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야구 보고 싶어요”...디지털 소외계층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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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야구 보고 싶어요”...디지털 소외계층 대책 필요
  • 취재기자 김명준
  • 승인 2024.07.0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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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매 불가능 디지털 소외계층...경기 직관 포기, TV로 아쉬움 달래
롯데자이언츠 KBO 최초로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티켓 구매 시스템 도입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 스스로도 학습 통해 적응할 필요 있어
지난 5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2024 KBO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 간의 경기에 앞서 팬들이 무인 발권기를 통해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지난 5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2024 KBO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 간의 경기에 앞서 팬들이 무인 발권기를 통해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예매가 완료됐습니다.” 프로야구 경기 관람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인 티켓팅. 하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온라인 티켓팅은 너무나도 큰 장애물이다. 결국 이들은 원하는 프로야구 경기 관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영수(68, 서울시 동작구) 씨는 LG트윈스 전신인 MBC 청룡이 창단한 1982년부터 지금까지 LG 트윈스만을 응원했다. 그에게 지난해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이뤄낸 한국시리즈 우승은 너무나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현장을 잠실야구장에서 함께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 치열했던 온라인 예매는 넘을 수 없는 큰 산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 판매 티켓이 있을까 경기 당일 이른 새벽 잠실야구장을 찾았지만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한 채 집에서 TV로 우승의 순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날이 잊히질 않는다. 차라리 시간이 안 됐으면 몰라도 표를 구하지 못해서 우승 현장을 야구장에서 함께하지 못한 게 지금도 너무나도 아쉽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롯데자이언츠 팬 김주성(65, 부산시 사상구) 씨는 평소 팀의 핵심 선수였던 이대호를 열렬히 응원했다. 김 씨는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발표한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무조건 현장에서 직접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디지털 소외계층이었던 그에게 온라인으로 진행된 티켓 예매 과정은 너무나도 복잡했다. 뒤늦게 자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표를 예매하려 했지만 이미 모든 티켓이 매진된 이후였다. 결국 그는 그토록 다짐했던 이대호 은퇴 경기 직관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집에서 전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김 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티켓 예매 시스템은 너무나도 어렵다”며 “나처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도 집에서 TV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직접 야구를 보고 싶다”고 덧붙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생 김동현(24, 부산시 남구) 씨는 “우리 같은 젊은 세대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티켓팅이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온라인 예매가 당연히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심지어 이런 분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구단을 더 오래 응원해 온 골수팬이다. 구단에서도 이분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었다.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 대형 배너를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경기 관람을 돕는 티켓 구매 시스템을 안내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 대형 배너를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경기 관람을 돕는 티켓 구매 시스템을 안내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프로야구 구단도 디지털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롯데자이언츠는 지난 4월 19일부터 KBO 10개 구단 최초로 디지털 소외계층의 경기 관람을 돕는 티켓 구매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티켓 일정 수량은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인당 8매까지 예매할 수 있으며, 주중 경기는 경기 시작 1시간 전, 주말 경기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 예매 창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지난 5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2024 KBO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 간의 경기에 앞서 팬들이 현장 예매 창구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지난 5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2024 KBO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 간의 경기에 앞서 팬들이 현장 예매 창구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팬들은 이러한 구단의 결정을 반겼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들은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예매에서 벗어나 현장 예매로도 티켓 구매가 가능한 사실을 환영했다. 야구팬 박영민(58,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이번 결정은 우리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다”며 “롯데자이언츠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이러한 예매 방식을 하루빨리 도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히는 등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야구팬 이상민(62, 부산시 서구) 씨는 “구단에서 우리 같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을 배려해 준 것은 너무나도 고맙다. 하지만 그저 구단의 배려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또한 디지털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우(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구단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모두 노력하여 앞으로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경기장에서 편하게 야구를 관람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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