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범벅 대학가 뒷골목이 '문학거리’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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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범벅 대학가 뒷골목이 '문학거리’로 변신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8.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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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골목길 울타리 130m에 향파 이주홍 선생 기리는 액자 33점 전시 / 이원영 기자
지난 5일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부경대학교 북쪽 골목길에 고 향파 이주홍 선생의 이름을 딴 ‘향파 문학거리’가 조성됐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불법 광고물 부착과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던 부산의 한 대학가 골목길이 향파 이주홍 선생의 이름을 딴 문화의 거리로 변신했다.

지난 5일 부산 남구 대연 3동 주민센터는 ‘향파 문학거리 1차 조성사업’으로 관내 부경대학교 북쪽 골목길의 철제 울타리 130m 길이에 갤러리 형식의 액자 33점을 설치했다. 이 액자에는 소설가 고 향파 이주홍 선생의 연보, 작품 활동 내역, 시와 소설의 일부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이 골목의 울타리는 원룸, 오피스텔, 음식점, 유흥업소 등 불법 광고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던 곳. 또, 일회용 컵 등 각종 쓰레기가 무단 투기돼 주민들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어지러운 거리를 깨끗히 정비하는 방안으로 지역 문학의 큰 어른이었던 향파 이주홍 선생을 기리는 문학거리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대연3동 주민센터와 부경대학교가 힘을 합쳤다. 

부산 부경대학교 북쪽 골목길에 ‘향파 문학거리’가 조성되기 전 모습. 이 골목은 울타리에 불법으로 부착되는 광고 전단지,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로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곳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이번 사업은 지난해 4월 대연 3동 주민센터의 ‘주민자치회 지역공동체 형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출발했다. 당시 주민센터가 자체적으로 향파 문학거리 진입로에 방향 안내판과 동판 패널을 제작·설치했다. 이후 주민센터는 올해 남구청으로부터 주민 숙원 사업비를 배정 받아 조성을 계획한 총 거리 260m의 절반인 130m 구간에 갤러리 액자 33점을 전시했다.

대연 3동 주민센터는 올 하반기에 예산을 더 확보해 갤러리 액자 30여 점을 추가 설치해 올해 안에 나머지 구간의 단장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향파 선생의 전시 작품 선정은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남송우 교수가, 액자 디자인 도안은 부경대 디자인학부 홍동식 교수가 맡았다. 일종의 관·학 협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대연 3동 주민센터는 “향파 문학 거리가 부경대 교정에 있는 향파 건물, 향파 문학비,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워크 사령관의 지휘소였던 워커하우스 등과 연결돼 스토리가 있는 새로운 문화관광 공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부경대학교 북쪽 골목길에 위치한 ‘향파 문학거리.’ 현재 울타리 130m 구간에 향파 이주홍 선생의 삶과 인생, 작품을 담은 액자 33점이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한국 문학의 거목인 향파 이주홍 선생은 1906년 경남 합천에서 출생했다. 그는 1925년 신소년 지에 동화 <뱀새끼의 무도>를 발표하며 문학의 길에 들어선 후 1929년 단편 소설 <가난한 사랑>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해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1958년 최계락, 손동인 등과 ‘부산아동문학회’를 결성했고, 1965년 유치환, 김정환, 이영도 등과 함께 동인지 <윤관>을 창간했다. 아동 문학, 시, 소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던 그는 1949년부터 1975년까지 부산수산대학교(부경대학교 전신) 교수로 24년간 재직했으며, 1987년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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