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인스타그램 스타 교사...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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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인스타그램 스타 교사...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 '위로'
  • 취재기자 명경민
  • 승인 2023.12.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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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 싱어송라이트 천진우 씨의 독특한 음악세계
인스타그램 112만 조회 기록... ‘멸망’ 노래 노래방에도 있어
있는 그대로 자신도 사랑하는 음악으로 사람들 위로
크리스마스 캐롤 '천진우 식'으로 만들고 싶어

어느 날, 인스타그램의 ‘릴스’에서는 아주 독특한 영상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여러 명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얼굴을 비춘다.

해 질 녘의 햇살과 새하얀 모래사장. 푸른 하늘과 바다. 그곳에서 웃통을 벗고 줄도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통기타를 들고 특이한 높은 톤의 목소리로 “잊고 싶은 기억은 모두 갈림길에 두고 오세요~” 하는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

그 릴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11월 중순까지 무려 112.9만이라는 높은 조회 수와 666개의 댓글을 받았다.

인디가수 천진우 씨가 해수욕장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는 모습(사진: 천진우 씨 인스타그램 릴스 캡처). 
인디가수 천진우 씨가 해수욕장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는 모습(사진: 천진우 씨 인스타그램 릴스 캡처). 

그 주인공은 바로 천진우(27) 씨. 천 씨는 지난 22년 8월 20일에 발매한 데뷔작 EP 앨범 ‘굴다리’를 시작으로 EP 앨범 2장과 정규앨범 2장, 싱글 음악 1곡을 냈던 ‘싱어송 라이터’이다.

천 씨의 음악은 다른 음악들과는 조금 다르다. 부르는 이와 듣는 이 모두 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 웃음은 결코 따뜻한 웃음은 아닌 그만의 음악. 

천진우 씨는 과연 누구인가? 그와의 인터뷰는 최근 인스타그램 DM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틀간 진행되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음악하고 있는 ‘천진우’라고 합니다.

Q. 천진우 씨는 가수로서 아직은 ‘인디가수’이신데 가수가 본업인가요? 아니면 따로 종사하고 있는 본업이 있으신지요?

A. 본업의 기준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일단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중학교 선생님인 동시에 가수라는 위치가 굉장히 특이한데, 제자들과 동료 교사분들은 천진우 씨의 음악에 어떤 반응을 보이십니까?

A. 원래 음악인임을 잘 안 밝히기는 하지만, 알게 된다면 그냥 다들 좋아하십니다. 학교의 일에는 전혀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거든요.

Q. 본업과 가수 일을 병행하신다면 늘 바쁘실 것 같습니다.

A.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시간은 늘 쪼개서 사용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디가수 천진우 씨가 공원에서 통기타를 치며 악상을 떠올리고 있다(사진: 천진우 씨 제공).
인디가수 천진우 씨가 공원에서 통기타를 치며 악상을 떠올리고 있다(사진: 천진우 씨 제공).

노래하는 중학교 교사 천진우 씨. 그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Q. 천진우 씨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엇이고, 또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사랑, 사랑이요. 제 음악은 ‘사랑 노래’에요. 다만 평범한 연인 타령은 없고 나의 삶과 그림자, 꿈을 사랑하는 그런 음악이에요.

Q. 가사가 상당히 독특합니다. 반지하나 월세, 곰팡이나 바퀴벌레, 돈벌레 같은 독특하고 현실적인 가사와 비속어와 같은 표현도 가사에서 자주 나오는데 혹시 저런 표현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또 애용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A. 일단 벌레나 곰팡이 같은 이야기는 보통 저의 경험담입니다. 가사는 경험도 있고 픽션도 있고 그래요. 저런 표현들은 사람들이 제 곡에서 현실감을 느꼈으면 해서 주로 현실감이 느껴지는 주제와 단어를 선택해서 가사를 쓰고 있죠.

Q. 하모니카와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댓글에서는 소위 ‘어둠의 김광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김광석 또는 다른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았는지요?

A. 글쎄요.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많지만, 앨범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누구 한 명을 꼽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Q. 본인의 음악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은 무엇인가요?

A. ‘다리에서요’입니다. ‘발라드’곡처럼 보이는 ‘가스펠’곡인데, 재밌는 곡이라 좋아해요.

“결국에 세상은 망하고 우린 모두 죽고 말겠지. 수많은 고통과 기쁨도 한 줌의 가루가 되겠지.” 편안한 통기타 반주 소리와 다가오는 씁쓸한 가사는 듣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가 낳고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키운, 천진우 씨에게는 그야말로 ‘효자’ 곡인 ‘멸망’이라는 음악에 대해 몇 가지 질문했다.

Q. 알고리즘을 타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던 ‘멸망’이라는 곡을 해수욕장에서 부르는 독특한 영상은 어디서 찍게 된 영상입니까?

A. 제주도에 친한 형들이랑 여행을 가서 해수욕을 즐기다가 해 질 때쯤 찍었어요.

Q. ‘멸망’ 역시 가사가 굉장히 독특한 곡입니다. 그 곡으로 듣는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입니까?

A.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다른 곡들도 그렇지만 ‘멸망’ 역시 음악을 만들 때 따로 메시지를 주고자 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듣는 분들이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게 바로 정답이지 않을까요?

Q. 일반적으로 노래방에서 불리는 음악들에서 나오는 수익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멸망’이 노래방에 수록된 것도 벌써 5개월이 넘어가고 있는데, 노래방 관련 수익이 노래방 수록 전보다 좀 늘어났는지요?

A. 아니에요. 노래방 수익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아요. 많이 안 부르나 봐요.(웃음)

마지막으로 그의 계획과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현재 계획 중에 있는 일이 있으신가요?

A.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크리스마스 캐롤을 천진우식으로 만들었어요. 그 앨범에는 원래 있던 노래를 번안하기도 했고 아예 새로 만들기도 했죠. 또 제 노래를 더 많이 알리고 좋은 노래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Q. 지금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뭐가 됐든 결국에는 지나가기 마련이에요. 순간마다 과몰입하지 말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자존감은 가장 큰 숙제다. 각종 미디어가 비추는 많은 이들의 화려한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비교되어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잊은 이들도 적지 않다.

천진우 씨는 그런 이들을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껴안아 주는 음악을 한다. 그는 곰팡이나 바퀴벌레 등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조적인 한 편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음악으로 삶의 밝은 부분이 아닌 어두운 부분도 있는 그대로 위로하고 있다.

일상에 지쳐 조금 특별한 위로를 받고 싶다면 오늘은 천진우 씨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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