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커다란 기억의 공간...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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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커다란 기억의 공간...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 취재기자 서하늘
  • 승인 2024.04.23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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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관람가능한 국립역사관
체험가능한 상설전시관 가족과 함께
건물모양에서 찾아보는 역사적의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란 없다’라는 말은 아는가? 이 문장을 관통하듯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관이 있다. 바로 부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다.

4층 상설 전시의 마지막 장소인 피해자/기증자 기념장소에 사진이 다닥다닥 붙여져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4층 상설 전시의 마지막 장소인 피해자/기증자 기념장소에 사진이 다닥다닥 붙여져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사진들. 절로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 공간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전시 장소인 4층과 5층을 이어주는 장소이다. 관람객이 4층 상설전시관을 따라오게 되면 마주하는 마지막 공간. 과연 저 사진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들을 알아보려면, 역사관의 4층 상설전시관부터 천천히 그 역사의 흐름을 따라 움직여야한다.

일제강제동원의 기록을 담다

관람을 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야 전시장의 입구에 들어설 수 있다. 역사관의 4층은 상설전시관으로 일제강제동원의 기록을 담아두었다. 아픈 과거인 만큼 더욱 기억해야 하는 법. ‘일제강제동원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면서 역사의 흐름대로 이어진다. 일본에 강제동원 되었던 인구수 통계자료부터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군함도의 더욱 깊은 이야기. 강제동원되었던 분들의 진술 음성 등 텍스트나 영상, 음성 기록들이 전시되어있다.

4층 전시관은 혼자 조용히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도슨트의 해설 시간에 맞추어 관람하는 것도 매우 좋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정보들을 직접 읽어보는 것과 도슨트가 중요한 사건과 포인트들을 설명해주는 것도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상설전시해설의 경우 역사관 공식사이트의 공지사항을 살펴보면 매달 도슨트 일정이 올라오니 참고하면 더욱 좋다. 김민지(22) 씨는 “해설 없이 보는 것도 좋지만, 도슨트의 해설에 맞추어 무거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들으니 관람을 좀 더 의미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들과 눈을 맞추며

4층 상설전시관을 빠져나오면 앞서 말한 사진들을 마주하게 된다. 천장까지 걸려있는 사진들이 있는 곳은 ‘피해자/기증자 기념공간’이다. 높은 층고를 사용해 한 쪽 벽면을 사진들로 구성한 장소인데, 그 크기가 엄청나 관람객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래에서 사진들을 그저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옆에 있는 계단을 한층 한층 걸어 올라가며 피해자와 역사에 함께했던 사람의 사진 속 얼굴을 마주보며 과거와 진실되게 맞닿아있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 포인트다. 김 씨는 “아래에서 사진을 올려다 보는 것과 계단을 올라가며 같은 시선으로 사진을 느껴보는 것이 정말 이 역사관에서 중요한 울림을 주는 포인트같다”고 말했다.

소리의 울림을 들으며

관람객이 5층 상설전시장에 구현되어있는 동굴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관람객이 5층 상설전시장에 구현되어있는 동굴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쿵...쿵...“

계단을 따라 사진과 눈을 맞추어 올라오면 동굴 안에서 돌을 깨는듯한 소리를, 또 다른 곳에서는 조금은 자극적인 구타를 당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소리는 5층 상설전시관의 전시 중 일부이다. 일본에서 생활한 조선인 노무자의 숙소를 재현한 공간, 위안소를 재현한 공간, 조선인들이 노역을 하던 동굴을 재현한 공간 등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 발을 딛으면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나레이션이나 말소리, 돌을 깨부수는 소리, 구타를 당하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게 된다. 몇몇 관람객은 너무 생생한 재현소리에 무섭다는 반응을 보기기도 했다.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린다

5층 상설전시관 옆으로 가면 ‘기억의 터’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함께 기억하고, 널리 알리는 역사관이라는 목표가치(Mission Statement) 아래 세워진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일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연구, 전시, 교육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을 추모하고 위로하는 시설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일제강점기 국외로 강제동원되었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유골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에게는 추도공간으로서 아픔을 위로 하기 위한 장소이다”라는 문구 밑에 '추모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관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을 기억의 터 입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배의 형상

기억하길 위하는 마음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지어진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앞에서 보면 네모난 형식의 단촐한 건물이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커다란 ‘배’의 형상을 띄고 있다. 역사관은 건축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만들어졌다. 도슨트 송한주 씨는 “건물로고나 형상을 보면 일제강점기 당시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한 배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며 “내부에 들어와서 보면 중간에 크게 나 있는 공간도 배의 모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층 상설전시 입구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대표로고가 새겨져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4층 상설전시 입구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대표로고가 새겨져있다(사진:취재기자 서하늘).

전체적인 모습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역사관 홈페이지의 시설안내에 삽입되어 있는 이미지를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건물에 관람을 위해 들어온 관람객은 그 당시 일제에 강제로 가게 된 사람들 즉, 배에 탑승한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건물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역사관의 의미가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것.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산 중턱에 지어져 있는 터라 앞쪽에 위치한 부산문화회관 보다 잘 알려지진 않았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김 모 씨는 ”대연동에 살지만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처음 들어본다. 유엔평화공원이나 문화문화회관은 가끔 가는데 역사관은 한 번도 못 가봤다”고 말했다.

역사관은 국립이기 때문에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 모두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 휴일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에는 운영하지 않으니 일정을 잘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족들과 또는 연인과 친구들과 역사를 되새기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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