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NL MVP 유력 후보… 역사상 첫 지명타자 MVP 유력
오타니와 경쟁하던 브라이스 하퍼와 무키 베츠 부상으로 경쟁 불리
2024시즌 메이저리그의 절반이 지났다. 7월 17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끝나면 메이저리그의 전반기가 마무리된다. 시즌의 절반이 흐른 지금,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최우수 선수상에 근접한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후보 나열 기준은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의 각종 스탯을 모아둔 팬그래프닷컴에서 제공하는 승리기여도(fWAR)를 기준으로, 승리기여도가 가장 높은 5명을 뽑아봤다.
승리기여도란, 한 선수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스탯이다. fWAR이 7인 선수는 팀의 7승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fWAR이 7인 선수가 빠지고, 언제든지 팀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최저 연봉의 선수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고 치자. 그럼 그 팀은 7승을 거두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내셔널리그 fWAR 1위 – 오타니 쇼헤이, fWAR 4.7
지난해 LA 다저스와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에 달하는 7억 달러의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29). 오타니는 지난 시즌 말에 팔꿈치 부상을 당해 이번 시즌은 투수로 뛰지 못한다. 올 시즌 오타니는 타자로만 경기를 나오고 있다. 투수를 하지 않고 타자에만 집중하는 오타니의 타격 성적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타격으로 리그를 지배해도, 오타니는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로 경기를 뛰기 때문에 MVP 수상은 힘들 것이라는 게 팬들과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시즌이 절반 흐른 지금, 팬들과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 쇼헤이는 내셔널리그 홈런 1위(26개), 타점 3위(62개), 득점 1위(67득점), 타율 1위(0.321), 출루율 2위(0.405), 장타율 1위(0.645), OPS 1위 (1.050), wRC+(조정득점창출력) 1위(191)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fWAR까지 4.7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타격 지표에서 대부분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놀라운 점은 이번 시즌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 포지션으로 압도적인 fWAR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리 기여도에는 선수의 수비 능력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번 시즌 오타니는 오로지 타격으로 fWAR 4.7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fWAR 9를 기록할 페이스다. 이는 1995년의 에드가 마르티네즈(61, 미국)의 지명타자 fWAR 최고 기록 7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만약 오타니가 이대로 페이스를 시즌 종료까지 가져간다면, 오타니의 내셔널리그 MVP 수상이 유력해진다. 미국 커버스 닷컴이 제공하는 2024 내셔널리그 MVP 수상자 베팅률을 보면, 4개의 베팅 전문 업체들은 모두 오타니 쇼헤이를 유력한 MVP 수상자로 보고 있다.
내셔널리그 fWAR 2위 – 브라이스 하퍼, fWAR 3.9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1루수로 활약하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31)가 fWAR 2위에 위치했다. 브라이스 하퍼는 2015시즌, 2021시즌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현재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브라이스 하퍼도 이번 시즌 3할의 타율과 홈런 3위(20개), 장타율 2위(0.582), wRC+ 2위(169)를 기록하며, 오타니를 제외하면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다. 이번 시즌 붙박이 1루수로 출전하고 있는데, 외야수 시절보다 나아진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어 오타니를 위협하는 MVP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지난 6월 28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좌측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꼈고, 다음 날 29일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퍼는 올스타 투표에서 내셔널리그 1위를 기록해 올스타전 출전이 확정됐었는데,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올스타전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올스타전 이후, 바로 경기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타니도 지난 5월 말, 경미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타격감이 크게 떨어졌었다. 하퍼가 부상에서 돌아와 지금 같은 타격감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MVP를 차지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내셔널리그 fWAR 3위 – 엘리 데 라 크루즈, fWAR 3.8
신시내티 레즈의 장신 유격수 엘리 데 라 크루즈(22)가 fWAR 순위 3위에 위치했다. 196cm라는 큰 키를 가진 크루즈는 매우 빠른 발을 가졌다. 현재 내셔널리그 도루 1위(40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와 무려 12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데 라 크루즈의 타격 성적은 냉정하게 말해 MVP 후보라고 보긴 힘들다. 미국 베팅 업체들도 데 라 크루즈의 MVP 수상에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수비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과 현재 신시내티 레즈의 팀 상황, 올해 데뷔 2년 차임을 감안하면 fWAR 3.8은 큰 의미가 있다. 현재보단 미래의 MVP 후보에 가까운 선수다.
내셔널리그 fWAR 4위 – 케텔 마르테, fWAR 3.6
김병현이 4년간 몸담았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소속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케텔 마르테(30)가 4위에 위치했다. 케텔 마르테는 이번 시즌 주로 2루수로 출장하고 있다. 홈런 17개, 3할에 가까운 타율, OPS 0.877, wRC+ 142를 기록 중인 마르테는, 내셔널리그를 넘어 메이저리그 최고의 2루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엘리 데 라 크루즈와 비슷하게 압도적이진 않은 타격 성적,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투명한 소속 팀의 현재 상황 때문에 마르테를 MVP 후보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셔널리그 fWAR 5위 무키 베츠, fWAR 3.4
오타니와 같은 소속팀 LA 다저스의 내야수 무키 베츠(31)가 내셔널리그 fWAR 5위에 위치했다. 주로 외야수에서 수비를 보던 무키 베츠는 이번 시즌 다저스의 팀 상황 때문에 대학 시절 포지션인 유격수로 시즌을 보내게 됐다. 시즌 초반 걱정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유격수 포지션에서 꽤나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4월까지 내셔널리그 타율, OPS, 안타, 득점, 볼넷, wRC+, fWAR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괴물 같은 타격 성적을 보여주며 내셔널리그 MVP에 가장 가까운 선수로 꼽혔었다.
31세의 나이로 유격수를 처음 맡은 베츠는 5월부터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이는 타격 부진으로 이어져 3~4월의 압도적인 모습이 사라지게 됐다. 게다가 6월 1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 전에서 투구를 손에 맞아 골절 진단을 받게 돼 최소 4주, 최대 8주 동안 결장하게 돼 MVP 경쟁에선 탈락하게 됐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베츠가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었다면 오타니는 지금같이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고도 MVP를 차지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김하성(28)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외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외야수 마르셀 오즈나(33), LA 다저스의 1루수 프레디 프리먼(34)이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즌 절반이 흐른 현재, fWAR을 기준으로 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MVP 후보를 살펴보았다. 과연 오타니 쇼헤이가 시즌 끝까지 지금 상승세를 유지해 MVP를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