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공인(公人)의 품격; 패티김·이순재·최경주·임영웅 & 김호중·정청래…
상태바
[차용범 칼럼] 공인(公人)의 품격; 패티김·이순재·최경주·임영웅 & 김호중·정청래…
  •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4.08.05 0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인(公人), 권력·명성을 가진 국가·사회 인사다. 공인은 공직자에서, ‘공적 인물를 넘어 공적 관심사로까지, 그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공직자, 정치인, 경제인, 유명 연예인·체육인, 그들은 누리는 권력·명성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언론 보도에 있어, 공인에게 보다 폭넓은 보도와 논평을 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존경받는 인물은 자신의 생명·명예가 걸린 결정적 상황에서 공익을 앞세우며 공인의 의무를 다했다. 사회적 지위·명성에 걸맞은 자발적 희생을 다 하며 그 책임을 짊어졌다. 그러나, ‘공인의 품격을 말하기 전에,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던가,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을 1~9등급으로 분류한 적이 있다. 1등급 인간은 그가 본 참사람의 형, 9등급 인간은 사람의 꼴은 갖추었으나 사람이랄 수 없는 형이다.

플라톤의 구분대로라면, 이즘 한국의 정치인은 몇 등급쯤일까?. 영국 정치가 이넉 파월의 경고가 있다, 대부분의 정치적 삶은 중도의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단절되지 않는 한 결국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판에도 그 행복한 순간에 한껏 도취한 이들이 많다. 사람 비슷하면서도 삶에 실패한 9등급 인간이다. 그들이 정치에 내재한 비극성, 나아가 공인의 무게를 지각하며 겸손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1. '한국 가요의 위상을 높인 첫 한류 스타'-‘살아있는 전설패티김은 은퇴 후 특별무대에서 그가 지켜온 삶의 원칙을 토로했다. “내가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는 건 내 운명, 내가 노래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나의 숙명이었다. 그가 고백한 ‘55년 세월가수의 부담감에 이런 말이 있다. “목이 쉬면 어쩌나, 살이 찌면 어쩌나, 한편으론 물론 서운하기도 하지만, 이젠 모든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김치에, 밥에 막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어도 되고.”

독일 관념론자 헤겔의 개념대로라면, 그는 가수 생활 내내 위신(威信, 위엄과 신망)을 위한 투쟁을 감내해 온 것 같다. 그렇다, 패티김의 위신을 위한 투쟁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했다. 그는 그 세월, 매일 운동하고 소식(小食)하며 금주(禁酒)했고, 좋아하는 도넛도 한 개를 다 먹은 적이 없다. 그건 생명을 건 투쟁이라 할 만하다. 그 투쟁의 결실, ‘가장 신성한 곳무대에 오른 그의 꼿꼿한 몸가짐은 늘 한결같다.

85세 디바 패티김이 ‘불후의 명곡 in US 특집’에서 그의 직업 철학과 팬에의 진심을 다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KBS)
85세 디바 패티김이 ‘불후의 명곡 in US 특집’에서 그의 직업 철학과 팬에의 진심을 다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KBS)

‘69년 차 배우이순재는 최근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에서 연기에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한껏 입증, 후배 배우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그는 그 세계의 원칙을 강조했다, "대사를 완벽하게 외울 자신이 없으면 배우 관둬야 한다. 그는 자신을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연극 '리어왕'의 한 장면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해, ‘세계 최고령 리어왕'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69년 차 배우’ 이순재가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대사 못 외우면 은퇴해야” 같은 그의 연기철학을 밝혀 후배 스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사진: JTBC)
‘69년 차 배우’ 이순재가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대사 못 외우면 은퇴해야” 같은 그의 연기철학을 밝혀 후배 스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사진: JTBC)

프로골퍼 최경주. 그가 올해 국내 프로골프 최고령 우승한국인 최초 시니어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록한 힘은 철저한 자기관리였다. 그는 미국~한국-유럽을 오가며 강행군을 소화할 체력을 과시했고, 그 자기관리 원칙을 고백했다. “일단 모든 알코올과 탄산수를 안 먹는다. “커피를 마시면 몸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해서, 차 종류를 마시고 있다. 그의 우승이 가져온 선한 영향력(‘최경주 효과’)은 크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일단 알코올과 탄산수를 안 먹는다”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한국 골프계에 적잖은 교훈을 주고 있다(사진; 올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뒤, 최경주재단).
프로골퍼 최경주는 “일단 알코올과 탄산수를 안 먹는다”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한국 골프계에 적잖은 교훈을 주고 있다(사진; 올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뒤, 최경주재단).

2. ‘트바로티김호중. 그는 음주운전 사고를 은폐한 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심야에 음주운전을 하다 서울 강남에서 반대편 도로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잇단 음주운전 정황에도 사실을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에 사실을 시인했다. 그 과정에서 계획적·조직적으로 사고를 은폐했다.

그는 공권력을 기망하는 사법 방해라는 질타 속에 국민 밉상으로 추락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려, 사회초년생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시키고, 휴대폰을 끈 채 잠적, 몸에서 알코올 성분을 빼낸 뒤 경찰에 출석했으며, 음주 사실을 부인하다 수사에 덜미를 잡힌 때문이다. 그는 구속영장 청구 상태에서, 예정했던 콘서트를 강행했다. 공인의 책임과 의무 대신 스스로 특권과 오만함에 취한 모양새다.

가수 김호중이 음주 도주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 구글이미지)
가수 김호중이 음주 도주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 구글이미지)

<임영웅과 김호중의 같은 길, 다른 길>, 최근 언론이 다룬 화제다. ‘국민가수의 인기를 구가하는 임영웅과 국민 밉상으로 전락한 김호중을 대비시킨 기사다. 같은 시기에, 같은 경로로 등장한 동갑내기의 하늘과 땅 차이 같은 오늘, 그 핵심은 배려와 겸손의 차이라는 것이다. ‘콘서트 이틀 전 술 먹는 남자’(김호중) vs ‘콘서트 준비에 1년 정성 쏟는 가수’(임영웅), 그 차이는 크다.

‘국민가수’ 임영웅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 물고기뮤직).
‘국민가수’ 임영웅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사진; 물고기뮤직).

3. 한국 사회의 퇴행화 현상을 빚는 공인은, 사회지도층에서 너절하다. 얼마 전 사법부의 실패때 등장한 조어(造語) ‘판새를 보라. 그 조어를 말할 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스쳐 지날 수 없다. 그가 법의 명목 위에 정치에 탐닉한 행적은 김명수 비리 백서와 함께 이 시대 법치의 타락사로 길이 남을 터다. 그는 공관에 아들 부부와 함께 입주, ‘공관 재테크논란을 빚었고, 그 공관에 법원시설 확충예산으로 손자 놀이터를 만들기도 했다.

<'세 김 여사''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들>. 김건희-김정숙-김혜경, '세 김 여사'가 선출직 남편들 옆에서 공사 구분 못 하고 '콩고물' 권력을 향유하는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강경희). 과거 '3김의 여사'들과는 천양지판 품격의 김 여사 3, ‘김 여사를 방어하며 한국 정치를 퇴행시키는 세 선출직 남편의 공생, 두루 공인의 품격을 잃은 지저분한 사례다.

일상의 권력에 취해 사람에의 예의공인의 품격을 상실한 정치인은, 국회에 즐비하다. 이즘 국회는 말로만 품격을 지키자고 다짐할 뿐, 일상의 관성 같은 악행으로 막말 시궁창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개그맨 김영민씨가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을 맹폭한 예를 보라. 그는 정청래를 상스러운 워딩으로 완장질 하는 꼬장꼬장한 좌파 아저씨'로 표현했다.

그가 최근 논란을 빚는 것은 그 오만한 폭주 때문이다. 그에게 합의의 관행, 품격과 절제는 없다. 청문회 증인을 조롱하며 동료 의원에게까지 독설을 퍼붓고 있다. 일반의 대중적 공인도 두루 추구하는 그 공인의 품격앞에, 권력에 취한 정치인의 일탈은 우리를 참 슬프게 한다. 오죽하면 한 정치인에 대한 군 예비역 단체의 반발, 국회의원 해임 청원이 잇따르겠나. 그 정치적 공인이 그 직책의 품격을 넘어 국격(國格)을 해칠 우려를 사는 것은 또 얼마나 서글픈가.


공인의 떠맡아야 할 책임과 의무의 무게는 무겁다. 숙명적으로 시험상황에 직면하며, 뒤따르는 비난과 시비도 감수해야 한다.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직설했다, “비난은 유명한 사람이 대중에게 바치는 세금이라고. 반면, 우리가 대하는 공인의 비극 중 상당수는 그 유명세()’유명세()’로 여긴 착각에서 출발한다. 공인의 권세와 인기에 기댄 특권의식에 탐닉, 책임과 의무를 경시하다 스스로 침몰하는 비극이다.

공인, 그들은 공적인 삶을 살아가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들의 행동과 발언은 대중에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당연히 공인은 사회적 지위·명예·인기를 넘어서는 책임성·도덕성을 동반해야 한다.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책임과 의무는 어찌 가벼울 것인가. 최근 일부 정치인의 가없는 오만함과 평범한 상식을 침해하는 특권의식에, 엄혹한 세상사의 이치는 빈틈이 없어야 하리. 공인 누구나, 그 세상사의 이치를 두려워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