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부산은 ‘도시관리’에 실패했다; ‘부산 북항 재개발 비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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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 부산은 ‘도시관리’에 실패했다; ‘부산 북항 재개발 비리’ 앞에서
  •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4.05.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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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살 만한 도시’일까, 찾고 싶은 도시‘일까? 부산은 세계적 도시경쟁을 감당할 상징물이나 매력적 공간, 나아가 인재·기업·자본이 모일 플랫폼은 갖추고 있나? 부산은 성장 잠재력 저하, 극저출산·초고령화 같은 근원적 현상에 대응, 어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나? 부산을 걱정하는 도발적 질문을 하다 보면, 부산은 도시 경관·건축 관리 및 도시 재개발·개조에 관한 한, 분명 실패한, 실패의 길을 걷는 도시인 것 같다.

부산은 ‘첨단산업 남부권 허브’며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도시 위상은 각각의 ‘허브’를 노릴 만큼 그리 탄탄하지 않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EIU)에서, 세계 167개 평가대상 중 부산은 100위권 밖이다. 올 ‘글로벌 도시 지수'(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선, 세계 1000대 도시 중 부산 252위, 서울 41위다.

<특급호텔 용지에 초고층 주거 건물부산 북항 재개발 특혜>, 부산의 랜드마크 개발사업 ‘부산 북항 재개발’이 난개발로 흐르고 있다. 민간이 그 재개발 용지에 ‘국제해양관광거점 육성’이란 계획대로 호텔과 업무용 건물을 짓겠다며 토지를 매수, 사업계획을 바꿔 수익성 좋은 초고층 주거용 건물을 건축했다? 부산이 직면한 인구 격감 및 도심 공동화 속, 도시관리에 관한 부산의 제도적·현장적 무능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부산 북항 재개발’,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프로젝트에, 국내 최초의 항만 재개발 사업이다. 부산은 그 유명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개발의 성공 사례를 보며, 이 사업의 성공을 성원했으리. <부산발전 비전 및 전략-2050 부산 플랜> 역시 북항 재개발의 성공을 전제로, 부산의 꿈을 키울 ‘빅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항 재개발’은 벌써, 상당 부분 실패했다. 민간의 탐욕과 행정의 무능이 결합, 부산의 미래를 걷어찬 역사적 참사(慘事)다.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 국제해양관광거점용 호텔 및 업무용 건물 용지에 주거용 건물을 건축한 난개발 비리가 발생, 부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왼쪽 청색 건물=협성 마리나 G7, 오른쪽=롯데캐슬 드메르, 사진=국제신문).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 국제해양관광거점용 호텔 및 업무용 건물 용지에 주거용 건물을 건축한 난개발 비리가 발생, 부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왼쪽=협성 마리나 G7, 오른쪽=롯데캐슬 드메르, 사진=국제신문).

1. 최근 전 세계 산업의 중심 화두는 ‘창조’와 ‘융합’이다. 다양한 산업+기술의 창조적 융합은 미래산업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다. 세계 각국이 전시·컨벤션산업과 문화·관광 분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MBS)는 비즈니스 여행과 MICE 산업을 결합한 융합 공간의 전형이다. 싱가포르는 도시 중심부 항만배후단지를 재개발, MBS에서 2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MBS 개설 첫해에 경제성장률 14.5%를 달성했다.

MBS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며, 싱가포르 관광의 핵심지역이다. 싱가포르가 국제회의 개최 건수 세계 1위 혹은 국가경쟁력 세계 1, 2위를 다투는 힘은 마리나베이 재개발의 성공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그 재개발 과정에서, 하드웨어적 입지·시설에 특유의 소프트 매력도와 콘텐츠를 한껏 가미했다. 열대지역, 부산만 한 소형 도시국가의 강력한 경쟁력은 국가혁신계획에 따른 도시 개조의 알찬 결실이다.

MBS는 세계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리조트의 하나다. 전체 규모 101만m²,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떠오른 호텔과 함께, 초대형 회전 관람차(싱가포르 플라이어), 싱가포르 상징 조각상(머라이언상) 등을 품은 문화·관광 중심지다. ‘정원 속의 도심’ 개념의 식물원 ‘가든즈 바이 더 베이’와 ‘슈퍼트리’(철골구조 나무 조형물)의 조망은 탄복할 만한 풍경을 자아낸다. 그 자체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관광지다.

상가포르 항만 배후단지와 주변 습지를 재개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거듭난 마리나 베이 샌즈(MBS) 야경.
싱가포르 항만 배후단지와 주변 갈대 습지를 재개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마리나베이샌즈(MBS)의 야경(위)과 식물원 일대(사진=구글 이미지).
마리나 베이 샌즈의 ;도심 속 정원' 식물원 일대(사진=구글 이미지).

싱가포르는 낡은 항만배후단지와 주변 갈대 습지를 중심상업지구로 확장, 국제업무·관광·복합단지로 재개발했다. 그 중심시설 MBS는 처음부터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를 추구했다. 그곳의 랜드마크적 건축물은 한국 건설사(社)의 기술력이 빛나는 걸작이다. MBS는 도시 재개발의 성공적 모델로 세계 속에 우뚝하다. 그 도시국가의 도시관리 및 정책집행 역량, 참 부럽기만 하다.


2. 세계 각국이 주목한 화두, ‘원도심 재생을 통한 세계적 관광지 조성’도 있다. 영국 리버풀과 독일 함부르크는 부산 북항처럼 낡은 항만지대를 재개발,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좋은 사례다. 최근 세계 여행자의 특출한 관심을 끌고 있는 도쿄의 도시개조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아자부다이 힐즈’ 등을 조성, ‘컴팩트 시티’(도시 주요기능을 한곳에 모은 도시계획)로 거듭난 도쿄 도심, 그건 ‘도쿄 대개조(大改造)’의 핵심 개념이다(『도쿄를 바꾼 빌딩들』).

영국 리버풀 항만 재개발 지역 원경. 왼쪽 프린스 부두, 중앙 만 아일랜드 빌딩 및 리버풀 박물관, 오른쪽 로얄 앨버트 부두.
(위)리버풀 항만 재개발 지역 원경. 왼쪽에 프린스 부두, 중앙에 만 아일렌드 빌딩 및 리버풀 박물관, 오른쪽 로얄 앨버트 부두. (아래)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일부(사진=위키피디아)
독일 함부르크 항만 재개밸 지구 '하펜시티' 일부(사진=위키피디아).

미래형 도시 모델 ‘아자부다이 힐즈’는 그동안 유행했던 녹원(綠園)도시 모델의 미래형이다. 그 컨셉은 자연에 둘러싸여 사람-사람을 이어주는 광장 같은 동네다. 건물을 먼저 배치한 뒤 남은 공간을 녹지로 꾸미는 기존 도시개발과는 정반대의 접근이다. 도쿄를 세계 문화도심으로 만든 도시개발의 상징 ‘롯폰기 힐즈’ 역시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와 컨셉을 추구, 성공한 사례다. 대형 복합개발에 따른 여러 변수를 극복하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구현했다.

부동산 개발 전문가 모리 미노루(모리빌딩 창업주). 그는 세계 공통의 도시문제를 직시, 대안을 고민하며 미래지향적 해결책을 제안했다. 노후하고 불안전한 도심부를 개조, 안전하고 편리한 인프라 위에 세계인이 교류하며 미래산업을 창조하는 도시를 꿈꿨다. 사람-자본-기업이 모여들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되살리는 새로운 모델이다. 그 도시개조를 이끈 디벨로퍼의 시대적 혜안과 창의, 그 열정과 사회적 책임, 참 존경할 만하다.

‘도쿄를 바꾼 빌딩’ 중 마루빌딩 부근 보행자 친화거리 나카도오리. 저층부에 매력적인 상점을 유치하며, 차도를 좁히고 보도를 넓혀 벤치, 화단, 조각을 배치,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위)‘도쿄를 바꾼 빌딩’ 중 마루빌딩 부근 보행자 친화거리 나카도오리. 저층부에 매력적인 상점을 유치하며, 차도를 좁히고 보도를 넓혀 벤치, 화단, 조각을 배치,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아래) 도쿄를 ‘세계 문화도심’으로 재개발한 롯본기 힐스 일원(사진=일본관광공사).
도쿄를 ‘세계 문화도심’으로 재개발한 롯본기 힐즈 일원(사진=일본관광공사).
일본 도쿄 도심 롯본기 힐즈 모리타워. 쇼핑-관광-문하를 원스툽으로 즐길 수 있는 초고층 복합시설로, 외국인 관광객 포함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명소다.
일본 도쿄 도심 롯본기힐스 모리티워. 쇼핑-관광-문화를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초고층 복합시설로,. 외국인 관광객 포함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명소다. (아래)52층 실내전망대 ‘도쿄 시티뷰’에선 도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사진: 두키피디아).
 모리티워 52층 실내전망대 ‘도쿄 시티뷰’에선 도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사진: 두키피디아).

3. 부산 ‘북항 재개발’ 실패, 그것은 민간의 탐욕과 행정의 불의(不義)가 결탁한 참극이다. ‘국제해양관광거점 육성 및 친수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한 사업에, 생활형 숙박시설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난립한다? 그것은 부산의 도시 개조를 망치며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는 뼈아픈 역사로 남을 것이다. 부산은 싱가포르 항만 재개발의 성공 사례를 알고, 도쿄 도시 개조의 특출한 효과를 보면서도, 낡은 항만부지를 세계 속 매력 있는 공간으로 창조할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부산 북항’? 실상 ‘부산항’의 뿌리다. 세계와 부산을 잇는 여객항로, 부산과 대륙을 이을 철로를 포용한 부산의 관문지대다. 세계 속 부산을 상징했던 그 ‘부산항’ 부지에 국제해양관광거점을 육성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한다? 그 목적은 지당했다. 뚜렷한 목표와 컨셉을 꿈꾼 그곳에 주거용 고층건물이 난립했다? 부산은 싱가포르 MBS며 도쿄 ‘힐스’ 시리즈와 겨룰 기회를 상실했다? 부산이 이런 탐욕과 불의 앞에 그토록 무력했다는 것, 참 안타깝다.

그 탐욕과 불의의 궤적은 너절하다. [부산항만공사(BPA)]사업목적·개발방향 결정, 8개 부지 선(先)매각⇨[민간업자]사업계획 변경, 특급호텔 용지에 주거용 건립 및 공공기여 축소 추진⇨[부산시]BPA에 건축심의 협의, 사업계획 부합 여부 확인⇨[BPA]계획변경 사업 계속 동의⇨[민간 1]레지던스(지상 61층, 2개동, 1,028실) 분양 등 8144억 원 수익, [민간 2]레지던스 대량 추가(지상 59층, 2개동, 1,221실) 시공 중…. 행정은 공적 책무 대신 민간의 불의에 호응했고, 기업은 부산의 미래를 팔아 막대한 부당이익을 도모했다.

감사원은 이번 비리와 관련, 토지매매 계약관리와 건축 인허가 협의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BPA 관련자 2명을 파면·해임하도록 했다. 시공 중 사업에도, 원래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사후약방문이다. 해양관광거점용 호텔 용지에 난립한 주거용 건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오죽하면, 부산시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민간의 초과 이익금 전액 환수를 촉구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겠나.


‘부산 북항 재개발 비리’를 보는 부산 지역사회의 원성(怨聲)은 높다. 부산 유수 건설사 등이 그 일탈에 앞장섰다는 것, 실망은 크다. 부산시·동구청과 정부의 무능·부패에 대한 질책 역시 무겁다. 검찰은 이번 특혜 의혹과 관련, BPA에 이어 부산시·동구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시민들은 ‘건축 관련 총체적 비리의 일망타진’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의 도시관리 관련 불만·민원이 어디 이뿐이겠나.

부산 마린시티 해원초교 인근 초고층 건물 건립에 따른 교육환경 저해 논란을 보라. 부산시 등의 법적 흠결은 없다 하더라도, 부산시민이 그 관청에 원성을 쏟아낸다는 것, 서글프지 않나? 부산 건축행정은 더러, ‘공익 보호’보다 ‘건축주 보호’에 치우치는 것 같다. 해운대 양운초교 인근 고층 오피스텔 건축허가 역시, 구청은 학교·주거지역 환경보호 차원의 정책적 검토보단 허가 신청의 적법성을 앞세우고 있다. 행정이 주민에게 냉정하다는 것, 그건 얼마나 절망스러운가.

이 정도면, 부산은 도시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해도 좋다. 굳이 이번 북항 재개발 비리가 아니더라도, 도시관리에 대한 시민의 원성이 높다는 것, 그건 공직자가 공직윤리를 저버린 채 민간의 탐욕에 응하고 있다는 정서적 불만 때문일 것이다. ‘북항 재개발’, 그 중요한 도시개조 프로젝트 앞에서조차, 공직자는 그 컨셉(사업계획)을 이해하거나 현장을 점검하는 대신, 오직 (불의를 담은)문서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니, 그 ‘속 빈 행정’의 결과는 또 얼마나 서글픈가?

부산의 도시관리 실패는 도시의 대외적 경쟁력과 대내적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부산은 부산항 재개발 사업을 계속하더라도, 이번 실패의 상흔을 상쇄하기는 아려울 것이다. 그 중심지역에 관광-업무시설 대신 주거시설을 짓곤, 무슨 도시재생이며 도시개조인가? 결국 부산은 도시개조의 꿈은커녕, ‘찾고 싶은 도시’조차 추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건 부산사람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회한(悔恨)으로 남을 것이다. ⍔사족; ‘부산 북항 재개발 비리’의 엄정한 처리 및 합당한 징벌은 향후 부산 도시개발의 성공을 기약할 푯대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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