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가 발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일과 4일 ‘롯데-LG’ 문수야구장에서 예정된 경기가 폭염으로 인해 잇따라 취소됐다고 밝혔다. 또한 4일 오후 5시에 잠실에서 예정된 ‘키움-두산’ 경기 또한 폭염으로 취소됐다.
실제 폭염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된 것은 1군 경기 기준 이번이 처음이다. KBO리그 규정 27조에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문수경기장은 인조 잔디가 깔려있어 지열이 심해 열이 차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 문수야구장의 인조 잔디 온도가 섭씨 5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롯데와 LG 양측 감독은 모두 폭염 취소에 동의했다. 염경엽 감독은 울산 현장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진행하려면 강행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선수가 아니라 관중도 그렇고 진행요원들도 쓰러질 거 같다”고 폭염 속 프로야구 진행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3일 키움-두산전이 열린 잠실경기장에서는 4명의 관중이 온열 질환을 호소해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이 알려졌고 다음날 4일 경기가 취소됐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의 기준과 폭염 시기에 인조잔디 구장의 일정이 겹친 탓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에서는 올해부터 세계 최초로 ABS(자동투구볼판정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를 도입함에 따라 문수야구장에서 이를 설치하느라 일정이 밀렸다. ABS를 첫 시행하는 해인 만큼, 제 1구장을 기준으로 하여 피칭 트래킹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제 2구장인 문수야구장에서 상반기에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다.
폭염과 무더위 속에 진행되는 경기인만큼 KBO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폭염 취소 경기와 같이 실질적으로 규정에 따르기보다는 현장에 있는 감독관 판단에 따라 경기 취소가 결정될 만큼 기준이 모호하다. 폭염 취소 경기를 확대하거나 경기 시작 시간 조정과 같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