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완견이 ‘자격증도 없는 수의간호사’에게 맡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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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완견이 ‘자격증도 없는 수의간호사’에게 맡겨진다
  • 김경민
  • 승인 2013.01.1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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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검색하던 박미지(26) 씨는 한 구인 광고 때문에 깜짝 놀랐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던 박 씨는 동물 병원에서 일할 수의간호사 를 구한다는 글을 무심코 클릭했다. 수의간호사가 되 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수의간호사의 자격 요건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박 씨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구인광고에는 ‘학력, 경력 무관, 용모 단정한 20~30대 여성 구함’이라고 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박 씨는 글이 잘못된 것 이라 여겨 해당 동물 병원에 전화 문의를 했지만,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수의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박 씨는 반려동물도 이제 사람과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 가족을 자격증도 없는 간호사에게 맡겨야 된다니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의간호사를 뽑는 자리에 왜 용모 단정한 여자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동물들도 예쁜 여자를 좋아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동물병원에서는 보통 1명의 수의사와 1~3명의 수의간호사가 함께 진료한다. 수의사는 ‘수의사법(1974.12.26, 법률 2739호)’의 적용을 받는다수의과 대학에서 공부하고, 농림부에서 주관하는 수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면허를 받아야 수의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일반 의사 면허 취득 과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수의간호사는 법적인 제재가 없다. 일반인 누구라도 당장 수의간호사가 될 수 있다. 최소한의 관련학과 졸업 등의 규제도 없다. 동물간호복지사라는 자격증이 있지만 수의간호사 일을 하는 데 필수가 아니어서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동물병원협회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수의간호사 채용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술이나 주사 같은 전문 의료 행위는 반드시 수의사만 하도록 되어 있어서 안심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년이 넘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동물병원도 남들보다 많이 가봤다는 김송자(48) 씨는 “실제로 몇몇 동물병원의 수의간호사들은 투약은 물론이고 주사, 수술 지원, 심지어 마취까지 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김 씨는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과실을 인정받기가 힘들어 소송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사망한 경험이 있는 김 씨는 “혹시나 자격증 없는 간호사가 실수로 내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죽인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들고 영 찜찜했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측도 할 말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병원장은 수의간호사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고 운 좋게 수의간호사를 구했다고 해도 오래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병원장은 “의사는 병원에 나 혼자다. 진짜 바쁜 경우에는 함께 오래 일한 숙련된 수의간호사에게 간단한 치료나 시술을 맡기기도 한다”며 현실적인 인력 공급난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세대가 2004년에는 300만, 2006년 350만, 2008년 400만 세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개를 기준으로 530만 마리 이상의 개체 수를 나타낸다. 2011년 현재 반려동물 시장은 2조 원을 육박하고 국내 전체 가구의 17.4%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인 것이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사회 진입과 가족형태의 다양화,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 등으로 볼 때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비해 관련 법규나 규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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