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보기 위해 티켓값 9배 지불...지금은 대리 티켓팅과 전쟁 중
상태바
페이커 보기 위해 티켓값 9배 지불...지금은 대리 티켓팅과 전쟁 중
  • 취재기자 김명준
  • 승인 2024.04.09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 공연 등 분야 가리지 않고 대리 티켓팅 극성
암표와 달리 본인 계정으로 예매해 현장 본인인증 문제없는 점 노려
일본에서 일반화된 추첨제 등 대리 티켓팅 대책도 새롭게 등장

티켓팅은 콘서트, 스포츠 등을 관람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다. 인기 있는 공연이나 경기는 수요가 많아 빠르게 매진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매진 세례로부터 예매자들을 도와주고자 일정 금액의 수고비를 받고 티켓 예매를 대신하는 대리 티켓팅도 중고거래 사이트 및 SNS 등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대리 티켓팅이 과열되면서 예매자들이 불편을 겪어 문제가 되고 있다.

3월 23일 롤파크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T1 선수들의 팬미팅 현장에 많은 팬이 참여해 관람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3월 23일 롤파크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T1 선수들의 팬미팅 현장에 많은 팬이 참여해 관람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종목을 넘어 e스포츠 최고의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 그가 소속된 T1팀 경기는 연일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구단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예매가 진행되는 ‘T1 ZONE’(티원존)은 특정 경기 승리 시 선수와의 팬미팅 참여권이 주어져 예매 시작 20초가 지나지 않아 매진되기도 한다. 이러한 티원존은 대리 티켓팅 업자들에게 주 타깃이 됐다.

지난 3월 23일 열린 2024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DRX와의 경기는 선수 전원과 팬미팅을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져 대리 티켓팅 수고비가 티원존 정가 5만 원의 8배인 40만 원까지 올라갔다. 티켓값까지 포함하면 총 45만 원으로 기존 가격의 9배를 지불하는 것이다. T1팬 김지혜(28, 서울시 동작구) 씨는 “티원존 예매는 팬들 간의 경쟁이 아닌 대리 티켓팅 업자와의 싸움”이라며 “특히 팬미팅이 있는 날은 고액의 수고비를 받은 대리 티켓팅 업자들이 티켓을 대부분 휩쓸어가서 대리 티켓팅을 안 맡긴 사람은 바보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3월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MLB 서울시리즈 2차전 경기 시작 전 사전 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3월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MLB 서울시리즈 2차전 경기 시작 전 사전 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대리 티켓팅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초로 한국에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의 정규시즌 경기가 개최돼 화제를 모은 ‘MLB 서울시리즈’. 3월 20일부터 21일까지 2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시리즈는 예매처 쿠팡플레이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예매 시작 8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등 예매 과정부터 불꽃 튀는 경쟁이 있었다. 21일 경기를 관람한 이모(35, 경기 수원시) 씨는 대리 티켓팅 업자에게 10만 원 이상의 수고비를 지불하고 이 경기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경기 예매를 시도했을 때 제 손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오타니, 김하성 등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지금이 아니면 다시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잘못된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대리 티켓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월 10일 KSPO DOME에 가수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2024 IU H.E.R. WORLD TOUR CONCERT IN SEOUL’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3월 10일 KSPO DOME에 가수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2024 IU H.E.R. WORLD TOUR CONCERT IN SEOUL’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또한, 대리 티켓팅의 흔적은 암표와의 전쟁을 선언한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3월 2일부터 3일, 3월 9일부터 10일까지 총 4회차로 서울 KSPO DOME에서 열린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2024 IU H.E.R. WORLD TOUR CONCERT IN SEOUL’.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이먼트에 따르면, 아이유 팬클럽인 ‘유애나 6기’를 대상으로 열린 선예매부터 4회차 전석을 모두 매진시켰다. 이에 아이유 콘서트에서는 대리 티켓팅은 물론이고, 취소표 예매를 도와주는 ‘대리 취켓팅’도 등장했다. 3월 10일 열린 콘서트를 관람한 김주한(26, 대전시 중구) 씨는 주변에서 여러 지인이 이러한 대리 취켓팅을 통해 티켓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소표는 예매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뜨더라도 극소수인데 모두 매크로를 사용하는 업자들이 잡기 때문에 대리 취켓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라 지적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대리 티켓팅 업자로 활동한 박모(27, 서울시 은평구) 씨는 대리 티켓팅이 업자에게 “끊을 수 없는 유혹”이라 말한다. 박 씨는 “업자의 경우 간단한 매크로를 다룰 줄 알거나 티켓팅을 잘한다면 적은 노력으로 한 번에 적게는 몇만 원, 많게는 몇십만 원까지 벌 수 있어 대리 티켓팅이 용돈벌이 형태로 선호된다”며 “나도 처음에는 지인들의 티켓팅을 가볍게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한 달에 몇백만 원까지 수익이 나니까 멈출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박 씨는 대리 티켓팅이 예매자에게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명 공연 및 경기 티켓팅은 암표와 매크로들이 휩쓸어 일반인들은 본인의 힘만으로는 티켓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구조”라며 “본인 명의 계정으로 티켓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암표 구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현장 본인확인을 쉽게 통과할 수 있어 예매자들이 대리 티켓팅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덧붙었다.

이러한 대리 티켓팅 문제가 심화하자 최근 ‘추첨제’와 같은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T1 구단의 경우, 2024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부터 응모 기간 내에 티켓 구매 기회를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하여 티켓 구매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T1은 공지사항을 통해 “티켓 운영과 관련해서 더 많은 팬분이 공정하게 예매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추첨제가 일본 팬클럽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점을 들어 공연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9년 9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가수 아이즈원의 콘서트를 관람했던 노연균(24, 경기 의왕시) 씨는 “처음에는 일본의 추첨제가 낯설었지만, 모든 팬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국내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현재 극심한 대리 티켓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팬심을 이용하여 제 3자가 이득을 취하고, 정작 진심으로 공연 및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팬들이 피해 보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도 건강한 관람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대리 티켓팅을 방지하는 대책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