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우 칼럼] 문 닫은 세계 최대 TV영상 견본마켓 MIPTV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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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우 칼럼] 문 닫은 세계 최대 TV영상 견본마켓 MIPTV의 교훈
  • 칼럼니스트 권만우
  • 승인 2024.05.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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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년을 맞이한 마지막 행사를 프랑스 칸에서 본 소감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콘텐츠마켓 개최도시 부산도 타산지석 삼아야
예년에 비해 썰렁한 느낌이 드는 MIPTV 프로듀서 라운지
예년에 비해 썰렁한 느낌이 드는 MIPTV 프로듀서 라운지.

60년 전인 1964년에 프랑스 리옹에서 19개국 119개 업체가 참가하는 방송영상 견본마켓 MIPTV가 처음 열렸다. MIPTV는 프랑스어인 Marche International des Programmes de Television의 약어로 이후 칸(Cannes) 국제영화제와 함께 프랑스 남부 해변도시인 칸에서 매년 개최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4월 행사를 마지막으로 MIPTV는 창립 60주년 만에 막을 내리고 내년부터는 영국 런던에서 런던TV스크리닝(London TV Screenings)이라는 행사의 부설 프로그램으로 개최되게 된다. MIP런던으로 명명된 이 행사는 매년 2월 영국의 사보이 호텔에서 개최된다.

한때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15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전성기를 누린 MIPTV가 이렇게 쓸쓸하게 폐장하고 런던으로 옮기게 된 것은, 변화하는 세계 방송영상 시장의 흐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청 습관의 고착과 OTT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의 급성장은 세계 TV프로그램의 투자와 유통이 서구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전통적인 극장과 TV라는 전달 매체가 지켜주던 제작, 배급, 유통, 투자시장이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제작한 오징어게임과 같은 글로벌 드라마가 성공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칸이 이렇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상영과 배급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배타적이었던 것은 이미 10년전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례로 2017년 칸 영화제는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경쟁 부문에 초청했는데 프랑스 극장협회와 심사위원들로부터 “영화제 상영작은 극장 상영을 전제로 해야 하며 극장이 아닌 OTT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은 영화로 볼 수 없다”는 반발을 야기한 바 있다. 결국 칸은 이듬해부터 OTT영화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모든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는 스트리밍이 되기 전 반드시 극장에서 상영을 해야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영화제와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상도 온라인 스트리밍을 받아들인 마당에 티에리 프리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가 역사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극장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은 대중성보다 예술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외면받는 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MIPTV와 칸시리즈가 개최되는 칸의 팔레드페스티벌
MIPTV와 칸시리즈가 개최되는 칸의 팔레드페스티벌.

올해 MIPTV2024에 공식적으로 참가한 배급사는 29개에 그쳤는데 이는 전성기에 비해 수십분의 1에 그친 실적이다. 주최 측인 RX(Reed eXhibitions)는 MIPTV가 영국으로 가도 10월에 칸에서 개최되는 국제TV프로그램 견본시장인 MIPCOM(MIP de Communication)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봄에는 영화제에 집중하고 가을에는 마켓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와 방송, 혹은 관련 콘텐츠로 나뉘어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도 칸이 가진 영상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산 OTT서비스인 SALTO의 사례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등 글로벌 OTT에 대응해 뒤늦게 프랑스는 2020년 자국산 스트리밍 플랫폼인 SALTO를 출범시켰지만 금새 문을 닫고 말았다. 자존심만 내세우고 영화만 고집하며 제 때 대응하지 못하다가 MIPTV와 같은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내년이면 출범 30주년을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나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부산콘텐츠마켓도 MIPTV와 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영화계에서는 아직도 왜 8부작이나 16부작 같은 시리즈 드라마가 영화제에 초청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인 입장들이 있다. 즉, 한 편으로 완결이 되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는 영화만이 영화제에 출품되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의견이 영화계에서 우세한 것이다.

그나마 프랑스 남부 해변도시 칸의 갖고 있는 희망은 2017년 시작된 TV시리즈 페스티벌인 <칸 시리즈 Canneseries>의 선전이다. 칸 시리즈는 특히 프랑스 북부도시 릴(Lille)에서 개최된 국제TV페스티벌인 시리즈마니아(SeriesMania)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에서의 이러한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부산에서도 다양한 TV시리즈물에 대한 견본시장과 상들이 마련되고 있다. 부산은 영화제로 유명한 해외도시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영화제와 마켓은 물론 영상촬영스튜디오와 영상과 콘텐츠 관련 국가기구가 집적되어 있어 세계적인 콘텐츠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한 훌륭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영상산업에 있어 칸의 위기는 다른 국가에게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5월 중순에 막을 내린 LA스크리닝(LA Screenings)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허브 도시를 꿈꾸는 부산은 그 허브 도시의 중심을 가득 채을 영상 콘텐츠 산업이 부산에 모일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매년 5월 말과 6월 초순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부산콘텐츠마켓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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