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오물풍선... 무력충돌은 안돼
상태바
[기자수첩]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오물풍선... 무력충돌은 안돼
  • 취재기자 명경민
  • 승인 2024.06.10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훤히 보이는 얄팍한 북한 의도에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아
북한, 대남 도발 그만두고 남한의 대북 삐라도 공감대 얻어야
지난 9일, 서울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이다(사진: 합동참모본부 제공).
지난 9일, 서울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이다(사진: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또 뭘 쐈대? 미사일? 풍선이라고? 그건 그렇고, 점심으로 뭘 먹지?"

일정한 의도를 갖고 세론을 조작해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행동인 ‘Propaganda’, 선전은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요소였다. 나치의 괴벨스는 아예 선전을 담당했으며, 70~8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선전 활동이 횡행했다.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자본주의 앞잡이로, 남한은 북한을 부모도 없는 빨갱이로 부르며 선전을 펼쳤다. 남북한이 열을 올렸던 선전 활동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효과가 있었을까? 그 답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두려움’에 있었다.

두려움의 감정은 그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갈등이나 전쟁을 유발했다. 당장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참혹한 전쟁을 겪었던 이들이 상대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들은 곧 선전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남한의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들을 간첩으로 몰아가고 대대적인 반공교육을 펼쳤으며, ‘삐라’ 등의 형태로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북한의 김씨 일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북한은 선전을 요긴하게 이용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해졌다.

지난달 23일, 북한은 분뇨 등의 오물과 생활 쓰레기 등을 실은 풍선을 남한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이는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동시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5kg에 달하는 오물풍선이 떨어져 자동차 앞 유리가 파손되고 인천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지연되며, 연평도 근처 어민들이 GPS 교란으로 어업을 하지 못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정부의 대응은 단호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명백하게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시키고 국민 불안을 가중 시켰다”라며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고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등 연일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무력충돌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정도의 모호한 수준으로 저강도 도발을 지속해 안보의 평화를 이루려는 전술을 ‘회색지대’ 전술이라고 한다. ‘회색지대’는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모호한 영역을 뜻하는데, 전쟁과 평화의 중간에 해당하는 행동을 펼쳐 상대방의 반응을 이끈다는 점에서 이번 오물풍선 사태 역시 이 전술에 해당할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북한이 당장 새벽에 미사일을 발사해도 국민은 ‘저놈들 또 쐈네’ 하며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안보 불감증’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으나, 요지는 우리 국민은 예전처럼 북한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의도대로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안과 혼란이 목적인 얄팍한 공격은 경직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며 얻는 것도 없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더욱 고립되게 할 뿐이다. 우리의 탈북민 단체 등도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삐라 살포를 계속 해야하는 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람이 불어야 날아갈 수 있는 풍선과 달리 남북관계는 서로의 손에 달렸다. 남북한의 신경전이 무력충돌이나 국지전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