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의 '오징어 게임'...노동렬 교수가 바라본 K-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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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의 '오징어 게임'...노동렬 교수가 바라본 K-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 취재기자 명경민
  • 승인 2024.05.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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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콘텐츠 시장, '오징어 게임' 같이 '과잉 경쟁'
경쟁력 부족한 한국 방송사...결국 '자연 도태'
노동렬 교수, "잘 하는 방송사 중심으로 새 판 짜야"

지난 5월 23일, 제18회 BCM(부산콘텐츠마켓)의 프로그램으로서 진행된 ‘BCM 아카데미’에 3명의 업계전문가가 참여해 미디어 전공 학생들에게 강연을 펼쳤다.

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노동렬' 교수가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 예술하는 당나귀 TV).
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노동렬 교수가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 예술하는 당나귀 TV 캡처).

 

그 첫 주자는 노동렬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그는 ‘K-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는 먼저 현재 대한민국의 방송업계를 ‘방송사의 자연도태’라고 정의 내리며 방송시장의 변천사를 굵직한 요인별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속제 폐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방송사는 전속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의 전권을 쥐고 있던 수직적 구조가 해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방송사에 전속됐던 작가들은 외주 제작사에, 연기자들은 연예 기획사로 들어가게 된다. 방송사의 PD와 외주 제작사의 작가, 연예 기획사의 연기자가 참여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이는 곧 방송사 생태계 간 싸움으로 이어졌다.

‘종편’의 등장

2011년, 종합편성 채널이 만들어지며 그들 역시 외주 제작사를 이용하며 자체 제작 생태계를 구축했다. 즉, 시장이 커지며 ‘같은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는 두 종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하는 ‘가우스’원리가 방송업계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노 교수는 “같은 호수에 포식자들만 잔뜩 풀어놓은 꼴”이라며 방통위가 ‘생태계 간 경쟁’의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방송시장 광고수익과 넷플릭스

종편 및 포털 등의 등장으로 작아진 광고 시장 속에서 로컬 OTT의 행태도 지적했다. 방송사 콘텐츠를 가져다 ‘다시 보기’하는 채널을 만들어놓고 방송사에서 보지 말고 본인들의 OTT를 보라고 홍보하는 꼴인데, 이러면 넷플릭스가 아닌 방송사와 싸우게 되는 것이다. 결국, 광고주는 광고의 제약도 적고 효과도 높은 ‘넷플릭스’로 몰리게 되며 광고 시장은 더욱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노 교수는 현재 방송시장이 줄어드는 이유를 확연히 줄어든 광고수요로 꼽았다. 광고수익은 줄었지만, 되려 경쟁자들은 늘어나며 ‘적자생존’의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방송사의 콘텐츠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노동렬 교수는 강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을 '오징어 게임'에 빗대어 설명했다(사진: 넷플릭스 제공).
노동렬 교수는 강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을 '오징어 게임'에 빗대어 설명했다(사진: 넷플릭스 제공).

콘텐츠 시장의 ‘오징어 게임

결국 ‘돈’이다. 대중문화에 있어 돈이 되는 콘텐츠로만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그는 작년 12월에 발표된 본인의 논문 ‘드라마 시장의 오징어 게임’의 ‘내수시장의 함정’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현재 방송사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재원을 조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넷플릭스의 '더글로리' 김은숙 작가만 회당 10억 원대를 받아간다지만, 역대 사극 중 가장 큰 규모인 KBS의 대하 드라마 ‘고려거란 전쟁’의 ‘회차당 제작비’가 8억 5000만 원이라고 전해진다. 예능 프로그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 ‘최강야구’는 한 번의 촬영에도 카메라가 기본 100대씩은 들어간다며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 같은 블록버스터급 예능과 붙어볼 경쟁력을 가지려면 회차당 3억 원은 투자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종편이나 넷플릭스의 등장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마치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모두가 박 터지게 싸워야 할 상황이며, 그로 인해 콘텐츠의 제작비는 전체적으로 크게 올라갔다.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만들려면 그만큼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 그 돈을 조달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 결국 방송사는 ‘자연도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의 현재를 ‘과잉경쟁’으로 인한 ‘방송사의 자연도태’라고 진단했다. 상대 콘텐츠 생태계를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지만, 현재 방송계는 그럴만한 재원을 마련할 역량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 ‘적자생존’의 시장을 활성화할 정책 역시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 교수는 이런 상황을 개선할 방법으로 무엇을 제시했을까?

‘에이스’를 밀어줘야

노 교수는 차라리 ‘에이스’ 방송사를 힘껏 밀어주자고 주장한다. 현재 방송업계는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잘 버는 구조가 아니며, 시청률이 3%가 나오든 30%가 나오든 동 시간대면 광고비는 똑같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채널에서 투자를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IP’의 중요성

투자를 받은 콘텐츠는 방송으로 고객을 더 끌어들이고, 그런 방송사들은 IP(지식 재산권)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넷플릭스처럼 미국과 유럽 등 외국으로 진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어 IP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K-팝 시장이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바로 연예 기획사가 이들의 모든 IP를 가지기 때문이며 이런 IP를 방송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콘텐츠 플랫폼이 갖거나 낳는 환경이 필요하나 현재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10조 이상의 사업자는 회사를 분리해야 하는 방통위의 규제에 대기업은 업계에 들어오지도 못하며, 주가 4000억 원의 SBS가 450조 원의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경쟁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인 격이다.

따라서 노 교수는 모든 방송사가 공생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잘하는 플레이어(방송사)가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메커니즘을 디자인하고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현재 한국의 종편 포함 8개의 방송사 중 최소 3~4개의 방송사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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